[MBN스타 손진아 기자] 데뷔 때부터 쉬지 않고 일했다. 이제는 출연 작품이 거론될 때마다 ‘믿고 본다’라는 생각을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시킨다. 범접하기 힘든 비주얼에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어도 맞춤형인 듯 자연스레 소화한다. 이번엔 사제복을 입은 신부로 변신해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다.
강동원이 출연한 영화 ‘검은 사제들’은 2015년 서울, 바로 우리 곁에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비밀스런 임무를 수행하는 사제가 존재한다는 독창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든 그들의 이야기를 신선한 스타일로 그려낸 작품이다.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며 고통 받는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흘러가며 ‘엑소시즘’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과감한 도전에 나서 이미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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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검은 사제들’이 여타 영화들과 다르게 생소한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이 강동원을 이끌게 만들었다. 식상한 소재보단 신선한 소재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점이 흥미로웠고, 국내에서 ‘엑소시즘’이라는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내는 첫 시도인 점도 끌렸다.
“새로운 영화를 갈구하거나 그런 스타일은 아닌데 신선한 소재의 경우, 책(대본)을 읽을 때부터 재미가 있으니까 많이 끌리게 되는 편이다. (관객들에게)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고, 의무감도 있다. 상업적인 배우가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줘야 관객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낯선 배우가 새로운 영화를 만들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의무적으로라도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지 않나.”
극 중 신학생 최부제로 분한 그는 신학생의 삶을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캐릭터 연구에 들어갔다. 특히 무교인 강동원은 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신부라는 직업에 대한 감(感)이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난관에 부딪힌 그는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신부님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종교의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는데 도저히 신부라는 직업에는 감이 안 오더라. 한 번도 어머니에게 부탁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신부님을 좀 소개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성당 앞에 숙소를 잡아놓고 소개 받은 신부님을 찾아가 눈 뜨면 가서 이야기하고, 시간나면 예식 방법에 대해 교육 받고, 신부님 신학생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공부했다. 개인적으로 재미난 시간이었고 특별한 만남이었다. 종교 쪽으로는 관심 없어서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고 해야 할까.(웃음)”
‘검은 사제들’을 본 관객이라면 돼지 돈돈이를 보고 “나였으면”이라는 생각을 한 번쯤 했을 것이다. 요즘 관객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돼지 돈돈이는 ‘검은 사제들’ 제2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존재감이 대단하다. 게다가 앙증맞고 귀여운데 강동원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이 여럿 포착되니 ‘부러움의 대상’이 될 만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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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그러나 강동원은 귀여운 돈돈이에게 두 손, 두 발 다 든 모양이다. 이미 제작보고회,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말을 안 듣는다”라고 밝힌 적이 있지만 그는 또 다시 돈돈이와 함께 했던 당시가 떠오른 듯 “걔는 답이 없는 애다. 끝까지 안된다. 포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었다.
“(돼지가) 오라고 해도 안 왔다. 같이 걸어가야 하는데 같이 걸어가질 않는 거다. 훈련이 안 되어 있어서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같이 걸어야 하니까) 과자를 30cm 간격으로 놓았는데, 먹으면서 오니까 또 너무 늦는 거다. 스트레스였다. 노하우라고하면 먹는 걸 주는 것 밖에 없었다. 먹는 걸 안주면 그 자리에 있지도 않는다. 연기를 해야 하는데 계속 다른 곳으로 갔다. 왜 훈련이 안된 돼지를 데리고 왔을까.(웃음) 연출부에 대한 원망이라면 농담이지만 누구도 해결할 수가 없었다. 아직 돼지가 어려서 무서우면 덜덜 떨었다. 사람 많은 쪽으로 절대 안 갔고, 발이 1cm만 떨어져도 돼지 멱따는 소리를 냈다. 연출부도 해결을 못해서 한 번 줘보라고 해서 돼지를 몸에 딱 붙였다. 그러니까 안 울더라. 원래 돼지를 들고 다니는 게 아니었는데 결국에는 들고 다니게 됐다. 원래는 계속 같이 다니는 거였다.”
강동원은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을 이끌고 가는 김윤석과 무서운 신인임을 입증하고 있는 박소담과의 호흡을 맞춘 소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김윤석은 여러 가지 면에서 좋았다.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밀어붙이지 않고 일단 물어보고 맞을 때까지 맞춰보며 촬영했다. 박소담은 준비를 많이 해 와서 헤매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 고민할 수 있는 부분도 망설임 없이 잘 해냈다”고 말했다.
소처럼 일하며 조금 더 다채로운 캐릭터의 옷을 갈아입고 있는 강동원은 제대 후 현장에 돌아오니 이전에 촬영하며 느꼈던 ‘자유로움’을 느낌을 쉽게 느끼지 못했다. 언제나 현장에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복귀하니 마음처럼 쉽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그는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2014)부터 호흡을 되찾았고 여유로움을 갖고 필모그래피를 더욱 탄탄하게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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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의형제’ 끝나고 ‘초능력자’를 찍을 때 자유로워진 느낌이 있었다. 그 느낌이 되게 편했었는데 제대하고 호흡이 안 돌아왔다. 다행히 ‘군도’ 중간부터 호흡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두근두근 내 인생’ 때부터 더 자유로워졌다. 전엔 새로운 감정을 표현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요즘엔 편해지고 좋은 것 같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