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슈퍼주니어 최시원이 입대한다. 마지막까지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로 불태웠던 최시원은 후련한 모습이었다. ‘무한도전’ 속 ‘포춘쿠키’ 대신 시청자에 엉뚱하지만 따뜻했던 ‘똘기자’ 김신혁으로 남을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입대 직전까지도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감사하게 저를 찾아주셨으니”라는 말로 달려가는 최시원은 누가 봐도 ‘프로’였다.
지난 11일 종영한 ‘그녀는 예뻤다’에서 최시원은 주인공 김혜진(황정음 분)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 김신혁 역할로 ‘반전’을 선사했다. 드라마에서는 늘 진지했고, 예능에서는 ‘포춘쿠키’로 놀림감 되기 일쑤였던 그가 ‘제대로 칼 갈았다’는 느낌이었다. 장난꾸러기이지만 한켠에는 누구보다 진지했던 김신혁은 실제의 최시원과 상당히 많이 닮아 있었다. 최근 기자들과 만나 종영 간담회를 가진 최시원 또한 “김신혁과의 접점이 많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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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15년을 함께 한 이수만 선생님께서 대본을 보자마자 제게 ‘그 캐릭터는 원래 너지, 너’라고 하셨다.(웃음) 사실 입대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드라마 제의를 받고 고민을 하던 중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한국에서 이런 위트 있는 캐릭터를 찾고 있었는데 정말 마음에 들더라. 그래서 바로 ‘작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최시원은 입대를 약 두 달 남긴 상황에서 드라마에 합류했고, 그랬기 떄문에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잘 될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기대를 했다기보다는 기대를 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입대 전이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 거기에만 집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무한도전’ 속에서는 ‘포춘쿠키’만을 보여드렸다면 ‘그녀는 예뻤다’에서는 ‘똘기자’라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물론 ‘포춘쿠키’로 많은 분들에 즐거움과 기쁨을 드릴 수 있어 좋았다. 참 괴상망측한데도 많이 좋아해주셨다.(웃음) ‘그녀는 예뻤다’ 속 김신혁을 더 잘 살릴 수 있었던 PD님과 작가님, 누구보다 많은 장면을 함께 찍어주고 헤쳐나가준 (황)정음 누나가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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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
‘입대’라는 개인사를 앞두고 선택한 ‘그녀는 예뻤다’에 남다른 애착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터다. 최시원은 ‘그녀는 예뻤다’가 시작할 때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도 이런 부담을 드러낸 바 있다. 그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시청자의 기억 속 2년을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똘기자’라는 캐릭터를 남긴 최시원은 남긴 숙제를 모두 끝낸 표정이었다.
“입대를 앞두고 어떤 한 대상을 봤을 때 대중이 저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저를 생각나게 하는 물건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게 바로 단무지가 됐다. 김혜진에 귓속말로 ‘단무지를 볼 땐 날 떠올려줘’라고 말하는 장면은 저와 (황)정음 누나 모두 대본만 봤는데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슬펐다. 감정을 억제하느라 혼났다.”
‘그녀는 예뻤다’로 입대 전 마지막을 불태운 최시원은 아직도 많은 일정이 남았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17일까지 일정이 꽉 차있다며 “저의 편의를 봐주신다는 브랜드가 있어 감사하게도 몇몇 화보 촬영을 하게 됐다”며 농담을 했다. “1분1초가 황금 같다는 게 실감”난다던 최시원은 그 짧은 시간에 유니세프 특별 홍보대사로 선정돼 위촉식을 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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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
“부족한 저이지만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함께 일해보자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한 일이다. 유니세프 홍보대사는 아마 최연소일 거다.(웃음) 꼭 최연소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책임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많은 사랑을 받을수록 다른 사람들에 좋은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하는 게 대중문화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닌가 싶다. 이제는 더욱 행동을 조심하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부족한 힘이지만 노력할 것이다.”
그의 ‘깊은’ 말에 깜짝 놀랐다. 대중문화계 인사로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제야 새삼 연예계에 뼈가 굵은 아이돌이라는 점이 실감났다. 그는 ‘슈퍼주니어’라는 틀을 잊을 정도로 배우로, 제작자로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었다.
“지금 두 개의 작품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제가 미국에서 오디션을 보면 항상 배역이 한정돼 있었다. 동양인 배우도 멋진 분들이 정말 많지 않냐. 미국에서는 아직 동양인 배우들을 한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직접 제작에 뛰어들었는데 운이 좋게도 좋은 작가 분들과 일을 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의기투합해주고 있다. 부족하지만 많은 분들이 ‘저 친구 정말 열정적이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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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
미국에서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꿈’과 같은 일이다. 하지만 최시원은 “꿈만 꾸게 되면 그건 항상 꿈으로 남아있게 된다”며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 최시원은 2015년도 배우로, 슈퍼주니어로, 예능인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바쁘게 보냈다.
“올해 초반에는 작년에 찍었던 영화 프로모션을 돌면서 할리우드 배우, 관계자들과 교류를 하는 기회를 가졌다. 슈퍼주니어 앨범도 무사히 잘 발매했고, 콘서트도 성황리에 마쳤다. ‘포춘쿠키를 보여드렸던 ’무한도전‘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녀는 예뻤다‘까지 남게 됐다. 제가 매년 그 해에 감사한 일들을 적는 버릇이 있는데 작년에는 33가지였다면 올해는 다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68가지나 됐다. 몸은 힘들었지만 기쁘고 감사드린다는 말만 나온다.”
들으면 들을수록 참 ‘꽉 찬’ 사람이라는 게 느껴지는 최시원. 그는 마지막까지도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SNS로 실수해도 좀 감싸달라”고 당부를 남기고, ‘그녀는 예뻤다’를 시청해준 시청자들에 감사 인사를 하고, 앞으로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를 남기느라 바빴다. 최시원의 2년 후가 기대되는 이유는 단순히 ‘똘기자’ 때문은 아니다. 그의 부단한 노력이, 바쁘게 사는 ‘열정’이 그의 2년 뒤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