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배우 조승우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암살’에서 김원봉으로 특별출연해 영화 팬들을 반갑게 했지만, ‘복숭아나무’(2012) 이후 약 3년 만이다. 그동안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에서 기동찬 역을 맡긴 했지만, 그보다 뮤지컬 무대에 중심을 뒀다. ‘헤드윅’ ‘지킬 앤 하이드’ 최근에 다시 막을 올린 ‘베르테르’까지, 쉬지 않고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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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박스/디자인=이주영 |
“그동안 사실 제 마음을 움직이는 시나리오를 찾지 못했던 것 같아요. 드라마는 제작환경 때문에 ‘안 합니다’라고 한 적 있는데, ‘신의 선물’ 같은 경우에는 정말 행복했어요. 영화는 두 시간 분량을 세 네달 찍는데, 드라마는 16, 17부작 동안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고, 반응도 즉각적으로 오고.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보람도 있고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조승우는 ‘내부자들’을 삼고초려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사를 맡기에는 어린 것 같다고 말했지만, 이보다 검사 역할에 대한 표현 때문이었다. 세 인물(극 중 이병헌, 백윤식, 조승우)축에서, 출세에 대한 욕망과, 정의에 대한 갈망을 에너지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막내 이모부가 검사 출신이세요. 제가 어렸을 때 이모부를 봤을 때 굉장히 강직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분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그런 검사 분위기를 낼 수 있을까. 물론 우장훈이라는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검사 역을 맡기에는 좀 자신이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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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박스/디자인=이주영 |
“(작품에서) 전 한 게 없어요. 식상할 수 있지만, 연기는 감정의 교류, 액션과 리액션이라는 생각하거든요. 기본만 한 셈이죠. 사실 저도 제 영화를 볼 때마다 아쉬운 점이 많아요. 제가 출연한 영화도 잘 못 보고요. ‘내부자들’에서 자유롭게 연기한 것은 사실이예요.”
‘내부자들’은 정치권력에 대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적잖다. 뿐만 아니라 능력은 있지만 학연지연에 힘이 움직이는 사회에서 우장훈은, 끝까지 정의의 끈을 놓지 않는다. 꼿꼿하게 자신의 고집을 밀어붙이는 조승우와 비슷한 느낌이 묻어난다.
“제가 좀 고집이 있죠(웃음). 전 운이라고 생각하지만, 선작(選作)하는 고집은 있어요. 성공을 위해 서 작품을 한 적은 없어요. 알려지는 것이 불편해던 것 같아요. 알려지지 않았을 때 주위 사람들이 드라마를 찍고 광고 찍으면 인지도가 생긴다고들 하면서 왜 뮤지컬을 하느냐고도 했어요. 그 시간에 방송국에나 더 가라고(웃음). 전 속으로 ‘즐겁게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고집이 있었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즐겁고 보람차게 해내는 조승우는, 잔잔하지만 강하게 대중들에게 스며들었고, 이는 ‘조승우’라는 이름에 신뢰를 굳히게 했다. 조승우는 매 작품마다, 역할과 비중에 관계없이 등장했고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넘나들며 인간미를 풍부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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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박스/디자인=이주영 |
“‘클래식’에서도 그 안에 웃음과 감동이 있었고, ‘말아톤’ 역시 웃음이 많았어요. 제 작품 중에 웃음이 없었던 역할은 없었죠. 로맨틱한 부분도 분명, 다 있어요.”
조승우는 작품 선택에는 고집스럽지만, 선택한 작품의 비중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흥행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그는 “흥행은 제 몫이 아니에요. 월드스타도, 한류스타도 아닌 걸요. 관객들이 메시지를 얼마나 이해해 주느냐가 중요한 거예요”라며 “흥행은 하늘이 주는 운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볼 때도 시나리오고요, 실패했다고 해서 후회하지도 않고, 선택하고서도 후회하지 말자 주의예요”라고 설명했다. 조승우는 예술과 낭만을 결부시켜, 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전했다.
“저는 순수예술이건, 상업 예술이건 간에 낭만, 외로움, 고독함처럼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을 표현하고, 또 이를 연료 삼아서 계속 태워지는 느낌이 좋아요. 뭔가 해소되고 희열이 느껴지거든요. 현재 이야기보다도 과거의 애틋한 얘기가 더 좋아요. 근현대사를 살았던 인물들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겠어요. 사랑이야기 뿐 아니라 자유롭지 못한 시대에서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좋아요. 요즘 휴대폰으로 쉽게 무언가를 나누지만, 펜으로 쓱쓱 쓰던 편지나, 대본 프린터기가 없어서 먹지를 대고 돌리던 시절이 그리워요. 편리해지고 빨라졌지만, 낭만은 없죠. 그 낭만이 영화에 묻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예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