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유행, 스웨그는 다 빼고 원초적으로 썼다”
작년에 발표됐던 ‘비카이트1’(B-Kite 1)는 슬럼프에 시달렸던 MC스나이퍼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날개짓이었다. 꽉꽉 채운 정규 앨범만 내던 MC스나이퍼는 이후 싱글을 발매하고 끊임없는 시도를 해왔다.
지난 5일 발표된 ‘비카이트2’(B-Kite 2)는 좀 더 여유롭고 제 모습을 찾은 MC스나이퍼의 음악을 보여준다. 유행과 스웨그(Swag)은 빼고 원초적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이야기를 넘어서 주위에 시선을 돌렸고 날카로운 메시지가 담긴 곡들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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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나이퍼 사운드 제공 |
“일단 ‘비카이트1’을 발표했을 때보다 마음이 편하다. 이 앨범은 잘 되도 좋고 안 되고 괜찮다. 그만큼 마음이 편하다. 중간에 오래 쉬었기 때문에 예전에 내 모습을 찾은 앨범이라 의미가 크다. 이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다음엔 고(GO)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나에게 맞는 트렌드를 찾아보려고 한다.”
EP 앨범이지만 무려 10곡이 실렸다. 정규 앨범도 20곡 가까이 꽉꽉 채우던 MC스나이퍼답다. 10곡이지만 곡마다 주는 메시지와 느낌은 다 다르다. 그 안에서 MC스나이퍼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곡은 힙합에 록 사운드를 접목시킨 ‘구원’이다.
“‘구원’은 진짜 꿈과 욕심을 구분하자는 내용으로 쓴 곡이다. 사실 나도 무슨 장르라고 할지 모르겠다. 모던록에 가까운데 올드하다는 얘기도 있고 한편으로 따뜻하다는 평도 있더라. 사실 기계로 작업을 하면 편한데 직접 연주자를 불러서 녹음을 했다. 공격적이기 보단 따뜻하게 만들고 싶었다.”
‘구원’에서 그의 음악적 변신이 느껴진다면 ‘로스트 스타’(Lost star)는 아빠가 된 MC스나이퍼의 내적 변화가 드러난다. 1년 사이에 일어난 MC스나이퍼의 가장 큰 변화다. 그는 ‘로스트 스타’를 통해서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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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길잡이 별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나의 별들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다. ‘하염없이 늦은 자의 꿈도 멋진 꿈’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정말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아이를 낳고 나서 확실히 강해지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아이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더라. 우리 아버지도 날 많이 예뻐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이틀곡인 ‘돌아가요’나 ‘1571’처럼 MC스나이퍼 본래의 색이 느껴지는 곡들도 많다. 노숙자의 이야기를 다룬 ‘돌아가요’, 세모녀법이 시행된 날을 뜻하는 ‘1571’의 날카로운 메시지는 묵직하면서도 강렬하다. MC스나이퍼는 음악에 의도를 담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
“누군가는 금목걸이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만 제 시선을 끄는 것은 이런 이야기들이다. 물론 음악을 가볍게 들으면 안 되냐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짚고 넘어갈 문제고 마음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 노땅, 꼰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데 노래를 듣고 10분이라도 주위를 돌아봤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앨범이다.”
‘비카이트’이라는 타이틀은 솔개(Black kite)에서 따온 말이다. 솔개의 수명은 80년, 그렇지만 40살쯤 되면 부리가 퇴화하고 발톱은 부러진다. 날개도 뭉쳐서 날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그 때가 선택의 순간이다. 그대로 죽기도 하고 부리를 부러트리고 발톱과 깃털을 다 뽑는 고통을 겪고 새 삶을 살 수도 있다. 환골탈퇴의 표본으로 그 모습은 MC스나이퍼와 닮아있다. 이만큼 그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10대 때 음악이 좋아서 시작을 했고 20대에 열정적으로 음악을 했다. 이젠 저도 마흔을 바라보고 있다. 새롭게 도전하지 않으면 멋진 40~50대를 맞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삶의 변화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완성한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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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을 털어낸 MC스나이퍼는 한결 가볍고 편안해 보였다. 벌써 데뷔 13년차지만 그는 창작열이 불타오른다면 그 어느 때보다 의욕이 넘쳤다. 제대로 환골탈퇴한 MC스나이퍼의 2막이 기대된다.
“이제 감을 찾아가고 있고 내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음악 하는 게 많이 즐겁다. 예전엔 ‘하고 싶다’가 다였는데 지금은 ‘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진짜 좋은 음반을 만들고 싶다. 이제 이전 앨범들과 가까워져서 0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10%씩 플러스 방향으로 늘려가겠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