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기부 광고에 대해서 비영리단체들의 생각은 어떨까. ‘전통적 감성 광고’에 대한 비판과 최근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두고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 김정은 커뮤니케이션팀장의 생각을 들었다.
Q. 비영리단체들의 기부 광고 중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들이 시청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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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사진작가 로빈 킴 |
A. 마케팅 재원의 부족으로 기부 광고만 보여준 결과다. 왜 후원을 해야 하는지만 보여줬지, 후원이 어떤 과정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보를 통한 믿음을 못 줬기 때문에 후원금의 투명성을 의심받기도 한 거다.
물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여주고 모금에 참여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모금광고의 역할이다 보니, 이러한 광고를 보고 나면 측은지심이 생겨 마음이 편치 않은 건 당연하다. 다만 이러한 형태의 모금 광고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에, 마음의 불편함이 더해졌거나 오히려 무덤덤해질 수 있다.
이 같은 광고 환경의 변화와 일반 대중의 심리를 고려해 더 효과적인 광고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세상을 설득시켜야할 광고가 안 바뀌고 있다면 그야말로 아이러니 아닌가. 광고가 바뀌려면 세상의 변화에 대해 누구보다 NGO 스스로가 더 관심을 갖고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끊임없이 세상을 관찰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 한다.
Q. 월드비전의 광고는 어떤 변화의 길을 걷고 있나.
A. 초기와 현재 광고의 목표가 다르다. 초기에는 모금 광고에만 집중했으나 후원자의 알 권리 강화와 아동후원사업 이해도 증진을 위해서 지금의 ‘잘가요, 월드비전’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 또한 지금의 광고는 그동안 비영리단체 기부 광고에서 보였던 불쌍한 아동 영상과 모금 전화 번호가 없다. 오히려 자립을 통해 건강해진 아동과 부모, 마을 사람들의 기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것에 동참하는 것이 같은 인간으로서 너무도 당연한 일임을 일반 대중들이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물론 두 가지 광고 모두가 각각의 역할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리고 각각의 광고가 동시에 진행될 때 서로 시너지(Synergy)를 일으켜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눔에 동참함으로써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Q. ‘잘가요 월드비전’이란 모토에 대해 설명해달라.
A. 월드비전이 생각하는 진정한 후원이란 ‘후원이 필요 없어지는 상태’ 즉 ‘지속가능한 자립’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의미로 ‘잘가요, 월드비전’은지속가능한 자립을 이뤄낸 마을의 아이들이 월드비전에게 보내는 인사이자, 월드비전의 자립마을 프로젝트가 종결됐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Q. 광고로 인한 모금 활성화 효과는 얼마나 보고 있나.
A. 모금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모금 성과를 측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주목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한 30대 남성분이 TV에서‘잘가요, 월드비전’ 광고를 보다가 남다른 메시지에 움직여 즉석으로 큰 규모의 후원을 신청했다. 말 그대로 광고 때문에 수많은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셈이다. 월드비전은 이러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믿고 있다. 아마도 ‘잘가요, 월드비전’ 캠페인의 효과는 이런 마음들이 증명해주는 것 같다.
Q. 앞으로 비영리단체의 광고 방향은 어떻게 변할거로 예상하나.
A. 전통적인 모금 방송에 익숙해진 일반 대중에게 한 두편의 광고로 아동후원 사업의 본질을 이해시키고 동감을 얻어낼 순 없을 것이다. 일반 대중들이 광고를 통해 한 브랜드의 진심과 활동을 이해하고 동감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월드비전은 오랜 고민 끝에 첫발을 내디뎠다. 실제 18년간 자립마을 프로젝트를 마친 베트남 마을을 찾아 후원아동과 가족, 마을 주민의 변화된 일상을 광고로 보여주고 ‘잘가요, 월드비전’이라는 그들의 목소리를 전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마을을 찾아다닐 계획이다. 월드비전의 광고는 후원자는 물론 후원아동과의 약속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