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결국 ‘뇌섹남’과 ‘뇌섹녀’의 기준은 ‘학벌’이 될 수 밖에 없는 걸까. 세상의 ‘천재’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결국 학벌로만 귀결될 수는 없는 것인가.
2015년 중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는 바로 ‘뇌섹남녀’다. 뇌가 섹시하다는 말의 준말인 ‘뇌섹남’은 지적인 사람을 지칭해 부르는 말로, 이 유행어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들을 강타했다. 특히 이 ‘뇌섹남녀’ 열풍을 이끈 프로그램으로 tvN ‘더 지니어스’ 시리즈와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이하 ‘문제적 남자’)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뇌섹남’ ‘뇌섹녀’ 유행의 이면에는 ‘학벌우월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문제적 남자’는 출발할 때부터 ‘학벌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더 지니어스’ 시리즈는 일반인 참가자가 등장한 시즌3에 더욱 ‘학벌’이 강조돼 시청자들의 불만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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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이에 대해 ‘더 지니어스’ 시리즈를 연출한 정종연 PD는 “섭외의 가장 기본이며 중요했던 부분은 게임을 잘 할 만 한 사람이냐는 거였다. 게임을 잘 하는 것과 공부를 잘 하는 건 반드시 연결돼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시청자들에 기대감을 줘야하는 부분도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는 학력을 배제할 순 없었고, (고학력자가)고려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더 지니어스’ 시리즈는 각종 게임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니 만큼 ‘게임을 잘 해야’ 재미가 붙는다. 그런 플레이어를 뽑기 위해 제작진은 일반인 참가자를 선발했던 시즌3에서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면접도 진행하고, 프로그램 안에 등장하는 게임과 비슷한 류의 게임을 시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연예인을 섭외할 때에는 상황이 달랐다.
정 PD는 “연예인을 섭외할 때에는 게임을 해보거나 면접을 보고 섭외를 진행하기는 어렵지 않나. 일반인 참가자들은 공모를 한 후 시작해 다각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연예인은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들의 경우 학벌이 부각되기도 했다는 것.
‘문제적 남자’의 이근찬 PD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이 PD는 “‘뇌섹남’ ‘뇌섹녀’ 키워드가 핫한데 많은 프로그램들이 이를 전면에 내세울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까다로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뇌섹남’의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개인적이라 ‘문제적 남자’를 시작할 때에도 기준을 정하는 것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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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CJ E&M |
이처럼 ‘똑똑함’의 가장 객관적인 근거, 다수의 시청자를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요인은 결국 ‘학벌’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똑똑함’으로 겨루는 ‘더 지니어스’나 ‘문제적 남자’는 패널을 뽑을 때 학벌을 염두에 두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정종연 PD와 이근찬 PD 모두 ‘학력’에 구애받지 않기 위해 다양한 기준으로 패널들을 섭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PD가 ‘학력’이 하나의 캐릭터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바로 ‘학력이 좋으면 똑똑할 것’이라는 편견을 뒤집는 순간이다.
‘더 지니어스’의 정종연 PD는 “학벌 자체가 캐릭터가 될 수도 있다. 바로 시청자들의 편견을 역이용한 사례다. 예를 들어 농부인 사람이 나오면 농부이니까 건강하고 부지런할 것이란 예상을 모두 하지 않나. 비슷하게 학력이 좋은 사람들이 나오면 그 사람들이 엄청난 활약을 하고 똑똑할 거라고 많은 이들이 예견한다. 하지만 학력이 좋은 사람들이 허당스러운 면모를 보이면 그 반전에서 오는 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 반전의 대표적인 예로 ‘더 지니어스 시즌3’에서 활약한 신아영과 ‘문제적 남자’의 김지석을 들 수 있다. 장동민이나 방탄소년단 랩몬스터, 블락비 박경은 이와는 반대의 ‘반전’이다. 이들은 내세울 만한 학력은 없지만 각 프로그램에서 천재성을 드러내며 연예계 ‘뇌섹남’으로 떠올랐다. 이들의 활약 덕분에 ‘더 지니어스’나 ‘문제적 남자’는 ‘학력 조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정종연 PD는 “장동민의 우승은 학력 이외에도 중요한 재능이 많다는 것을 피부로 알려주는 순간이었다”는 말을 했다. 결국 우리 사회의 ‘성공’과 ‘학벌’의 연결고리는 예능 프로그램들도 벗어나지 못하는 강력한 불문율이지만, 이 편견을 깨줄 수 있는 것도 예능 프로그램의 기능임을 내포한 한 마디다. 단지, 이 ‘뇌섹’이란 편견에 탑승할 것인지, 뒤집을 것인지는 연출자의 선택에 달렸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