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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화려한 뮤지컬이 진행될 때,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뮤지컬 ‘오케피’는 이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다. 웅장하고 화려한 뮤지컬 무대 아래, 한번쯤은 궁금했지만 한번도 본적 없는 오케(스트라)피(트)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일본 스타작가 미타니코키의 첫 번째 뮤지컬이자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뮤지컬이다.
본 공연을 3주 가량 앞둔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오케피’ 현장이 전격 공개됐다. ‘쌍천만 배우’ 황정민의 무대 복귀를 바라보는 재미도 크지만 그와 함께 어우러진 오케스트라 피트 단원들의 하모니는 살짝 공개된 분량만으로도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영화 ‘국제시장’, ‘베테랑’을 통해 국민배우로 우뚝 선 황정민은 컨덕터 역을 맡은 배우이면서도 작품의 총 연출을 맡았다. 연극 ‘웃음의 대학’을 통해 원작자의 작품에 매료돼 ‘오케피’를 처음 접했다는 그는 “DVD로 일본 원작을 보자마자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마음먹은 이유는, 한국에서 보여지는 뮤지컬이 쇼적인 뮤지컬이 많을 때였다. 하지만 이건 연극적이면서도 뮤지컬의 감동도 있어서 관객들에게 이런 뮤지컬도 있다는 걸 꼭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뮤지컬을 선호하는 국내 뮤지컬 팬들의 분위기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황정민은 “개인적으로 뮤지컬 ‘원스’를 보면서 너무 좋아했었는데 관객들은 이게 뮤지컬이야 연극이야, 의아해했다더라”며 “그 점에 충격을 받았다. 그런 류의 뮤지컬도 있는 건데, (그런 분위기 때문에) 사실 자신이 없었다. 연극이야 뮤지컬이야 할까봐 제일 겁났다”고 말했다.
이날 “2012년 ‘맨 오브 라만차’를 황정민과 함께 했을 때, 나에게 (‘오케피’) 대본과 시디를 건네주더라”고 운을 뗀 김문정 음악감독은 “피트에선 재미난 일들이 많기 때문에 언젠가 작품으로 써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 이야기라 놀랐고, 화려한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황정민)가 어떻게 이런 스토리에 관심을 갖고 만들고자 하는 의욕을 보였는지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믿을만한 연출님이고 동지애를 느껴서, 많은 작품 리스트 중에서도 우선순위로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오케피’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뮤지컬은 실제 오케스트라 피트의 모습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 하다는 게 음악감독의 감상평이다. 김 음악감독은 “컨덕터를 중심축으로 하지만 누구 하나 조연 없고 앙상블 없이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는 점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라며 “화려한 무대뿐 아니라 그 무대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화려한 캐스팅은 ‘오케피’의 또 다른 힘이다. 흥행 보증수표 황정민과 오만석이 오케스트라 컨덕터 역에 더블 캐스팅된 가운데 오케스트라의 모든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하프 연주자 역은 윤공주와 린아, 오케스트라의 기둥 같은 존재인 오보에 연주자 역에는 서범석과 김태문이 각각 캐스팅됐다.
지휘자의 아내이자 오케스트라의 2인자 바이올린 연주자 역에는 박혜나와 최우리가, 카사노바 같은 매력남인 트럼펫 연주자 역은 최재웅과 김재범이 더블 캐스팅됐다.
오케스트라의 멀티 플레이어이자 엉뚱한 매력을 뿜어내는 색소폰 연주자 역에는 정상훈과 황만익이, 복잡한 연주 때는 손만 올려놓고 립씽크로 연주하는 피아노 연주자 역에는 송영창과 문성혁이, 오케스트라의 누구도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존재감 제로 비올라 연주자 역은 김원해와 김호가 맡았다.
또 작은 소리, 냄새에도 예민하지만 엉뚱한 반전 매력이 있는 첼로 연주자 역은 백주희와 김현진이 맡았으며, 하프 연주자를 짝사랑하는 기타 연주자 역은 육현욱과 이승원이 맡았다. 이밖에 드럼 연주자 역에는 남문철과 심재현, 바순 연주자 역에는 이상준, 퍼커션 연주자 역은 정욱진과 박종찬이 각각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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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황정민은 “캐스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영화 ‘오션스 일레븐’처럼, 오케피 배우들도 오션스 일레븐 같은 느낌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수많은 공연을 보러 다니며 최적화된 배우를 레고 퍼즐 조합하듯 (캐스팅) 완성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이 본 연출자 황정민은 어떨까. 오만석은 “연습 시간에 방해되지 않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캐스트들의 대사를 직접 본인의 목소리로 녹음해놓고 홀로 연습한다. 그만큼 치밀하고 완벽하게 연습시키신다. 어떤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디테일하게 표현해낼 것”이라 설명했다.
앞서 황정민과 다양한 작품을 함께 해 온 송영창은 “단점은 발견한 적이 없다”며 황정민을 치켜세웠다. 그는 “연출로서는 별로 믿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출을 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굉장히 성실하다. 이렇게 성ㅅㄹ한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존경할 수 있는 후배이면서 연출인 것 같다. 이번 작품이 너무 행복하다”고 덧붙여 작품에서 보여줄 완벽한 호흡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한편 작품에 대해 오만석은 “어떻게 보면 직장 다니는
뮤지컬 ‘오케피’는 12월 18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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