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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정상급 배우들이 뮤지컬 무대 연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무대 위가 아닌 뒤에서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다. 이미 배우로서 성공을 거뒀지만, 과감히 연출가로 변신해 무대를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특히 ‘국제시장’ ‘베테랑’을 통해 쌍천만 배우로 등극한 황정민의 행보는 남다르다.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잘나가는 배우가 황정민이다. 티켓파워, 몸값도 최고다. 그런데 쏟아지는 시나리오를 뒤로 하고 뮤지컬 무대로 달려갔다. 뮤지컬 ‘오케피’ 연출자 겸 주인공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황정민은 12월 16일 영화 ‘히말라야’ 개봉을 앞두고 있고, 곧 크랭크업을 앞두고 있는 ‘아수라’도 촬영 중이다.
몸이 열개라도 바쁜 상황, 그러나 강행군을 고집한 이유는 5년 전부터 준비해올 만큼 각별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계약까지만 3년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황정민은 “‘오케피’ 공연 실황 DVD를 보고 ‘꼭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 중심의 연극적인 뮤지컬이란 점에 마음이 끌렸다"며 연출을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원래 무대 미술을 전공했던 황정민은 지난 2012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어쌔신’에서도 연출과 주연을 모두 맡은 바 있다. 최근 진행된 ‘오케피’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에서는 “무대 연출이 정말 흥미롭고 재밌다. 게다가 뮤지컬을 정말 사랑한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일본 원작을 바탕으로 연출하고 있지만, 5년 후에는 꼭 창작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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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뢰인’ ‘용의자’ 및 드라마 ‘실종느와르 M’을 통해 굵직한 연기를 선보인 박희순도 최근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무한동력’을 통해 연출가로 입봉했다. 대학로 연극인 출신인 박희순은 극단 목화(대표 오태석)에서 10년 여간 단원으로 활동하며 연출 감각을 익혔다. 그는 연극 ‘심청이는 왜 두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춘풍의 처’ ‘로미오와 줄리엣’ 등 다수의 작품에 배우 및 연출부로 참여해 왔다.
박희순은 사실 오래 전부터 연출에 꿈이 있었지만 배우 활동을 위해 잠시 접어놨다. 배우로서 안정기에 접어들고 나면 연출을 다시 하겠다 마음먹고 연기에 매진해왔다. 그러던 차에 평소 알고 지내던 이지혜 작곡가로부터 '무한동력' 연출 제안을 받았다. 그는 생애 첫 연출에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새로운 것을 창조해냈을 때 정말 뿌듯하고 희열이 넘치더라. 배우와는 또 다른 만족감이 있다"고 밝혔다.
한때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해 한창 주가를 올렸던 김수로는 돌연 연극 연출에 몸을 담았다. ‘김수로 프로젝트’라는 타이틀로 2011년부터 수년간 공연 제작자로서 활약하며 어느덧 대학로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연극 ‘발칙한 로맨스’를 시작으로 지금껏 15개 작품을 무대로 올렸으며 60만 관객을 만났다. 올해만 해도 연극 ‘친정엄마’와 ‘데스트랩’ ‘택시 드리벌’과 뮤지컬 ‘고래고래’ 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미술 전시 ‘헤세와 그림들 전’ 프로듀서로도 활약,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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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스타 배우들이 연출가로 나서는 것에 대해 공연 관계자들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유명한 스타들이 공연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다. 연극이나 뮤지컬에 대한 일반 관객들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보다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