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의식주. 인간 생활의 3대 요소인 옷과 음식과 집을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옷을 뜻하는 ‘의’가 가장 앞에 있다. 하지만 패션이란 단어는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옷을 입고 살지만 말이다. 팟캐스트에는 패션과의 거리감을 좁혀줄 수 있는 방송이 있다.
‘복싴남녀’는 이승준, 장윤수, 황의건, 정성호 네 남자의 수다로 가득하다. 그들은 모두 패션업계 종사자로 각자의 위치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이들을 찾았다. 가장 어린 이승준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자신을 소개했다.
“서른 살 이승준입니다. 와이즈이너프라는 슈즈브랜드를 하고있고 그 외에 뮤지션 비쥬얼 디렉팅이나 브랜드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일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으면 황의건 이사님처럼 되는 거죠.(웃음)”(이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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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건 씨는 한참을 설명하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을 뒤적거렸고 자신이 리뉴얼한 잡지를 직접 꺼내 보였다. 다소 난해해 보였던 잡지는 그의 손을 거친 후 품격이 느껴지는 멋진 모양세로 탈바꿈했다.
“장윤수입니다. 무신사라는 회사의 대리입니다. 그리고 서른 한 살, 여자친구가 없죠.(웃음) 무신사는 패션과 관련된 웹 메거진과 스토어를 하는 회사입니다. 저는 기술지원과 에디터, 사이트 운영관리, 매니지먼트까지. 회사 자체에 충실하게 살고 있어요.”(장윤수)
“저는 조프레시라는 케나다 SPA 브랜드 회사에 다니는 정성호입니다. 브랜드 비즈니스를 쭉 해왔어요. 의류 잡화도 했었고 마케팅으로 시작해서 세일즈 업무도 하고, COO 역할로 패션 브랜드의 오퍼레이션을 전반적으로 하고 있습니다.”(정성호)
‘복싴남녀’는 패션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팟캐스트다. 네 남자의 사적인 이야기부터 청바지, 패션 웹사이트,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 연말파티 복장 제안 등 패션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뤘다. 방송 초반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던 ‘복싴남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적인 재미를 선보이고 있다.
“교만하게 보일 수 있기도 하지만, 패션계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나름 오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옷에 대해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가 옳아’라고 주장하지는 않죠. ‘이런 패션이 있는데 안 해도 괜찮아’ 정도에요.”(장윤수)
“패션 팟캐스트라고는 되어 있지만 사실은 패션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에요. 패션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생활의 일부분이고 굉장히 중요하죠. 너무 이질감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황의건)
‘복싴남녀’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팟빵에서 300대 순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다소 아쉬운 성적이지만 애플 기기에서는 패션 카테고리 1위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는 패션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패션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졌다는 ‘복싴남녀’만의 독특한 배경이 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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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청바지. 이런 거에 대해 다룰 때는 조금 전문적으로 이야기를 하죠. 하지만 딱딱하게 가려고 하지는 않아요. ‘복싴남녀’ 방송 내용은 그냥 우리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 분위기와 비슷해요. 맨 처음에는 버벅댔죠. 하지만 방송이라 생각 안하고 수다 떨 듯이 하니까 점점 느는 것 같아요. 처남이 듣고 칭찬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걸 봐서는 ‘우리가 흉악하게 하고 있지는 않구나’ 싶어요.”(정성호)
‘복싴남녀’는 ‘음식남녀’라는 드라마와 영화의 제목을 비틀어 만들어진 이름이다. 단순히 ‘복식남녀’라고 했다면 조금은 뭉툭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키읔 하나를 더해 ‘시크’라는 이미지를 담았다. 패션 역시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복싴남녀’를 통해 밋밋했던 의복문화의 맵시를 더하는 것은 어떨까.
“그냥 재미로 하는 거예요. 하는 사람도 재밌고 듣는 사람도 재밌고. 그거면 될 거 같아요. 패션은 도구일 뿐이죠. 이걸 듣는 사람들도 함께 소통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요.”(장윤수)
“오랫동안 일하면서 목말랐던 게 있었어요. 저는 남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역할을 22년을 해주고 있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열망이 생기더라고요. 이게 22년 동안 스트레스로 쌓였죠. 그래서 ‘복싴남녀’하는 게 좋은 거예요.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 넷 모두 ‘복싴남녀’를 마라톤으로 생각해요. 다들 너무 바쁘고 힘든데 자기가 매주 한다는 것 힘든 일이잖아요.”(황의건)
* ‘복싴남녀’
2015년 5월15일 ‘복싴남녀 파일럿-사적인 패션이야기’로 첫 방송. 11월25일 ‘복싴남녀 27-2화 연말 모임 및 파티 복장 제안’까지 휴식기 없이 방송 진행 중. 주 2회 무작위 업로드.
*‘팟캐스트’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성한 신조어다. 주로 비디오 파일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팟빵’ 어플리케이션으로, 애플 기기에서는 ‘Podcast’ 앱으로 즐길 수 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