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시청자와 제작진 모두 만족시키는 엔딩이란 어떤 것일까.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이 그 정답을 보여줬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마지막 신은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3일 오후 방송된 ‘마을’ 마지막회에서는 김혜진 살인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가운데, 한소윤(문근영 분)을 노리던 아가씨(최재웅 분)까지 소탕하면서 갈등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여느 드라마 같은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김혜진(장희진 분)을 죽인 범인이 남씨 아내이며 이를 방조한 윤지숙(신은경 분)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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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방송 캡처 |
드라마 16부를 관통하던 살인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김혜진은 생모 윤지숙을 강간해 자신을 낳게 한 남씨를 찾아가 벌하려했지만, 과거가 폭로될까 두려웠던 윤지숙이 그를 저지했고, 이 틈을 타 남씨 아내가 김혜진의 머리를 내려쳐 죽게한 것.
한소윤은 윤지숙을 찾아가 “왜 언니를 죽였느냐”고 책망했지만 “난 그저 괴물을 없앤 거다. 그 아일 막아야만 했어”라는 윤지숙의 변명에 실망했다. 또 한편으로는 윤지숙과 김혜진 사이 뭔가가 있을 거라는 촉을 지우지 못했다.
한소윤의 직감을 꿰고 있었다는 듯 잠적했던 아가씨가 그에게 “김혜진이 엄마를 미워만 한 줄 아느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경찰의 눈을 속이고 자신의 아지트로 한소윤을 납치해 약물을 강제 투여하려 했다. 다행히 한소윤의 기지로 그의 악행이 저지됐고, 경찰에 포위되면서 “아이가 엄마를 미워하기만 하는 줄 알아? 그리워도 했다. 나와 김혜진처럼”이라는 말을 남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아가씨의 이 말은 ‘마을’이 담고자한 메시지였다. 한소윤은 이후 윤지숙이 김혜진에게 마지막 선물로 자신의 신장을 이식하려 했다는 걸 깨달았고, 두 사람 사이에도 일종의 끈끈한 정이 흐르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또한 우연히 찾은 김혜진의 타임캡슐에선 가장 소중한 물건으로 한소윤과 어릴 적 찍은 가족사진 1장, 그리고 윤지숙의 사진을 발견했다. 김혜진 역시 생모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했던 것이다. 이를 본 한소윤은 끝없이 눈물을 흘리며 드라마 엔딩을 장식했다.
‘마을’은 종영 전까지 누가 범인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매니아들의 애간장을 닳게 했다. 매회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바뀌어 역대급 ‘범인찾기’라는 평도 들었다.
그러나 마지막회에서 윤지숙과 김혜진 사이에 끊지 못한 천륜, 모성애, 김혜진의 태생적 외로움 등을 다루면서 이 작품은 ‘범인찾기’ 이상의 무언가를 시청자에게 안겼다. 뭉클한 떨림도 있었다. 그동안 다른 작품들의 무리한 해피엔딩과 개연성 없는 전개에 지친 이들에겐 오아시스 같은 60분이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