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웃을 땐 호탕하게, 섬세할 땐 누구보다 섬세하고, 남을 웃길 땐 망가짐도 불사하며, 후배들을 위한 배려도 끝내준다. 이렇게 멋있는 ‘언니’가 어디 있을까. 바로 배우 신동미의 이야기다.
지난달 화제 속에 종영한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신동미는 주인공 김혜진(황정음 분)의 팀 상사이자 ‘모스트’ 편집팀의 에디터인 차주영을 맡았다. ‘차 기자’ 혹은 ‘차 선배’로 불렸던 신동미는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생각지 못한 사랑을 받았다고 감탄했다.
↑ 사진=정일구 기자 |
“드라마가 시작할 때에는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많은 사랑을 받아서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지금 찜질방도 못 가게 생겼다.(웃음) 드라마를 참 많이 했지만 인기를 이토록 체감한 것은 처음이었다. 미니시리즈인데도 20대뿐 아니라 고등학생부터 아주머니들까지 절 알아보시곤 ‘난 이제 무슨 드라마 보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그녀는 예뻤다’가 연령 구분 없이 많은 분에 사랑을 받았다는 걸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신동미는 “트위터에 ‘좋아요’가 2만 개가 넘은 건 처음이다. 정말 놀랐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예뻤다’의 사랑을 체감한 사건이 있다며 신동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에서 만난 한 팬의 일화를 표정까지 섬세하게 재연하며 설명해주기 위해서다. 인터뷰 와중에 한 편의 연극처럼 경험담을 말해주는 배우, 몇이나 있을까. 신동미는 “난 이런 반응 보이면 더 신나서 하게 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9회가 결방된 그 다음 주에 여의도 세트장 앞 식당에서 밥을 먹다 잠시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여자 두 분이 ‘내가 택시 타고 집에 들어갔는데 야구 때문에 결방을 해?’라고 화내면서 들어오시더라. 정말 그 두 분이 한참을 욕했는데 제가 화장실에서 나가서 마주치니 서로 얼음이 됐다.(웃음) 그 때서야 ‘내가 엄청난 드라마를 찍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 자리를 빌어 그 때 두 분께 제가 분장 때문에 사진 못 찍어서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웃음)”
↑ 사진=정일구 기자 |
하루 결방된 것뿐인데 댓글이 만5천개가 넘는 ‘위력’을 과시했던 ‘그녀는 예뻤다’에서 신동미는 특히 시크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마음 따뜻한 ‘차 선배’로 인기를 얻었다. 혹자들은 그를 향해 ‘걸크러쉬’를 일으킨다고도 평가했다. 신동미는 그런 차주영을 표현하기 위해 “차주영의 완벽주의는 내게 없는 성향이라 주위에 많은 조언을 구했다”고 털어놨다.
“작가님께서 처음에 대본리딩을 하러 갔을 때 ‘너무 무섭게 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을 하시더라. 제 목소리에서 약간 차가움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차주영은 정말 따뜻하고 여린 사람이었을 텐데 사회에 나오면서 사람과 부딪히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차갑고 강해졌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 변화에 초점을 뒀다. 후배들에도 ‘나 괜찮냐’고 끊임없이 물으며 차주영을 만들어갔다.”
그러면서 신동미는 “황정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드라마 ‘골든타임’ 이후 두 번째로 만난 황정음은 그가 ‘걸크러쉬’인 차주영을 만들 수 있도록 잘 받아준 ‘고마운 후배’라며 그는 황정음을 향해 “남을 빛나게 해주는 연기자”라고 극찬했다. ‘그녀는 예뻤다’를 시작할 때에도 단지 “(황)정음이와 하니까 재밌게 촬영하자”고 생각할 뿐이었단다.
“사실 이렇게 ‘그녀는 예뻤다’가 엄청나게 인기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따뜻한 드라마이긴 하지만 큰 사건이 있고, 기복이 있는 드라마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차주영으로 사랑을 받고 나니 더욱 더 저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정음이 뿐 아니라 모스트팀 친구들도 정말 잘 해줬기 때문에 정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처음에 이렇게 이 아이들을 예뻐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냐.(웃음)”
특히 신동미는 신혜선, 강수진, 임지현, 배민정 등 모스트 팀에 소속된 배우들이 ‘멋있는 선배’로 꼭 한 번씩 언급한 인물이었다. 이를 전해들은 신동미는 말로는 “아이고”라고 핀잔을 주면서도 입은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 모습이 후배들의 극찬을 받고 쑥스러움에 입을 삐죽이는 차주영과 판박이였다. 신동미는 “드라마가 끝나고 그 아이들을 못 본다는 게 제일 아쉽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 사진=정일구 기자 |
“황석정 언니부터 막내 어시들까지 참 좋은 사람들이었다. 특히 20대 친구들과는 학원물 아니면 이렇게 많이 몰려서 촬영을 할 일이 없다. 제가 그 친구들을 챙겼다고 하는데 오히려 후배들이 저를 편안하게 받아들여 줘서 제가 ‘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안)세하가 중간층 역할을 잘 해준 것도 있고. 12명이 이렇게 몰려서 팀을 이룬 건 저도 처음인데, 나이 많은 선배를 진심으로 받아들여 줘서 정말 고마웠다. 진심이다.”
그는 모스트 팀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그들의 장점과 일화를 말했다. 어디 한 명 빠진 사람 없나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기도 했다. 모스트 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영락없는 ‘차선배’인 신동미, 하지만 그는 전작들에서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억척스러운 아줌마부터 얄미운 부잣집 시누이까지 한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역할들로 시청자를 만났다. 이런 ‘변신’들 때문에 한때는 고민이 많았다고 신동미는 털어놨다.
“영화 ‘고산자’를 찍고 있는데 남지현 양이 제가 출연한 단막극을 언급하더라. ‘거기 나 나와’라고 말했더니 지현 양이 ‘거짓말’이라면서 한참을 깜짝 놀라더라. 그런 경험은 정말 많다. 항상 ‘신인’ 같은 느낌, 처음 본 배우 느낌이 있었다. 배우로선 장점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존재감이 없나’하는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예뻤다’는 저라는 배우를 더욱 대중에 인지시켜준 드라마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 사진=정일구 기자 |
확실히 신동미는 ‘차기자’로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켰다. 하지만 그러기 전, 신동미는 팔색조 같은 배우로 장르 막론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약한 ‘베테랑 배우’다. 극의 종류도 단막극부터 주말, 일일드라마까지 안 한 것이 없다.
“지금까지 정말 수많은 작품을 했다. 이렇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욕심이 있다면 요즘 장르적 구분은 많이 허물어졌지만 공연부터 드라마까지 다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하는 거다. 더 바빠지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단 욕심보단 나이가 정말 많이 먹어서도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신동미는 쉴 새도 없이 SBS 일일드라마 ‘마녀의 성’에서 끼 많고 솔직한 공세실 역으로 출연하게 됐다. 시크한 차주영과는 180도 반대인, 또 다른 ‘변신’이다.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작품을 진심으로 즐기는 천상 배우인 신동미. 이런 ‘멋진 언니’의 다음 변신이 기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