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방송 첫 회 7% 벽을 가뿐히 넘더니 3회 만에 수목극 전쟁에서 승기를 쟁취했다. 게다가 10% 돌파를 손쉽게 해냈다. 올해 ‘대박’을 터뜨린 ‘용팔이’의 흥행 아우라가 엿보였다.
16일 오후 방송된 ‘리멤버’는 시청률 11.7%(이하 닐슨코리아 집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수목극 1위로 올라섰다. 경쟁작 KBS2 ‘장사의신-객주2015’나 MBC ‘달콤살벌패밀리’보다 후발주자였지만, 거뜬히 정상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그 저력을 짐작케 한다.
물론 11.6%로 스타트를 끊은 ‘용팔이’와 비교할 때 조금 뒤처진 출발이었지만, 방송 3회 만에 3%포인트 이상 가파르게 상승한 폭은 똑 닮아있다. 17일 방송되는 4회 방송분이 얼마나 탄력을 받느냐에 달려있겠지만, ‘리멤버’의 흥행을 기대케 하는 건 이런 비슷한 행보 뿐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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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
이 작품은 유승호의 제대 후 지상파 복귀작이라는 점과 천만 영화 ‘변호인’의 윤현호 작가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크게 관심을 받았다. 뚜껑을 여니 두 조합은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유승호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서진우 역을 맡아 극 초반부터 시청자 시선 빼앗기에 성공했다. 그는 부족함 없는 연기력으로 극 중 억울한 누명을 쓴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과 절절한 부자지간을 표현했다. 특히 알츠하이머에 걸려 점점 기억을 잃는 아버지를 애타게 바라보면서도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는 보는 이로 하여금 동정심과 공감, 모성애를 유발하기에 적합했다.
반대편에서 극악의 끝을 달리는 남궁민과 독특한 캐릭터로 돌아온 박성웅의 불꽃튀는 연기대결도 볼거리다. 영화 ‘베테랑’ 속 유아인과 유사해보일 거란 당초 우려를 깨버리고 자신만의 성을 구축한 남궁민은 확실하게 갈등 유발자로 떠오르면서 숨도 못 쉴 만큼 강력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반면 박성웅은 유들유들한 조폭 출신 변호사로 등장해 남궁민과 함께 극의 수축과 이완 구실을 해내고 있다. 특히 화려한 패션과 화법, 남궁민‧유승호와 ‘밀당(밀고 당기기)’은 심각하기만 한 전개 속에서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숨구멍이다.
무엇보다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윤현호 작가의 필력이 ‘리멤버’의 가장 힘 있는 기폭제다. 전작에서 유신 정권 변호인의 인간적 고뇌와 서민의 무차별 희생을 그리며 관객을 끌어당겼던 그의 펜 끝은 시대를 21세기로 바꿔 또 한 번 권력층과 서민의 줄다리기에 도전했다. 정의, 양심 등 전작과 동일한 메시지를 담아내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내 시청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처럼 출연진의 호연, 쫄깃한 전개 등 ‘용팔이’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리멤버’는 SBS의 또 하나 효자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과도한 PPL 노출로 인기 행보에 상처를 낸 ‘용팔이’의 실수를 답습하지만 않는다면 그 미래는 밝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리멤버’가 얼마나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