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블루칩인터뷰] 신인 김선웅 “말보단 행동하는 배우 되고 싶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얼굴은 낯선데 자꾸만 시선을 끄는 이들이 있다. 누군지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계의 ‘떡잎’들을 소개하는 코너. 드라마 세 작품 이하 혹은 공백기가 3년 이상인 신인 배우들과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당신, 왜 이제야 나타났죠?’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신인배우 김선웅입니다. 최근 KBS2 ‘부탁해요 엄마’에서 주인공 이진애(유진 분)의 팀원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금세 지나가서 아마 많이 보시진 못하셨을 테지만 전 정말 촬영장이 재밌고 좋아요. 배우는 게 정말 많아서요. 데뷔는 투니버스 드라마 ‘마보이’라는 작품에서 ‘여장남자’로 나왔었는데요. 독특하다고요? 제가 지금 생각해도 그래요.(웃음) 그래도 얼마나 좋아요, 이런 역할 해볼 수 있는 사람 많지 않을걸요.(웃음)

◇ 늘 촬영장은 저의 ‘공부방’인 것 같아요

‘부탁해요 엄마’는 제가 워낙 작은 비중이라 솔직히 말씀드리긴 쑥스러워요.(웃음) 그래도 유진 선배님이나 김미숙 선생님 같은 분들을 실제로 보니 정말 신기해요. 세트 촬영 처음 간 날 처음 본 김미숙 선생님은 어쩜 그렇게 우아하신지. 유진 선배님의 연기는 옆에서 보면 늘 감탄만 해요. 그리고 사실 S.E.S 좋아했거든요.(웃음) 유진 선배님께 용기 내서 ‘정말 예쁘시다’고 말했는데, 선배님께서 ‘아이 엄만데 예쁘게 봐줘서 고맙다’고 웃으시더라고요. 진짜 귀까지 다 빨개졌어요, 너무 부끄러워서. 아직도 황홀하답니다.(웃음)

그리고 현장에서 연기를 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 김미숙 선배님을 보고 느낀 건 작은 것 하나라도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거예요. 주변의 출연자들에도 계속 코치해주시고요. 어느 날은 한 장면을 찍으시고 나서는 ‘여기 다시 한 번만 찍을 수 없을까?’하시더라고요. 사실 작은 장면이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장면이었는데도 그렇게 하시는 걸 보고 참 꼼꼼하게 하시는 구나, 저런 선생님께서도 저렇게 작은 것도 체크하며 하시는데 나도 그냥 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 사진=웨이브온엔터

사실 정말 연기도 많이 배우고 있고, 이런 배운 부분을 응용해서 저도 연기를 하고 싶은데 많은 연기를 할 기회가 없어서 섭섭하긴 하죠. 하지만 전 신인이고, 지금 이런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배우자’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 다양한 작품으로 ‘배우고’ 있는 신인배우

그동안 몇 작품을 하긴 했는데요, 중국드라마인 ‘레전드히어로’라는 작품은 제가 주인공이었어요.(웃음) 8개월 정도를 찍으며 참 오래 했는데요, 전대물이라고 하죠? ‘가면라이더’ 같은 어린이 드라마에요.

처음엔 걱정도 많이 했는데 막상 하게 되니 ‘그래, 내가 드라마에서 이런 히어로를 하지 어디서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타깃이 10대라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연기’를 해야 했어요. 사실적인 감정을 연기하는 것도 좋은 배움이었다고 생각해요.

‘운명처럼 널 사랑해’라는 드라마에서는 카메오로 연기를 했는데요, 왕지혜 선배님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연기였거든요. 카메오 연기가 짧아서 쉬울 줄 알았는데 장면 자체가 임팩트를 확 주고 빠져야 하니 어렵더라고요.

오랜만에 교복도 입어보고 정말 재미만을 위해 연기하는 장면을 한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나중에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한 번 찾아봤는데 어떤 분께서 질문 검색란에 제 사진 올려놓고 누구냐고 묻더라고요. 짧게 나온 거지만 그래도 절 봐주신 분들이 있다는 것에 고무되고 신이 났답니다.

↑ 사진=웨이브온엔터

◇ 조금 특별한 데뷔,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사실 고등학생 때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 그 때부터 연기 트레이닝을 꾸준히 받았고요. 배우 연습생으로도 생활하다 한 때는 아이돌 그룹으로 짧게 생활하기도 했고요. 오랜 기간 연예인을 준비하다보니 데뷔만 하면 뭐든지 다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러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재밌는데요, 제가 한 프로그램에서 여장을 한 게 있었는데 인터넷에 캡쳐된 그 사진을 ‘마보이’ 감독님께서 보시고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역할 자체가 여장남자 캐릭터니까 잘 맞을 것 같다고요. 김소현 양의 첫 주연작이었죠, 그게? 다른 분들에는 그냥 어린이드라마로 보실 수 있지만 제겐 정말 특별한 드라마였죠. 배우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해준 작품이잖아요.

‘마보이’를 하면서 사실 전 정말 재밌었어요. 현장에 있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좀 더 솔직해지자면, 기다리는 것에 지친 것도 있었고요. 저를 보여주고 싶은데 보여줄 곳이 없는 것, 하고 싶은 건 참 많은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 힘든 시간들이 촬영장에서 제 연기를 보여주는 것에서 해소가 되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그 때가 스물 세 살 정도였는데, 어린 나이도 아니었거든요. 참 많은 생각이 있던 때에 연기를 만났는데, 정말 재밌고 ‘이거다’ 싶고. 그러니 당장 도전을 시작했죠.

↑ 사진=웨이브온엔터

물론 배우라는 게 정말 힘든 길이라는 건 저도 알고 있었어요. 쉬운 생각으로 시작한 건 절대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배우는 정말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대일 싸움이잖아요. 하지만 배우를 선택한 건 후회하지 않아요. 다만 후회하는 건 연극영화과에 진학해서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울 걸 그랬다는 정도 뿐이죠. 저의 지난 준비 기간도 절대 ‘날렸다’고 생각 않고요. 연예계에 몸담으면서 참 많은 걸 배웠거든요. 그 시간이 없었으면 지금의 전 없었어요. 이제는 좀 더 자유롭게 제가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만났으니, 정말 이제 열심히 할 일만 남았단 생각이에요.


◇ 정말 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요

요즘엔 정말 하루종일 연기 생각만 해요. 연기는 ‘시작, 땅!’해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최근에 많이 느끼고 있어요. 요즘엔 다양한 표현법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표현법이 굉장히 폭이 적다는 게 연기하면서 느껴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말은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건데 연기에서의 표현법은 그런 면에서는 ‘말’이잖아요. 그러니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보여주려면 더 다양한 표현법을 사용해야한다는 걸 느껴요. 그래서 더 큰 에너지를 쓰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따라해보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표현법을 몸에 담으려고 노력해요. 연기는 참 말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연기를 누구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는데요, ‘그녀는 예뻤다’의 박서준 선배님 정말 팬이에요. 연기에서 ‘정말 엄청나게 연습을 많이 했구나’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김미숙 선생님은 작은 몸짓 하나에서 그 표현법들이 드러나요. 지문에도 없는 행동들로 감정을 본능적으로 표현하시는 걸 보면서 ‘클래스’라는 걸 느꼈죠. 저런 걸 연구하고 내가 표현을 해내야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됐어요.

사실 어떤 배우가 되겠다, 이런 건 아직 없어요. 엄청나게 신인일 뿐이니까 그저 열심히 해야죠.(웃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팬이 조금 있어요. 얼마 전에 오디션에서 떨어졌는데 사실 한 두 번 떨어진 것도 아닌데 그날따라 유난히 마음이 무너져내리더라고요. 위로 받고 싶었나봐요. 제 마음을 트위터에 올린 거예요. 그런데 제가 처음으로 사인을 해준 분이 제게 ‘어디서 뭘 하든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멘션을 보냈더라고요.

오랜 세월 절 지켜봐주신 분들이 아주 조금이지만 있어요.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죠. 뭐가 되고 싶다는 마음보단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절 움직여요. 그래서 더 어떤 오디션에 가더라도 입을 악 물고 하고요. 그리고 제가 어떤 배우가 되겠다, 이런 말들은 결국 제가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그저 말로 끝나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게 있어요.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겐 간절할 수 밖에 없는 꿈, 바로 그게 ‘배우’, 그리고 연기랍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