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영화 ‘내부자들’에서 “여기 이만큼 썰고, 여기 썰고” “청소를 시켰으면 청소만 해주면 되지, 쓰레기를 훔치려고 하느냐”라는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어 극의 긴장감을 한껏 살리면서 관객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이경영, 김홍파, 배성우 등의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그 배우 누구야?”라는 의문을 갖게 한 배우. 바로 조우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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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조우진은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을 통해 데뷔 후 연극무대와 안방극장, 스크린을 오가면서 다양한 작품에서 얼굴을 비추었다. ‘내부자들’을 통해 ‘조우진’이라는 이름을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됐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갈 그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작품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던 그의 모습은 이병헌을 앞지를 정도로 강력했고, 일상 속에도 느낄 수 있는 ‘악인’의 모습이기에 더욱 섬뜩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우진에게서는 여유를 즐기고 낭만을 느낄 줄 아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소중한 것을 다룰 줄 아는 진국이었다.
“산업이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네트워크 발전돼 정보가 넘쳐가는 장점 도 있지만 낭만을 즐길 수는 없잖아요.”
‘낭만’에 대해 입을 연 조우진은 “제가 원래 좀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데 술도 그래요. 수입이 없을 때는 포장마차에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친한 형과 한 잔 하기도 했는데 스피커 대신에 휴대폰 볼륨으로 음악을 듣기도 했죠”라고 말해 그의 감성을 느끼게 했다. 특히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에서 준 원고지 수첩에 자신의 생각을 써 넣으면서 이야기를 늘어놓는 모습은 신중하면서도 생각이 깊은 그의 면모를 드러냈다.
1. 내부자들
‘내부자들’은 연기 뿐 아니라 현장 임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작품이에요, 스태프들의 배려, 수고와 노고에 응답해 여유 있게 서로 편하게 주고받는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느꼈어요. 저는 살갑게 막 다가가지 못하는 스타일인데 선배님들은 정말 작품에는 프로답게 임하고, 또 스태프들 챙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훌륭한 선배들과 만났는데 현장 회식에서든 뒤풀이 친화력 있게 어울리는데 전 좀 잘 안되더라고요.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아직 더 배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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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조상무 역도 냉철한 인물이지만, 조금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임했어요. ‘내부자들’은 연기에 대한 노하우보다 부족한 저에게 배울 수 있는 배움의 장인 셈이죠.
2. 인연
저는 사람을 시간 오래 두고, 오래 만나려고 해요. 사람이란 게 앞 뿐 아니라 옆도 있고 뒤에도 모습이 있잖아요. 많이 만나서 알아가는 시간도 있지만 길게 만나려고 해요. 가끄 부모님께서 ‘그 아직도 만나니’라고 물어보시기도 하는데. 전 인연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요,
최근 ‘내부자들’을 통해서 미국에서 있는 친구가 연락이 됐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만난 친군데 SNS 통해서 제 기사를 봤다고 연락을 했어요. 남자들끼리라 길지 않은 대화를 했는데, ‘너란 친구가 나에게 자랑거리가 돼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는데 정말 감격스러웠죠.
3. 좋아하는 것
제 취미는 독서와 영화보기예요. 영화는 원래 좋아해서 많이 봤고, 책에 빠진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운동으로 땀 흘리고 겨울에도 찬물로 샤워해요. 혈액순환에 좋다고 하더라고요(웃음).
20대 연극을 하면서 텍스트가 있는데 감정이나 의도에 제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 위주에서 난이도도 높이기 시작했죠. 최대한 많이 읽으려고 하는데 활자 중독이 오더라고요.
영화는 최근에 ‘디판’ ‘하늘을 걷는 남자’ ‘스파이 브릿지’ 재밌게 봤고요. 제 인생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 ‘박하사탕’이예요. 처음 극장에서 본 ‘E.T’, 동경을 깊이 있게 만들준 작품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요. 홍콩 영화와 영화 음악도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음악 감독님을 동경하고 있었는데. 모그 음악 감독님과 조영욱 음악 감독님을 뵀는데 정말 반갑더라고요.
4. 무대
기회 닿는다면 다시 하고 싶어요. 드라마할 때는 병행했었는데 영화와 하는 것은 스케줄 때문에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 더 여유가 생기면 다시 하고 싶어요.
5. 좌우명
이동진 영화 평론가 블로그에 있는 글인데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라는 글귀에요. ‘밤은 책이다’에서 나온 말인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6. 안경을 쓰고 안 쓰고 달라지는 분위기, 매력
‘내부자들’ 찍을 때 현장에 급하게 가게 되는 일이 있었어요. 다들 바쁜 분위기였는데 저는 살찐 것을 유지하느라고 무언가를 먹으면서 촬영 대기를 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분장을 하고 다시 현장에 왔는데 촬영감독님이 “언제 왔어”라고 하는 거예요, “아까 왔다”고 하고 옷차림을 설명하니까 놀라시더라고요(웃음).
7. 특기, 관찰력과 성대모사(?)
제가 경북 사대부고를 나왔는데 선생님 흉내를 잘 냈어요. (사투리로 선생님 성대모사 후) 학교 다닐 때 수업 일찍 끝날 때 선생님이 ‘한 번 해봐’라고 해서 성대모사를 하기도 했어요(웃음).
8. 배우가 된 계기
5살 때 ‘E.T’를 보고 연기하는 것에 대해 동경을 하게 됐어요.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기에는 쉽지 않잖아요. 영화가 편하게 접할 수 있고 비디오도 많이 봤어요. 중학교를 가고 자아가 형성되면서 제 동경이 연기를 하게 한 것 같아요. 그렇게 연극영화과를 갔고요. 사실 지금도 끝이 없어요. 구체화 시키고 실천하는 과정이에요.
9.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
사실 생각 안 해 봤어요(미소). 누구와 어떤 작품을 해도 배움의 장이 펼쳐질 거 같아요.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주어진 대로 하겠다는 의지, 유지됐으면 하는 것이 저의 소망이에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