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들의 ‘개국공신’ 김구라가 올해의 대상을 수상했다.
29일 오후 방송된 MBC ‘2015 방송연예대상’에서는 2015년을 빛낸 각종 예능프로그램들의 출연진과 제작진이 함께 만드는 축제의 현장이 그려졌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유재석과 김구라의 ‘대상 대결’이었다. 애초 대상 후보로 알려졌던 김영철과 박명수는 ‘2015 방송연예대상’ 예고에서 등장했으나, 생방송 중 대상 후보는 유재석과 김구라 단 두 명이라고 발표된 것. ‘절대 강자’ 유재석과 ‘대항마’ 김구라의 대결 구도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 사진=방송연예대상 방송 캡처 |
유재석과 김구라는 서로가 진정한 대상이라고 치켜세웠다. 유재석은 “올해 MBC에서 김구라가 많은 것을 했다. 그러니 대상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고, ‘무한도전’이 공로상을 받자 “올해는 제가 대상을 못 받나 봐요”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김구라는 “‘무한도전’은 10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올해가 10주년이다. 당연히 유재석이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대상으로 호명된 인물은 김구라. ‘유느님’ 유재석을 제치고 단독 대상을 차지하면서 이변을 일으켰다. 김구라가 ‘일밤-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무사히 출범시키고, 오랫동안 ‘세바퀴’를 지켰으며, 막바지에 ‘능력자들’까지 파일럿에서 정규프로그램화 시킨 공로가 인정됐다. ‘파일럿’ 요정의 값진 승리였다.
김구라는 마이크 앞에서 “‘무한도전’은 국민예능이라고 하는데, 많은 언론과 시청자의 관심을 받으면서 그 중압감을 이겨내고 있다. 대단하다”며 “같은 예능인으로서 유재석에 경외감을 느낀다”고 유재석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눈에 띄는 것은 평소 자신감 넘쳤던 김구라의 자기고백이었다. 김구라는 “여전히 적지 않은 분들이 제 방송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며 “내가 과거에 했던 잘못들은 평생 반성하고 사죄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막말’로 논란을 빚었던 과거와 ‘독설’로 무장한 자신의 방식에 대해 사과했다.
김구라는 1993년 SBS 2기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으나 2004년 ‘김구라의 가요광장’으로 지상파로 진출하기까지 11년이라는 오랜 무명생활을 거쳤다. 그 사이 그는 인터넷 방송으로 터전을 옮겼고, 거기에서 김구라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 등의 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탔다.
↑ 사진=MBN포토 |
그가 언급한 ‘사죄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그 시절 나왔던 각종 ‘망언’이었다. 아직 당시의 발언들과 똑 부러지지만 다소 거친 그의 진행 방식을 향해 쓴 소리를 해야 하는 시청자가 많다. 김구라는 자신의 과오와 외부 비판들을 ‘대상’을 받는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언급하며 이를 절대 외면하지 않고 평생 마주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며 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구라가 대상을 받으며 자신을 칭한 단어는 바로 ‘방송계의 문제적 인물’이었다. 그는 아직도 ‘문제적 인물’이다. 김구라의 대상 수상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판하고 있고, 유재석의 무관에 불만과 의문을 표하고 있다. 김구라 또한 이런 의견들에 수긍했다. 그의 수상소감에 있는 “이 수상은 내 방송생활을 규정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은, 자신이 진정한 ‘대상감’이라기보다 한 해 노력한 것을 인정해주는 것으로 여기겠다는 속뜻이 담겨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해 실험적인 프로그램들에 앞서서 뛰어들어 인기 반열에 올린 김구라의 도전정신과 노력은 누구보다 빛났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복면가왕’ ‘능력자들’과 같은 과감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에 합류하고 끝까지 함께 하기는 예능인으로서 김구라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새로 시작한다는 부담감과 MC로서의 중압감, 만약 실패했을 때 날아올 화살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것.
이를 이겨내고 늘 전방에 나선 김구라의 행보는 충분히 인상적이었고, 올해 풍성한 장르로 ‘예능 강국’으로 거듭난 MBC에 큰 공헌을 했기에 받을 만 했던 대상이었다. 김구라라는 ‘문제적 인물’의 22년 만의 대상은 도전에 대한 값진 성과였다.
이하 수상자(작) 명단
▲ 대상: 김구라
▲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무한도전’
▲ 최우수상 뮤직토크쇼 부문: 김성주(‘복면가왕’)
▲ 최우수상 버라이어티 여자 부문: 김소연(‘우리 결혼했어요’) 한채아(‘진짜사나이’)
▲ 최우수상 버라이어티 남자 부문: 김영철(‘나 혼자 산다’ ‘진짜사나이’) 하하(‘무한도전’)
▲ 최우수상 라디오 부문: 전현무(‘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
▲ 우수상 뮤직토크쇼 여자 부문: 임지연(‘섹션TV 연예통신’)
▲ 우수상 뮤직토크쇼 남자 부문: 김연우(‘복면가왕’) 황제성(‘섹션TV 연예통신’ ‘우리 결혼했어요’)
▲ 우수상 버라이어티 여자 부문: 김현숙(‘진짜사나이’) 황석정(‘나 혼자 산다’)
▲ 우수상 버라이어티 남자 부문: 김동완(‘나 혼자 산다’) 정겨운(‘진짜사나이’)
▲ 우수상 라디오 부문: 이진우(‘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샤이니 종현(‘푸른밤 종현입니다’)
▲ 인기상 버라이어티 부문: 강예원(‘진짜사나이’ ‘우리 결혼했어요’) 오민석(‘우리 결혼했어요’) 임원희(‘진짜사나이’) 전현무(‘나 혼자 산다’)
▲ 인기상 가수 부문: 엑소
▲ 인기상 뮤직토크쇼 부문: 민호(‘쇼 음악중심’)
▲ 신인상 뮤직토크쇼 여자 부문: 박나래(‘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마이 리틀 텔레비전’)
▲ 신인상 뮤직토크쇼 남자 부문: 김형석(‘복면가왕’)
▲ 신인상 버라이어티 여자 부문: 서유리(‘마이 리틀 텔레비전’) 엠버(‘진짜사나이’)
▲ 신인상 버라이어티 남자 부문: 슬리피(‘진짜사나이’) 육성재(‘진짜사나이’ ‘우리 결혼했어요’)
▲ 신인상 라디오 남자 부문: 서경석(‘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 신인상 라디오 여자 부문: 신봉선(‘윤정수 신봉선의 좋은 주말’)
▲ 올해의 뉴스타상: 곽시양(‘우리 결혼했어요’) 조이(‘우리 결혼했어요’) 초아(‘마이 리틀 텔레비전’)
▲ 베스트팀워크상: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3기
▲ 우정상: 김용건(‘나 혼자 산다’)
▲ PD상: ‘라디오스타’ 김국진, 김구라, 윤종신, 규현
▲ 올해의 작가상: 박원우(‘복면가왕’) 이언주(‘무한도전’)
▲ 베스트 커플상: 육성재, 조이(‘우리 결혼했어요’)
▲ 특별상: 김영만(‘마이 리틀 텔레비전’) 신봉선(‘복면가왕’) 전미라(‘진짜사나이’)
▲ 올해의 작가상 라디오 부문: 이병관(‘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 공로상 라디오 부문: 서천석 원장(‘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 특별상 라디오 부문: 배순탁 작가(‘배철수의 음악캠프’), 신수임 리포터(‘박지윤의 FM데이트’)
▲ 올해의 작가상 시사교양 부문: 장형운 작가(‘다큐스페셜’)
▲ 특별상 시사교양 부문: 차새미 리포터(‘생방송 오늘아침’) 김한석(‘기분 좋은 날’)
▲ 공헌상: 대한민국 육군, 해군, 해병대 사령부
▲ 공로상: ‘무한도전’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