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2016년 예능계는 새로운 ‘예능 강호’를 필요로 하고 있다.
2015년에도 참 많은 예능 스타들이 활약했다. 유재석, 강호동을 필두로, 정형돈, 박명수, 김구라, 이휘재, 김영철, 전현무 등이 방송사를 넘나들며 시청자를 만났다. 이들은 고스란히 각 방송사 연말 시상식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2015년은 ‘유재석의 해’였고, 몇몇 예능인들이 쉴새없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누볐다. 유재석은 벌써 10년 연속 ‘올해를 빛낸 코미디언’ 1위(2010년과 2011년엔 잠시 2위였지만)를 기록하고 있고, 강호동의 대상 후보는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늘 같은 인물들이 강력 후보에 오르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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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몇몇 예능인의 편중된 인기는 물론 베테랑인 이들의 진행 실력과 유명세가 이뤄낸 성과지만, 이는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예능 신성’이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연예인에 ‘포스트 유재석’이나 ‘유재석 대항마’란 명칭을 붙이면 누리꾼 사이에서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돌아온다. 그만큼 아직까지 기존의 인기 예능인들을 위협할 만한 인재를 방송계가 찾지 못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현상이다.
‘예능 신성’의 필요성은 2015년 예능계의 각종 사건, 사고에 의해 더욱 대두됐다. 정형돈의 갑작스러운 방송 하차는 더욱 지금의 ‘예능 불균형’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사건이었다. 정형돈은 불안장애가 심해지자 결국 방송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하기까지 이르렀다. 정형돈 한 명이 빠지자마자 5개의 프로그램이 갈 곳을 잃고 진땀을 흘리는 모습은 지금의 ‘예능 불균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만약 유재석이 갑작스러운 일로 방송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사태는 훨씬 심각해진다. 벌써 몇 개의 프로그램이 존폐의 기로에 설 게 눈에 그려진다.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 한다’는 예능인들의 농담은 예능계가 몇몇 예능인에만 의존해서 생긴 과도한 책임감이 묻어난다. 각 방송사의 핵심 프로그램을 단 몇 명이 모두 이끌어가는 지금의 예능계는 분명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고, 정준하, 김구라, 은지원 등 올해 유난히 많았던 예능 스타들의 병세는 불균형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불균형은 연예인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tvN의 나영석 PD 또한 ‘불균형’의 중심에 있다. 나영석 PD는 현재 tvN의 예능을 온전히 책임지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 ‘신서유기’ 등 벌써 2015년에만 몇 작품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사실상 나영석 PD의 작품을 빼면 tvN의 예능 프로그램 중 쉽게 기억에 남는 것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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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는 이에 대해 일전 인터뷰에서 “물론 부담감이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후배 양성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으며, 자신의 뜻을 함께 해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만큼 후배들의 역량을 올려놓는 것이 목표라고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 PD는 후배들과의 공동 연출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예능인들의 ‘밥줄’인 예능프로를 많이 진행하고, 많이 기획하는 게 뭐가 잘못 됐느냐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의도치 않은 불균형은 예능의 균일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분명 다른 포맷인데 이 프로그램이 저 프로그램 같은 느낌을 주는 건, 출연자가 비슷하거나 제작자 본연의 색채가 남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시청자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예능계의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서는 예능계 스스로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이룰 수 있다. 시청자는 더 이상 단순하게 ‘스타’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 ‘스타’보다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때문에 스타 캐스팅에 몰두하기 보다 색다르고 완성도 있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바로 ‘스타 캐스팅’을 깨고 온전히 콘텐츠에만 집중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음을 보여준 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좋은 콘텐츠’에서 백종원이라는 2015년 최고의 예능 스타가 탄생했듯, 스타들이 만드는 프로그램보다 프로그램이 만든 스타들이 탄생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2016년이다. 예능계가 가진 불균형이 슬슬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고,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예능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기회를 접하지 못한 예능인들이 더 넓은 영역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게 됐다. 과연 2016년에는 ‘새로운 예능 강호’가 나타날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