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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공부 안 하면 대학도 못 가고 이 아저씨처럼 이런 거나 해야 한다"
"…"
주말 오후 한 영화관 티켓 창구. 영화표를 구매한 고객이 같이 온 초등학생 아이에게 한 말이다. 그 관객의 직업이 무엇인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옆에서 듣는 사람은 민망했던 대화다. 직원은 미소로 응대할 뿐, 아무 말도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부터 동아제약 회장 아들의 경비원 노트북 파손, 주차장 직원이나 백화점 매장 직원을 무릎 꿇린 고객들의 갑질 등등. 지난해 을을 향한 갑질은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 잊을 만하면 하나둘 터지는 갑질로 대중은 분노했다.
영화관에서 고객이 알바생들을 대한 위의 사례도 일종의 갑질에 속한다. 인권 모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관 직원들은 이따금 이처럼 폭언과 폭력을 당한다. 서비스 직업을 향한 무언의 멸시도 깔렸다.
직원들은 관객이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뿐인데, 영화관을 가보면 하인 부리듯 하는 사람이 꽤 많다. 이기적인 생각들이다. 물론 일부가 문제다. 본인이 갑이라고 생각하는 부류들 때문에 극장 직원들은 물론 다른 관객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영화관에서 마주한 이기주의적 생각은 또 있다. 영화 보면서 휴대폰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 확인하고 통화까지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불빛에 시선을 빼앗긴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중요한 전화가 왔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최소 미안한 내색이라도 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오히려 더 당당한 이들이 많아진다.
본인을 항상 낮추라고 강요할 순 없지만 남을 위해 한 번쯤 생각하고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기본 에티켓 문제다.
참고로 앞에 언급한 티켓 창구 직원에 대해 극장 측에 확인해 보니 최고 명문대학 중 하나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영화를 좋아해 경험을 쌓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뿐이다. 의연하게 대처한 이 친구가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다.
영화관 관계자는 "예전에는 직원들을 향해 관객들의 태도가 심했지만 지난해 각종 사고가 잦아서인지 일부 이상한
이 기사에 등장하는 영화관 측은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극구 당부했다. 고객이 잘못을 한 사항이어도 극장이 욕을 먹기 십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병신년에는 도가 지나친 갑질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니, 이건 에티켓이자 상식이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