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하늘 "자기중심적이고 예민했던 나…성숙해지면서 변화"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여주인공 진영 役
"연기와 사람에 대한 자신감 생겼죠"
"눈물 흘리는 신, 매번 부담이었어요"
"예비신랑, 든든한 버팀목…온전히 의지"
"배우 일도 사랑하게 됐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상대 배우가 그 작품 캐릭터에 얼마나 어울리는지 따져보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도 상대 배우가 그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막상 선택하기 어렵더라고요. 예전부터 연기를 해오면서 그렇게 대본을 봐 왔죠."
배우 김하늘(38)은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 여주인공 출연 섭외를 받았을 때 반색했다. 색다른 시나리오 내용도 내용이지만, 남자주인공이 정우성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멜로에 미스터리가 가미된 시나리오를 읽어가며 정우성을 대입시켰던 김하늘은 "극 중 남자 주인공인 석원과 정우성 선배는 정말 잘 어울렸고, 어떤 그림이 나올지 궁금하고 기대됐다"고 회상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여주인공으로 수차례 인사했던 김하늘은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작정하고 관객을 울린다. 결혼 전 마지막 멜로에서 정우성과 함께 최적화된 멜로 조화를 선보인다.
교통사고 후,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 지워진 기억보다 소중한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이 담긴 이 영화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석원과 진영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김하늘은 "두 사람의 비밀을 알고 있는 진영 연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기존 시나리오와는 다른 지점이 매력이 있었고, 새로웠어요. 출연하고 싶다고 바로 얘기했는데 막상 연기하려고 들어가 보니 해야 할 것들이 많더라고요. 구성도 다르고, 비밀도 있고, 미스터리한 면도 있으며, 상처도 있는 인물이니까요. 촬영 때, 아무것도 고민할 필요 없는 것 같은 우성 성배의 멍한 표정을 보고 '부럽다!'고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생각해야 했죠. 특히 눈물 흘리는 신은 매번 부담이거든요. 감정신은 현장에 얼마나 적응하고 컨디션이 좋은지에 따라 느낌이 다른데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정우성은 너무 많이 울어 눈물이 안 나오고 머리까지 아팠던 김하늘을 다독인 최고의 파트너였다. 김하늘은 "우성 선배가 안아주며 앞에서 감정을 잘 잡아줬다"고 떠올렸다. 강동원, 장동건, 윤계상, 장근석 등 호흡을 맞춘 다른 배우 중 정우성만이 가진 장점 덕이다. "강렬한 눈빛"이 최적의 멜로 상황을 만들어줬다.

극중 진영은 석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실제 김하늘은 어떤 성격일까. "전 먼저 다가가는 건 못해요. 어릴 때부터 그랬죠. 좀 변하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감이 없긴 해요. 이성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내가 다가갔는데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죠. 저는 소중한 사람이 됐을 때 표현하는 편이거든요."
그러면서 김하늘은 "조금 변했다"는 걸 강조했다. "조금"이라고 표현했지만 과거 만났을 때보다 더 여유로워졌다. 3월 예정된 결혼식 때문일까.
"성숙해지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잖아요. 예전에는 연기가 어렵고 힘들었어요. 외적인 부분이 아니라 연기적인 부분에서 '진짜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고 또 보여 주고 싶은 게 생기니까 자기중심적으로 변하더라고요. 예민해지기도 했고요. 그렇게 하는 게 연기자로서 나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점점 환경도 바뀌고 나이가 들어가며 익숙해지니깐 연기에 대한 자신감, 사람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열어놓은 것 같아요."
물론 결혼을 앞두고 있고, 예비 신랑의 도움도 있었기에 가능하다. 그는 "부모님도 계시고, 매니저도 계시지만 온전히 의지하진 못한 것 같다"며 "카메라 앞에서는 온전히 나 혼자라는 생각에 책임감이 커진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편하고 든든하게 느끼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그런 존재가 생기니 달라졌다"고 좋아했다.

"2016년 시작이 처음부터 좋은 것 같아요. 배우로서 욕심 많은데 '나를 잊지 말아요'도 하고, 중국합작 영화도 곧 개봉하거든요. 사랑스럽고 따뜻한 영화고, 영화 '여교사'라는 작품도 개봉하네요. 개인적으로는 결혼도 있고요. 올해는 여러 가지가 합쳐져서 더 의미 있는 해가 될 것 같아요."
평생을 함께할 남자를 향한 사랑도 사랑이지만, "배우의 일을 사랑하게 됐다"는 표현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김하늘의 미소가 인상 깊었다. 익숙해졌다는 것과는 다른 열정과 애정이 느껴졌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