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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거다. 버스에서, 기차에서 또는 길을 가다가 이상형을 만나 고백하고 행복한 연애를 시작하는 것. 물론 현실에서는 쉽지 않지만, 언젠가 진짜 언젠가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 '그날의 분위기'(감독 조규장)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꾼 판타지 같은 로맨스를 선사한다. 분명 꿈 같은 이야기인 것 같은데 현실감이 녹아 있다. 왠지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관객의 생각을 온전히 지배해 버린다.
부산행 KTX 열차 옆자리에서 처음 만난 남녀. 재현(유연석)은 첫눈에 반한 여자 수정(문채원)에게 들이댄다. 그것도 심하게 들이댄다. "웬만하면 오늘 그쪽이랑 자려고요"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처음 보는 남자가 시답잖은 작업을 걸어오지만 그게 그렇게 싫지는 않은 여자. "전 그런 사람 아니라고요!!"라고 하지만 화를 내는 것 같진 않다. 어느새 끌린 듯하다. 10년 된 남자친구가 있지만 일이 바쁘다며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은 권태기이기 때문일까. 젠틀해 보이진 않는데 보면 볼수록 끌리는 남자. 남자도 지치지 않고 여자에게 작업을 건다.
스포츠 에이전트인 남자는 유명 농구선수의 NBA 계약 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화장품 업체 직원인 여자는 이 농구선수의 모델 계약을 위해 부산으로 떠난 상황. 둘은 이 선수를 찾기 위해 여러 곳을 다닌다. 이유가 그럴듯하다. 그러면서 여자의 마음이 조금씩 흔들린다. 남자는 원나잇에 성공했을까. 여자는 그를 받아들일까.
'그날의 분위기'는 하룻밤 연애에 대한 남녀의 생각 차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물론 모든 사람의 의견을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과거와는 변화된 연애론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전한다.
말초 신경을 자극할 소재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오히려 진정한, 진지한 사랑이다.
연애에 대한 생각을 놓고 치열하게 말다툼을 하는 두 남녀는 어느새 서로에게 빠져 버린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중요하다. 영화는 그 행동들이 오롯이 드러나 있다. 그래서 분명 판타지 로맨스임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뻔할 수밖에 없는 결말이지만 그리 뻔하지 않게 그리려 노력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문채원의 사랑스러운 연기가 유독 돋보인다. 연기 아닌 자연스러움이 가득 묻어난 모습과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남성 관객을 자극한다. 문채원은 지난해 영화 '오늘의 연애'에 이어 또 한 번 최적화된 로맨틱 코미디 장르 여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유연석 역시 자신감 넘치는 스포츠 에이전트로 멋을 뽐낸다. 두 사람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원나잇을 소재로 했으나 두 배우에게 망가졌다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예쁘고 귀엽게 그려졌다. 질투 날 정도로 잘 어울린다. 유연석의 직장 동료로 나오는 조재윤이 이따금 전하는 재미는 덤이다. 중반 이후 늘어지는 속도 전개는 아쉬운 지점이다.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14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