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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희준(37)은 호감형이다. 개성 있는 얼굴로 사랑을 받아 오고 있다. 유쾌하고 말도 잘한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러브콜도 쏟아지고, 최근에는 모델 이혜정과 4월 결혼한다고 발표해 축하 세례를 받는 등 행복한 일들의 연속이다.
배우가 여러 감독에게 출연 제의를 받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희준은 영화에서 계속 악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해무'에서는 욕정만 채우려다 죽는 선원으로 '비호감'이 됐다.
1주일 간격을 두고 동시 출격하는 영화 '오빠생각'(21일 개봉)과 '로봇, 소리'(27일 개봉)에서도 악역이다. 부모 잃은 아이들을 데려다가 앵벌이 시키는 갈고리 역과 추락한 위성 로봇을 데리고 잃어버린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 이성민을 저지하는 국정원 직원 역으로 주인공들과 대척점에 선다.
이희준은 13일 영화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감독님들이 내가 이런 악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좋은 말씀들을 해주신다. '처음부터 이 캐릭터는 희준씨를 놓고 썼다'고 하는데 마음이 끌리더라. 또 이유 있는 악역이라는 말에 혹한다"고 개의치 않아 했다.
연달아 두 작품에 악역으로 나오는 건 개봉 시기가 우연히 겹치게 된 것뿐이다. 이희준은 '로봇, 소리'에 참여해 촬영하고 있는데 '오빠생각'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3~4번 거절했지만 마음을 사로잡히고 말았다. "6.25를 겪었던 그 시대에 살았음직 한, 그 어려웠던 환경이 만들어낸 인간을 만들고 싶다"는 감독의 말에 끌려 승낙했다. '로봇, 소리' 측에 양해를 구하고 '오빠생각'에 참여한 이희준은 "갈고리 캐릭터에 이해되고 공감되니 아이들을 때리는 장면을 더 넣자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로봇, 소리'의 국정원 직원도 이해가 됐다. 깐깐하고 재수 없어 보이지만 인간적인 모습도 있다. 그의 휴대폰에 저장된 '엄마'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이 오는 나름 약한 존재다. 비록 그런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신이 편집돼 관객은 이희준이 맡은 인물에서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없을 테지만, 이희준은 "우리 주위에 이런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몰입했다. 그는 "무턱대고 계속 악행을 하는 악역은 싫고 거절한 경우도 있다. 내가 맡아 연기를 하게 된 캐릭터들은 무작정 나쁜 인물만은 아니다"고 대변하며 "물론 내가 주인공이 아니기에 많이 편집된다는 걸 이해한다. 내 역할이 극 중에서 잘 설명이 안 되고 편집되는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감독님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웃었다.
이희준은 공교롭게도 다음 작품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이희준은 "'로봇, 소리' 속 국정원 요원이라는 직업에 충실한 것처럼 이번에도 직업에 충실한 인물"이라며 "결혼 자금에 보태기 위해 한 작품에 더 출연하고 결혼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예비 신부 이혜정은 이희준의 악역을 싫어하지는 않을까. "아니요. 제가 이런 역할 하는 걸 재미있어해요. 제 이야기와 제 캐릭터, 영화에 대해서 존중해주죠. 대화가 통화고 서로를 존중하니 이해가 되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결혼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웃음)"
"아무래도 몇 작품 더 악역으로 관객을 만날 것 같다"고 한 이희준이지만, 멜로 연기를 향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언젠간 꼭 하고 싶어요. 정우성 선배가 있어서 당연히 안 되겠지만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 같은 작품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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