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각 방송사의 설특집 프로그램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콘셉트 겹치기’가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5일 진행된 MBC 설특집 프로그램 ‘듀엣가요제’의 기자간담회에서 강성아 PD는 “‘듀엣가요제’는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 다시 하기로 계획을 잡고 있었다. 타사에서는 이걸 우리가 다시 할지 몰랐던 것 같다. 듀엣 콘셉트의 설특집 프로가 많아져서 부담스럽긴 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는 SBS 설특집 ‘판타스틱 듀오-내 손에 가수’(이하 ‘판타스틱 듀오’)를 두고 하는 말이다. ‘듀엣가요제’는 지난 해 MBC에서 추석특집으로 진행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당시 7%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정규 프로그램 티켓을 거머쥘 파일럿 포맷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랬던 ‘듀엣가요제’는 올해 ‘판타스틱 듀오’와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사실 일반인과 가수가 콜라보레이션을 이뤄 듀엣 무대를 이룬다는 ‘판타스틱 듀오’의 포맷은 ‘듀엣가요제’와 다를 바 없다. 지난 추석 ‘듀엣가요제’의 MC로 나섰던 방송인 전현무가 이번 설엔 똑같은 포맷을 가진 SBS ‘판타스틱 듀오’의 MC로 나서기 때문에 그 기시감은 더욱 크다. 어떻게 보면 MBC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MBC의 ‘타들어가는’ 마음은 이미 이런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 대표적인 예로는 MBC ‘아빠, 어디가’를 들 수 있다. ‘아빠, 어디가’는 육아 예능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지만, 육아 예능 왕좌를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론칭 당시 비슷한 포맷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이휘재 쌍둥이, 송일국 삼둥이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승승장구하게 됐다. 원조였던 ‘아빠, 어디가’는 내리막길을 타다 종영을 맞게된 것과 판이한 행보다.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이란 법칙을 가진 예능계에서 ‘원조’란 이름은 통하지 않는다. 이미 경험을 통해 이 뼈아픈 교훈을 깨달은 MBC는 더욱 포맷 유사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듀엣가요제’ 측은 “한 발 먼저 내딛었기 때문에 더 풍부한 노하우로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지지만, 어딘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사진=판타스틱듀오 티저 영상 캡처 |
올해 ‘설특집 전쟁’은 지난해보다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5년 MBC가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복면가왕’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성공적으로 간판 예능 자리에 안착시키면서 ‘예능강국’으로 부활한 전적이 있기 때문. 이를 지켜본 SBS와 KBS는 지난 추석보다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격적으로 론칭하고 있다. 올해 설특집에 각 방송사 예능국이 사활을 걸었다는 소문이 풍문은 아닌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예능강국’ 타이틀 방어전에 나서는 MBC는 ‘내 텃밭 지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육아 예능의 왕좌를 빼앗긴 현실이 음악 예능에서도 재현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이야 ‘복면가왕’이 화제성과 완성도를 겸비한 최고의 음악 예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언젠가 이와 비슷하지만 부족한 점을 보완한 프로그램이 다른 방송사에 생겨나 시청층을 고스란히 뺏길지도 모를 일이다.
트렌드에 예민한 예능계에서 소재가 비슷한 포맷을 가진 프로그램은 한둘이 아니다. 특히 설이란 특정 기간에 몰린 각 방송사 특집 프로그램들은 더욱 비슷한 분위기나 포맷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기존의 프로그램들은 ‘원조’를 내세우기보단 지금의 시청층을 더욱 탄탄하게 하기 위해 프로그램 내에서 더욱 시청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계속적인 변화를 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뺏기지 않으려면, 더 나아져야 한다. 잔혹한 예능계는 그게 바로 ‘법칙’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