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거장들에 의해 끊임없이 언급되는 영화 ‘순응자’를 46년 만에 극장에 개봉시킨 수입, 배급사는 영화사 백두대간이었다. ‘순응자’의 뒤를 이어 앞으로도 백두대간은 미개봉 혹은 거장 감독들의 영화를 재개봉할 계획이다. 이런 백두대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백두대간이 처음에 예술영화관을 시작했을 때도 최신작을 상영하진 않았어요. 개관해서 예술 영화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관객을 조성했죠. 그때도 최신작품은 아니고, 해외 걸작이지만 소개가 안 된 영화들을 소개했어요. 몇 년 전에는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 작품도 쭉 개봉을 했었죠. ‘순응자’도 그런 거에 속하는데, 죽기 전에 봐야하는 영화 1001편이라는 책에도 소개됐지만 아직도 관객들이 보지 못하는 작품들이 많아요”
백두대간이 앞으로 소개한, 앞으로 소개할 영화들은 바로 그런 거장 감독들의 영화다. 수입, 배급사로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고전 영화를 골라서 상영하려는 이들의 행보엔 어떤 뜻이 담겨져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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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찾다 보니, 영화제에서 수상했던 수상작인데 개봉이 안 된 것들이 있더라고요. 영화사(史)에 남을 걸작인데도 개봉이 안 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하지만 영화 편수가 너무 많고, 볼 수 있는 채널이 많다보니 양은 많은데 질적인 면에서 좋은 작품을 골라 보는 게 힘들잖아요. 최신작도 좋지만 오래됐는데 새롭고 촌스럽지 않으면서, 지금 봐도 뛰어난 작품들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죠”
“거장 감독들을 말할 때, 그 감독들의 모든 영화가 소개되진 않았어요. 그래서 감독의 전작을 보여주는 게 한 영화사에서 흐름을 이어가면서 소개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순응자’가 46년 만에 개봉했지만 이 영화를 보기는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전국에서 ‘순응자’를 상영하는 상영관은 서울(아트하우스 모모, 아트나인, 아리랑 시네센터), 인천(영화공간 주안), 대구(동성아트홀), 전북(전주 디지털 독립영화관), 경북(안동 중앙시네마), 부산(영화의 전당)까지 총 8곳이다.
“SNS에서도 ‘순응자’를 보고 싶은데 많이 (상영을) 안 한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또 멀티플렉스에서 개봉을 해도 좋은 시간대에 배정이 안 되고 쉽지도 않죠.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까요(웃음). 자본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홍보를 많이 못하지만, 예술영화를 아끼는 관객들이 찾아서 보신다면 이익을 바라기보단 큰 손해를 안 보는 정도로 만족하는 거죠.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작품을 상영하면서 영화학교를 진행했었는데, 예술 영화를 아끼고 더 알고 싶어 하시는 분들에게 장을 마련해 드리는 게 저희가 기획하려고 하는 부분이죠”
그렇다면 예술 영화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미개봉, 재개봉 걸작 영화들은 어떻게 어필돼야할까. 일반 영화와는 또 다른 홍보 방법을 지닐 수밖에 없다. 또한 일반 관객들이 거장 감독들의 영화를 보다 쉽게 받아드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순응자’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택시’ ‘대부’를 탄생시킨 걸작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죠. 최근 작품들도 ‘순응자’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어서,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에 다른 영화의 영향 받은 작품을 언급하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박찬욱 감독이 영향을 받았다고 했듯이, 한국영화의 스타일이 (거장감독의 영화) 여기서 유래 됐다는 걸 보시면서 또 다른 느낌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작품들이 하나하나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엮여있거든요. 그렇게 영화를 보면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