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백인 잔치’일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집어엎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아카데미는 논란에 대해 피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에 대해 정면 돌파했다.
28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는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날 시상식은 코미디언 겸 배우 크리스 록이 제 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어 두 번째로 사회를 맡아,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이야기가 무대에서 펼쳐 치며 전 세계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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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미국 LA)=AFPBBNews |
이날 가장 큰 이슈로 작용한 부분은 ‘백인 잔치’라고 조롱받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흑인 언급이었다. 처음으로 등장한 사회자 크리스 록은 흑인으로서 이번 시상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 “보이콧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내가 실업자인데 어떻게 일을 그만 두냐. 실업자에게 그만두라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사회를 안 보더라도 아카데미 시상식은 열릴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케빈 하트에게 일자리를 넘겨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센스 있는 말로 시작했다. 계속해서 웃음과 함께 뼈있는 일침을 던지던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들은 기회를 원한다는 것이다”라고 모든 논란에 대해 흑인으로서 대표로 입장을 정리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시상식에는 지난해 피자 배달원에 이어 흑인 걸스카우트가 등장해 또 한 번 백인잔치에 대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돌파했다. 걸스카우트들은 쿠키를 들고 다니며 시상식에 참석한 이들에게 판매했고, 그 결과 6만5000달러를 얻을 수 있었다. 걸스카우트들이 모두 흑인으로 등장했다는 부분도 논란에 대해 직접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부분이라고 보여졌다.
이어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선보인 영화 속 장면을 인용한 영상에도 이 논란에 대한 부분을 계속해서 언급했다. ‘대니쉬걸’ ‘레버넌트’ ‘마션’ ‘조이’ 속 한 장면을 통해서 흑인들을 등장시키며 논란에 대해 피하지 않고 이를 전면에 등장시켜 센스 있는 연출을 선보였다.
또한 그래미 시상식을 연상시키는 가수들의 축하공연도 이어졌다. 가장 먼저 샘 스미스는 ‘007 스펙터’의 OST ‘라이팅스 온 더 월’(The Writing’s On The Wall)을 선곡해 깔끔한 목소리로 돌비극장을 채웠다. 이어 위켄드(The Weeknd)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OST ‘언드 잇’(Earned it )으로 그래미 시상식에 버금가는 가창력을 뽐냈다. 레이디 가가 또한 영화 ‘더 헌팅 그라운드’의 ‘틸 잇 해픈스 투 유’ 무대를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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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미국 LA)=AFPBBNews |
특히나 한국 관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던 이병헌의 등장은 이날 시상식 후반부에 이뤄졌다. 그는 여배우 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무대에 올라 유창한 영어 솜씨를 뽐내며 외국어영화 부문 시상에 나섰다. 한국인이 최초로 아카데미 무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날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개최 전부터 말도 탈도 많았었다. 인종이 차별받는 시상식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며 ‘모두의 축제’로 마무리를 지은 듯 보인다. 하지만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보여줬던 센스를 다음 시상식에선 다양한 인종의 지구촌 축제로 만들 수 있는 발판으로 삼길 바라본다.
한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일명 ‘오스카상’이라고도 하며,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