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소외는 이웃 삶 재조명..잔잔한 웃음에 진정성까지
▶ 방방곡곡 전국구 활약
▶ ‘버럭 경규’, ‘효자 경규’ 되다
‘쿡방’이 예능 트렌드인 시대다. TV 채널만 돌리면 셰프 천국이다.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아닌데도 ‘먹방’은 필수 삽입 장면이 된 분위기다.
일부 시청자는 그러나 피로감을 느낀다. 지난 달 17일 첫방송된 otvN ‘예림이네 만물트럭’은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재조명하며 안방극장을 환기시키고 있다. 따뜻하고 정겹다.
개그맨 이경규와 그의 딸 이예림, 가수이자 작사가 유재환이 출연한다. 이들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트럭을 끌고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가 시골 어르신들의 말동무도 되어주고 잔일거리를 해결해준다.
물건을 팔아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람이 그리운 이들과 나누는 정이다. 결코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시골 어르신들에게 ‘만물트럭’과 3인방은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다. KBS 장수 예능 ‘1박2일’이나 ‘전국노래자랑’의 인기 롱런 비결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2일 방송된 3회에서 3인방은 새롭게 단장한 만물트럭을 끌고 전라남도 목포의 한 마을을 찾았다. 이곳 역시 인적이 드문 오지마을이었는데, 3인방이 도착하자 어르신들은 격한 반응을 보이며 세 사람을 반겼다.
남편 혹은 아내를 여의고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대다수였다. 그럼에도 슬퍼하거나 우울한 모습 없이 담담하게 인생을 이야기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삶의 연륜을 엿보게 했다.
무엇보다 6.25전쟁 한복판에서 살아온 할아버지의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 소속이었던 할아버지는 세 살 배기 딸과 가족을 두고 귀순을 결정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아온 할아버지의 고백은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이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예림이네 만물트럭’은 인적이 드문 시골 오지마을을 찾아간다는 콘셉트로 전형적인 ‘착한 예능’을 표방했다. 특별할 것 없어도 웃음과 감동 이상이 있다. 소소한 어르신들의 삶부터 우리네 평범한 이웃의 사연까지 폭넓게 조명하며 ‘착한 예능’의 또 다른 지평을 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경규 이예림 부녀가 있다. 이들은 지난해 방송된 SBS ‘아빠를 부탁해’에서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부녀의 모습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만물트럭에 탑승한 이들은 가족이기에 카메라가 자신을 비춘다 한들 연기를 하지도,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만물트럭’의 주인공은 이경규 부녀와 유재환이 아닌 오지마을 사람들, 그들의 사연이 된다. 이경규 부녀는 그들이 가진 특유의 친밀함으로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리액션 부자’ 유재환은 이야기에 살을 붙인다.
‘빵’ 터지는 자극적 입담은 없다. ‘버럭 경규’는 ‘효자 경규’가 돼 예림이와 함께 세상을 다시 배우고 있다. ‘쿡방’도 거의 없다. 있다면 3인방에게 고마웠던 할머니가 손수 밥상을 차려준 정도.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쌀밥 한 공기가 여느 화려한 요리보다 군침을 돌
앞서 이경규는 첫 촬영을 마친 후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힘들지만 보람도 있고 진정성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진정성을 기반으로 묻어나는 소박한 웃음과 감동을 실어 나를 ‘예림이네 만물트럭’이 앞으로 또 어떠한 이야기로 시청자를 찾을지 기대된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