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서민교 기자] ‘응답하라 1997·94·88’ 시리즈에 이은 ‘시그널’. 더 이상 케이블채널의 한계는 느껴지지 않는다. tvN이 내놓는 드라마는 어느새 흥행 보증수표가 됐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작 향기가 풍긴다. ‘치즈인더트랩’ 후속인 새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연출 김홍선·극본 류용재·이하 ‘피부사’)의 흥행을 예고하는 휘파람 소리다.
‘피부사’는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끝까지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위기협상팀’과 시대가 낳은 괴물 ‘피리부는 사나이’의 대립을 그린 작품이다. 이 대립 과정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해법은 무력이 아닌 소통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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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사’는 지난 7일 첫 방송서 흥행의 휘파람이 울렸다. 설렘과 기대를 저버리고 논란 끝에 막을 내린 ‘치즈인더트랩’의 답답한 아쉬움을 날릴 반가운 소리다. 1화만으로도 ‘피부사’는 마지막 2화를 남긴 ‘시그널’과 협상이 가능한 신호 체계가 잡힌다.
◇ 소재의 신선도+극본의 특급연출
대한민국 수사물에서 협상가는 왠지 낯설다. 과학수사가 꽤 친숙해졌지만, 무대포식 수사방식이 더 어울린다. ‘협상’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소재다. ‘피부사’는 이런 이색적인 소재를 탄탄한 스토리 전개로 연출해냈다.
‘피부사’에서 펼쳐질 협상가의 긴박한 목소리는 ‘시그널’의 무전기에 울리는 음성과 같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그널’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잇는 ‘피부사’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소통이다. 어쩌면 기획 의도의 출발 선상이 동일하다.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긴박함도 닮았다. 끊임없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프로파일러와 협상가의 코드도 엇비슷하다. ‘시그널’이 아날로그 방식의 혼용이라면 ‘피부사’는 미래지향적 디지털이다.
확실한 차이는 있다. ‘피부사’는 총성을 거부한다. ‘시그널’처럼 얽히고설킨 복잡한 수사물도 아니다.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분노의 벽을 허물고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길을 모색하는 ‘치유 수사물’이다. 과거 미제 사건이 아닌 1분, 1초의 시간을 다투는 현재 사건을 푸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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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배우들의 소환
‘아, 영화 같다!’
‘시그널’과 ‘피부사’의 첫 방송을 본 시청자 반응의 공통점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드라마의 전개가 마치 영화 기법처럼 펼쳐졌기 때문이다.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의 탄탄한 구성과 스피드 전개는 물론 스펙터클한 배경도 한 몫 거들었다.
하지만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듯 명품 배우들의 존재감이 극의 완성도와 몰입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차지했다.
‘시그널’은 김혜수와 조진웅, 이제훈 등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더 익숙한 배우들을 안방에서 만나는 기회는 참으로 유쾌했다. 친숙하지 않은 듯 익숙한 배우들의 열연은 드라마를 끌고 가는 힘이었다.
‘피부사’도 마찬가지다. 신하균이 2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작품이다. 신하균 역시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더 어울리는 배우다. 믿고 보는 배우의 기대는 낯선 소재의 불안함을 한 방에 날렸다. 신하균이 아닌 협상전문가 주성찬에 빠져버리는 시간은 70분이면 충분했다.
아직 본색을 드러내지 않은 유준상 등 명품 배우들의 연기력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조윤희도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조재윤도 씬스틸러로서 손색이 없다. 특히 첫 방송에서는 성동일이 카메오로 특별출연해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마치 ‘시그널’의 손현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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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물 흔드는 감성 자극제
‘시그널’은 정통적인 수사물이다. 1970~80년대 대표적인 수사실화극인 ‘수사반장’을 연상케 하지만, 세련된 연출 방식을 추구했다. 단순한 수사물이 아닌 ‘감성 자극제’를 첨가해 다양한 코드를 절묘하게 섞었다.
김혜수와 조진웅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과 이제훈의 처절한 형제애가 담겨 있다. 비리에 물든 권력과 맞서는 갈등 속에서 더 애절하게 다가온다.
‘피부사’에서도 그 감성을 자극한다. 일촉즉발의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감성 자극제를 뿌릴 참이다.
‘피부사’가 제시한 갈등 해결에 대한 해법은 바로 ‘협상’이다. 협상은 곧 소통이다. 김홍선 PD와 류용재 작가는 “총이나 무력이 아닌 한 마디 말로 해결하는 것, 그것이 진정성 있는 소통”이라고 말한다.
첫 방송에서는 냉철한 기업 협상전문가로서의 신하균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피부사’가 표방하고 있는 인물은 카메오로 출연한 성동일의 모습이다. 진심어린 대화로 분노의 벽을 허물고,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길을 모색하는 치유 드라마의 방향성이다.
안타깝게도 전작인 ‘치즈인더트랩’은 엄청난 화제성을 갖고도 논란 끝에 실패한 드라마로 남았다. 문제의 발단은 제작진과 원작가, 배우와의 소통의 부재가 만든 갈등이었다.
후속작 ‘피리부는 사나이’는 그 소통의 매개체로 치유의 협상을 시작했다. ‘시그널’에서 엿볼 수 있는 대작의 향기를 풍긴 ‘피부사’의 강렬한 휘파람 소리에 이미 전작의 상처는 치유되고 있는 듯하다.
서민교 기자 11coolguy@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