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죠스’ ‘인디아나 존스’ ‘비긴 어게인’ ‘겨울왕국’ ‘보디가드’ ‘라붐’ ‘사랑과 영혼’ ‘록키’. 제목만 나열해도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검은 사제들’의 김태성 음악감독은 좋은 영화음악을 “듣기만 해도 장면이 절로 떠오르는 노래”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던 영화들은 그의 말대로 장면과 음악이 연결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영화음악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 ‘미녀는 괴로워-마리아’
‘미녀는 괴로워’는 2006년 개봉한 김용화 감독의 영화다. 뚱뚱하지만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한나(김아중 분)의 성형을 통한 성공기를 다뤘다. 이 영화는 600만 관객 동원, 역대 45위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흥행 성공을 넘어 음악을 주제로 한 한국영화가 큰 사랑을 받았다는 것에 의미가 깊다. 한나가 부르던 ‘마리아’ ‘별’은 개연성 있게 영화 곳곳에 배치되었고 노래의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Don’t Let Me Be Misunderstood’
김지운 감독의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하 ‘놈놈놈’)은 2008년 개봉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한 영화에 뭉친다는 것으로 화제가 됐고 누적 관객수 6백만, 역대 37위라는 큰 성공을 거뒀다.
송강호의 익살스러운 총격 신, 이병헌의 완벽한 복근, 이정재의 외모만큼이나 대표성을 띄는 것은 영화 후반부에 펼쳐진 황야의 추격전이다. 주인공들은 만주벌판을 배경으로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추격전을 벌였다.
‘돈 렛 미 비 미스언더스투드’(Don’t Let Me Be Misunderstood)는 그런 그들의 총격전을 더욱 박진감 넘치게 만들었다. 본래 산스타 에스메랄다(Santa Esmeralda) 원곡이었으나 달파란과 장영규가 더욱 맛깔스럽게 버무렸고 영화 속 황야의 분위기를 더했다.
◇‘아저씨-Dear’
2010년은 그야말로 ‘아저씨’의 열풍이었다. 누적관객 617만, 역대 42위를 기록했으며 브라운관에는 수많은 패러디들이 이어졌다. 원빈의 통쾌한 액션, 김희원-김성오의 섬뜩한 연기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고 이는 엔딩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 묵직함 의 정점, 크레딧이 올라가며 울려퍼진 것은 바로 매드 소울 차일드(Mad Soul Child)의 ‘디어’(Dear)였다. 쓸쓸함과 매드 소울 차일드의 독특한 음색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드보이-The Last Waltz’
한국 영화 역사상 많은 이들이 최고로 꼽는 것은 단연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다. 이유를 모른 채 갇혀 지낸 오대수(최민식 분)가 자신이 감금된 이유를 알아내는 과정을 담았다. 누적 관객수 326만을 기록했으며 한국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타이틀곡인 ‘더 라스트 왈츠’(The Last Waltz)는 심현정 작곡가가 영화를 위해 만든 순수 창작곡이다. 이 노래는 ‘올드보이’ 엔딩 부분에서 미도의 “사랑해요 아저씨”라는 대사로 시작, 열린 결말의 여운을 더욱 진하게 만들었다.
이 노래는 미도의 테마인 동시에 ‘올드보이’의 테마가 됐다.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인물이 폐쇄된 공간에 갇히거나 난관에 봉착하면 울려퍼지며 오대수를 연상케 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범죄와의 전쟁-풍문으로 들었소’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최민식-하정우 주연의 느와르영화다. 2011년 누적관객 472만 명으로 역대 73위를 기록했다. 비리 세관 공무원 최익현(최민식 분)이 부산의 건달 최형배(하정우 분)을 만나 세력을 확장하며 겪는 갈등과정을 그렸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되었음에도 “살아있네” “불 한번 붙여봐라”와 같은 대사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패러디됐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80년 대 인기 그룹 함중아와 양키스의 곡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현대적인 사운드로 재해석해 세련된듯하면서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80년대부터 1990년 노태우 정권의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기 전까지다. 이 노래는 최형배와 최익현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받기 전 많은 부를 쌓으며 승승장구 할 때 울려퍼진다. 영화에서 가장 통쾌한 부분과 함께한 이 노래는 ‘범죄와의 전쟁’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이 외에도 ‘접속-어 러버스 콘체르토’(A Lover's Concerto), ‘왕의 남자-인연’, ‘엽기적인 그녀-아이 빌리브’(I Believe), ‘건축학개론-기억의 습작’, ‘클래식-너에게 난 나에게 넌’ ‘국화꽃 향기-희재’ 등이 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