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B급’이란 단어는 B급 드라마, B급 음악, B급 상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B급’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것은 바로 영화가 아닐까. 팟캐스트에는 영화의 특별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B급 영화를 집중적으로 분석해주는 방송이 잇다.
‘배드 테이스트’는 닥두, 정신병자, 파고, 스탠리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이다. 그들은 모두 40대 남성으로 B급 영화에 대한 설명은 물론, 과거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며 청취자들과 호흡하고 있다.
“제가 먼저 기획하고 나머지 세 사람에게 제안했어요. 모두들 약 15년 정도 전에 영화 동호회를 통해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가 서로 직장생활에 억매이면서 거의 10년을 넘게 보지 못했죠. 그러다가 삶이 너무 무료하고 재미가 없어서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옛 동호회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고, 팟캐스트까지 하게 됐습니다.”(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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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저희들이 다 B급 영화들을 좋아했어요. 게다가 A급 영화들이야 여전히 여러 매체에서 다루고 있잖아요. 심지어 팟캐스트에서 조차도 수많은 A급 영화들을 다루는 방송들이 존재해요. 우리가 많이 봤고, 가장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영화들이 B급 영화들이었죠. B급 영화들은 A급 영화들에 비해 자본의 논리에서 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다양한 소재와 상상력이 가미된 영화들이 많아요. 보다 많은 담론들이 창출되기도 합니다.”
‘배드 테이스트’ 1부에서는 신각 극장 개봉작 소개와 리뷰, B급 영화를 추천한다. 메인 콘텐츠 2부는 감독 혹은 테마를 선정해 집중 분석한다. 1부에서는 청취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게하고 2부는 다소 집중도가 필요한 내용을 다룬다. 이는 방송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였고 ‘배드 테이스트’가 영화 카테고리 상위권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사실 1부는 보다 대중적인 영화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미끼 방송이에요. 그리고 아무래도 영화 마니아들이 많이 듣는 방송이다 보니 2부에 주로 집중을 하는 편이죠. 영화 선정에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그냥 소개하고 싶은 작품과 감독들을 그때그때 상의해서 소개해요.”
‘배드 테이스트’ 멤버들의 열정은 방송에서 그치지 않았다. B급 영화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책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소홀하게 다뤄졌던 작품들과 작가들은 그들의 손과 입으로 차근차근 정리되어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될 예정이다.
“방송이 좀 매니악하다보니 대중적으로 크게 인기를 얻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실제 순위가 급상승하기 시작한 것도 한, 두 달 밖에 되지 않았고. 하다보면 언젠가 영화 마니아들이 모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모였어요. 많이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급영화는 본래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만들었던 저예산영화를 뜻했다. 하지만 이제 메이저 영화사에서는 볼 수 없던 창작물을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문화가 됐다. 익숙하지 않지만 매력적인 B급 영화, ‘배드 테이스트’와 함께 한다면 조금 더 쉽고 유익할 것이다.
* ‘배드 테이스트’
2015년 8월26일 ‘바디 스내쳐와 전체주의의 망령’로 첫 방송. 2016년 3월7일 ‘장르 영화의 대부 존 카펜터’까지 휴식기 없이 방송 진행 중. 주2회 업로드.
*‘팟캐스트’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성한 신조어다. 주로 비디오 파일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팟빵’ 어플리케이션으로, 애플 기기에서는 ‘Podcast’ 앱으로 즐길 수 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