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11년 전 영화 ‘제니주노’에서 단발머리를 찰랑이며 톡톡 튀는 개성을 뽐냈던 배우 박민지. 그는 오랜 세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제니’로 살았다. 하지만 2016년엔 다르다.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를 통해 이젠 그 누구가 아닌 배우 박민지로 우뚝 섰으니.
박민지는 ‘치인트’에서 주인공 홍설(김고은 분)의 절친한 친구 장보라로 출연했다. 친구 홍설을 위해서라면 언성 높이는 것도 불사하는 정의감 넘치는 캐릭터다. 박민지는 “오디션 보기 전에 웹툰도 보고 캐릭터 설명도 다시 봤는데 ‘이건 나야’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든든하게 챙겨주는 타입이다. 실제로 친한 친구 중에 홍설 같은 친구가 있다. 평소에 그런 내 모습이 장보라에 많이 반영됐다. 장보라 같은 친구? 좋긴 한데 전 저 스스로도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스타일이라.(웃음) 오히려 홍설 같이 차분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상의할 수 있는 친구가 더 좋다.”
그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워너비 친구’로 등극한 것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박민지는 “시청자들이 장보라를 너무 오지랖 떠는 캐릭터로 받아들이실까봐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워낙 화제작에다 사전제작이기도 해서 걱정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아무리 자신감을 가지고 한다 해도 배우는 스스로의 연기에 항상 아쉬움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제 연기를 바로 볼 수 없으니 첫 방송 전에는 우려가 많았다. 장보라가 자칫 ‘싸움닭’처럼 보일까봐 걱정도 됐고, 친한 친구로서의 임팩트가 없으면 어떡하지 싶었다. 제 목표가 ‘저런 친구 있었으면 좋겠다’고 시청자가 느꼈으면 하는 건데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서 기분 좋다.”
박민지는 극중 홍설로 등장하는 김고은과 인연이 깊다. ‘치인트’ 촬영 직전 찍은 영화 ‘계춘할망’에서도 절친 호흡을 맞췄다. 이번 작품에서는 홍설과 장보라의 ‘케미’가 중요했기 때문에 두 번째 마주하는 김고은과의 호흡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단다.
“(김)고은이와는 ‘계춘할망’에서 만났다. 그 작품에서도 단짝친구 역할이었다. 이번에도 단짝친구 역으로 만났다. 영화 촬영 때에는 워낙 바쁘고 해서 대화를 많이 나눌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한 번 만난 사이다보니 더욱 빨리 친해지고 편해졌다. 워낙 주변을 잘 챙기는 착한 친구여서 더욱 금방 가까워졌다. 참 편하게 연기했다.”
박민지는 김고은 뿐아니라 권은택 역을 맡은 남주혁과도 ‘케미’가 맞아야했다. 세 명이 ‘삼총사’처럼 몰려다니는 ‘그림’이 자연스러워야 했고, 은택이와 보라의 러브라인 또한 극에서 중요한 이야기 축이 됐기 때문. 박민지는 “남주혁과도 큰 위화감이나 괴리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우리의 연기는 깊숙한 감정 저편의 내면 연기를 하는 장르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친밀감’ 그리고 ‘케미’였다. 다행히 저와 (남)주혁이, 고은이 모두 물 흐르듯 서로에게 잘 맞았다. 특히 셋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우리 셋이 원래 잘 노니까 자연스럽게 우리들이 평소 노는 것처럼 촬영한 것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사전제작 시스템이어서 첫 방송을 한참 후에나 볼 수 있으니 많이 불안했을 텐데, 박민지는 정작 첫 방송 이전의 ‘여론’들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단다. 그는 “원래 다른 사람들의 말에 신경 쓰거나 걱정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물론 ‘치인트’가 많이 걱정되셨을 수 있다. 하지만 전 그 안에 있는 사람이다. 현장에서 제가 연기를 하고, 유정, 설, 인호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직접 봤다. 그들의 연기를 보면서 ‘공개가 되면 모두들 좋아할 거야’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동료에 대한 신뢰가 회차가 지날수록 커졌다. 그래서 처음부터 걱정하지 않았다. 나중엔 ‘나만 너무 태평했나’ 싶더라.(웃음)”
그렇게 ‘태평한’ 성격이건만 간만의 브라운관 복귀는 그런 박민지도 “떨리게” 만들었다. 브라운관을 비운 사이 뭘 했을까 궁금했다. 그는 “3년 동안 웹드라마나 단발성 특별출연을 하기도 하고, 단편영화에도 출연하기도 했다”고 말하며 “놀지는 않았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나아간 세월이었다. 특히 단편영화 ‘오늘영화’에 참여한 시간이 ‘신세계’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소중한 기회였다고.
“단편영화가 ‘오늘영화’가 처음이었는데, 프로젝트 섭외를 따로 받아서 ‘젊은 피’들이 모여서 함께 했다. 저도 의상 체크를 스스로 하면서 싸들고 다닌 건 처음이었다. 감독님, 스태프들과 함께 모여서 상의도 하고 함께 ‘으쌰으쌰’해서 만들어가는 게 신선하고 재밌었다. 상업영화로 데뷔해 매니저들의 케어를 받으면서 활동했는데 독립적인 분위기가 참 좋았다. 제가 아주 작은 역이지만 참여를 한 영화 ‘남과여’나 ‘계춘할망’도 개봉을 하는 등 차근차근 일을 했다.”
그렇게 자신을 채워간 세월이었지만, 그 세월을 지내면서 박민지는 여전히 ‘제니 주노’ 속 제니의 모습으로 기억됐다. 특히 ‘치인트’를 위해 단발머리를 한 후 제작발표회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 사람들은 ‘제니’를 떠올렸다. 섭섭할 법도 하건만 박민지는 “제가 깨고 싶다고 해서 깰 수는 없는 것 같다”며 담담하게 이를 받아들였다.
“제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발버둥을 쳐봤자 거부감만 들 거다. 지금 이 시기에 어떤 걸 해야 제일 잘 어울릴 수 있는지만 신경쓰고 있다. ‘치인트’도 그래서 하게 됐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딱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언젠가 뒤돌아봤을 때 ‘나도 많이 변했구나’하고 느낄 때가 오지 않을까.”
그는 “남아있는 20대가 얼마 없으니 걱정에 얽매여 불안하게 보내지 말고 걱정할 새 없이 바쁘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남다른 각오’로 시작했다는 박민지. 바래진 마음을 갈고 닦은 시간들을 보냈고, 이제는 그 ‘결실’을 맺을 차례라는 것. 이제 준비는 끝났다. ‘치인트’를 통해 더 이상 ‘제니’가 아닌 ‘박민지’가 된 그가 2016년, 어떤 꽃을 피우게 될지 기대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