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연예계의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는 시청자들에게도 ‘독’이 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해본 이라면 누구나 삶은 달걀 한 개, 고구마 한 개 등 극소량의 음식으로 이뤄진 연예인 다이어트 식단을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유명 걸그룹 이름이 앞에 붙거나, 최근 살이 쫙 빠진 채 카메라 앞에 선 배우의 이름이 붙어있기도 하다. 성형외과 온라인 홍보물에는 약속이나 한 듯 연예인들의 이름이 거론돼 있다.
예쁘고 잘생겨야만 대중들에 사랑받을 것이라 여기는 연예인들은 종종 토크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성형 사실을 공개하기도 한다. 하루 종일 이는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으고, 눈과 코 성형은 기본이라 여기는 스타들의 말에 ‘진짜?’라고 귀를 쫑긋 세우는 시청자들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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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의 외모지상주의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스타들의 작은 말 하나에도 영향을 받는 대중에게는 획일화된 미(美)의 기준이 필수처럼 돼 버렸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1994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주기로 실시한 ‘외모와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조사’에는 사는 데 외모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또는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5년 86%를 기록했다.
‘미디어 이용이 청소년의 외모지상주의와 신체변형욕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는 청소년의 성형수술 비율이 15%를 넘어섰다고 기재하며, 2003년 후반 ‘얼짱 문화’가 가져온 루키즘(외모지상주의)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외모 때문에 차별을 받은 경험이 없는 청소년일지라도 TV 프로그램에서 지속적으로 노출한 외모지상주의적 기준, 가치, 태도 등에 영향을 받아 외모지상주의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 화장품 업체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외모인식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외모 개선을 위해 성형수술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한 이가 59%, ‘다이어트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이가 49%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이 성형수술을 마치 간단한 시술처럼 가볍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드러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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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성형수술이 ‘능력만 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하나의 적극적인 선택 사항으로 인식되면서 더욱 ‘외모 개조’에 대중은 쉽게 현혹된다. 토크쇼에서 성형 고백을 하고, ‘눈, 코는 기본이더라’ 혹은 ‘성형을 했더니 훨씬 좋아졌다’고 말하는 연예인들의 발언이 왜 위험한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미의 기준이 있고, 누구나 다 이를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처음으로 ‘루키즘’이란 단어를 사회적 이슈로 다룬 뉴욕타임즈의 윌리엄 새파이어는 “외모 지상주의는 외모 차별주의다”라며 이런 고정관념이 스타들을 향한 ‘워너비 신드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대중의 심리 현상인 ‘워너비 신드롬’은 큰 눈, 높은 코 등 천편일률적인 외모를 지닌 연예인들을 보고 이를 ‘정상적 기준’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연예인들의 조각 같은 외모는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연예계는 이 외모를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누구나 다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필수 조건’이라 여기고 있다. 하지만 노래, 연기, 개그 등 연예인들이 대중에 제공해야 할 콘텐츠가 ‘조각 외모’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유명 MC인 오프라 윈프리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외모에 의존하지 말라”는 명언을 남겼다. 하나의 기준에 맞춰 달려가기보다 각자의 개성을 내세워 매력을 발산하는 연예인들, 이런 연예인들을 주목하고 인정하는 대중의 시선들이 있어야 지금의 연예계가 더욱 건강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성형수술을 통해 본 현대 소비사회와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사진적 연구 : 작품
*‘미디어 이용이 청소년의 외모지상주의와 신체변형욕구에 미치는 영향 :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과 1인 미디어를 중심으로’- 민지현, 2007년
*‘외모와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조사’-한국갤럽, 2015년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