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이태성은 말한다. “배우에겐 30대가 진짜 시작이다.” 도대체 왜 그는 ‘30대’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가만히 이태성의 ‘배우 인생은 서른부터’ 이론을 들어봤다. 이상하게도, 그의 말에는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배우 이태성은 지난 2월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엄마’에서 김강재 역을 맡아 군 제대 후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섰다. 제대하자마자 50부작 주말극이라니. 아직 젊은 배우로서 ‘로맨틱 코미디’가 욕심날 법도 했을 텐데 이태성은 “나중에 하면 되지”라고 웃는다. 군인에겐 요즘 걸스데이와 베스티가 그렇게 인기라며 걸그룹 이름을 줄줄 말하던 장난기 넘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생각 깊은 웃음’이다.
![]() |
“주말극을 하는 것에 몇몇은 우려도 하는 것 같다. 미니시리즈가 화제성 등에서 더 파괴력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지만, 전 별로 상관 안 한다. 주말극과 미니시리즈를 그저 ‘매커니즘의 차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많은 미니시리즈는 현장감에서 나오는 케미나 즉흥적인 부분이 연기를 할 때 재미를 주긴 한다. 하지만 주말극으로 복귀를 했다고 이미지 같은 건 걱정 안 한다.”
그런 이태성이 한 말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사람들은 의외로 빨리 잊는다”는 말이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인 듯 했다. 한 작품에 임하고, 그 과정을 중요시하게 여기기로 했다고 말하는 이태성의 말과 연장선상에 있는 말이기도 했다. 주변의 판단, 혹은 인기를 생각하기보다 자신이 배워가고, 스스로를 다져가는 과정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는 뜻이다.
“30대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20대 때에는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이 채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서른이 넘은 지금은 채워졌다.(웃음)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시각이 트이지 않을까 싶다. 작품에 임하는 자세나 스태프, 배우들 사이에서의 소통 등이 ‘시각’에 해당하는데, 확실히 20대 때의 나보다 달라진 걸 느낀다.”
![]() |
그는 30대에 다시 시작한단 느낌으로 스스로를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의 말대로, 어느 새 30대가 된 이태성은 현장에서 이제 중견 배우 선배님들과 신인 배우 후배들을 잇는 ‘중간층’이 됐다. 어느 현장에 가든 이 ‘중간층’이 역할을 잘 해야 분위기가 좋아지는데, 이태성도 그 ‘중간층’의 역할을 ‘엄마’를 통해 배워나갔다고 한다.
“전엔 선배님들의 비중이 80%가 넘었는데, 요즘엔 어딜 가든 선배님과 후배들의 비중이 딱 절반이다. 경험, 나이 모든 면에서 중간 정도에 있는 입장이다. 포지션이 ‘가교’ 역할로 바뀐 셈이다. 선배님들께 후배들이 더욱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고, 후배들에게는 감정신 같은 어려운 장면에 대해 조언을 해주곤 했다.”
최대한 노력했지만 역시 선배와 후배를 잇는 ‘가교’의 역할은 어려웠다. 이태성은 “‘엄마’ 현장에서 때때로 감독님이나 스태프들이 제게 ‘후배들 데리고 말 해봐라’하는 장면들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럴 때마다 사실은 스스로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진땀을 흘렸다고. “참 고민 많이 했다”며 이태성은 웃음을 터뜨렸다.
![]() |
“그동안은 멜로를 하든, 뭘하든 파트너가 다 선배님들이었다. 그래서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됐다. 하지만 어느 새 제가 후배들에 조언을 해줘야하는 입장이 됐더라. 보이지 않은 책임감도 생겼다. 어린 친구들이 하기에는 어려운 감정 신들이 많은데 그런 장면들이 잘 나오지 않으면 왜인지 제 책임인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웃음) 더 노력해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게 배우로서 이태성은 극중 김강재와 함께 조금씩 ‘성장’했다. 그는 배우로서 진짜 시작하는 나이는 서른 이후라고 말한 이유에 대해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으니까”라고 답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20대를 회상했다.
“제 상대역인 도희를 보면서 제 20대를 떠올렸다. ‘난 저렇게 연기를 했었나’ 싶을 정도로 참 성숙한 연기들이 나오더라. 그 때에는 또래 배우들도 많이 없었는데, 제 나이또래가 어떤 작품을 이끌 만한 배우가 되기에는 어려웠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배우들이 성숙해지고, 자기표현을 하고,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는 시점이 30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배우로서 만개하는 나이가 바로 30대가 아닐까 한다.”
![]() |
이제 ‘만개’한다고 표현한 이태성의 연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그의 목표를 물어보니 돌아온 답은 “안 쉬는 것”이란다. 인기, 멋진 캐릭터 같은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저 겸손한 그의 대답을 듣고 있자니 “욕심을 다 버렸다”던 그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는 시청자와 ‘오래, 함께’ 하고 싶은 배우였다.
“군 제대 이후 복귀작으로 ‘엄마’를 한 건 정말 잘 했다. 남의 옷 뺏어 입는다고 예뻐 보이지 않듯, 내게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제일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의 김강재는 내게 꼭 맞는 옷이었다. 시작이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공백을 가지고 싶진 않다. 아직 ‘소모’할 게 많다. 에너지와 열정을 다 축적해 놨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회 되는 대로 작품을 할 생각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