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늘 평범하지 않는 캐릭터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배우 김고은, 드디어 그가 드라마에 도전했다. 결과는? 이토록 사랑스러운 김고은의 탄생이라니.
배우 김고은은 화제 속에 종영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서 홍설 역을 맡아 사랑스럽고 똑 부러진 여대생을 표현했다. 웹툰의 드라마화부터 종영까지 화제를 모았던 작품인데다가 김고은에겐 첫 드라마 도전이다. 왜 드라마를 하게 됐느냐 물으니 그의 ‘네?’라는 표정이 재밌다. 자신 만큼 ‘드라마폐인’인 사람이 또 없단다.
↑ 사진=장인엔터테인먼트 |
“드라마에 빠지면 답도 없다. 남자주인공이 저랑 결혼을 해야 한다는 지경까지 이른다.(웃음) ‘별그대’ ‘상속자들’ ‘응사’ 등 안 본 드라마가 없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제 마음 속 1위 드라마인데 이윤정 감독님을 여기에서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늘 예뻤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었다. 그런데 다행히 이렇게 하게 됐다.(웃음)”
한창 드라마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모르는 드라마가 없었고, 쉬는 기간에 TV 앞에 자리 ‘딱’ 잡고 드라마를 줄줄이 ‘몰아보기’하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말하며 상상만으로도 좋은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런 ‘드라마 폐인’을 봤나. 왜 이제야 브라운관에 등장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영화에만 집중하고 싶었던 걸까, 기회가 닿지 못해서였을까. 그는 “영화와 드라마, 이런 구분 없이 전엔 늘 도전하려고 했다”고 입을 열었다.
“사실 첫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서 시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못했고, 정체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20대라는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도 넓지 않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다보면 스펙트럼이 좁아지지 않나. 신인이란 타이틀을 뗐을 때 연기를 보여줄 생황이 왔는데 보여줄 게 없게 되어 버린다. 그래서 더 새로운 역할에 도전한 것 같다. 그 과정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현실적이고 있을 법한 홍설이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드라마를 통해 ‘나’를 벗어나 좀 더 ‘작품’을 생각할 줄 아는 법을 배웠다.”
↑ 사진제공=tvN |
그렇게 시작한 ‘치인트’에서 그는 제대로 ‘대학생활’을 누렸다. 김고은은 “또래 친구들과 이렇게 작품을 한 건 처음”이라며 그것만으로도 신나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대학생활에 가장 근접한 김고은이 ‘현실적인 대학생활’을 표현한 1등 공신이 됐다고. 그는 “수강신청 하는 장면은 제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냈다. 경험담이기 때문”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감독님께서 많이 대학생활을 잊으셨더라. 수업 끝났는데 종 왜 안 울리냐고 물어보시기도 했다.(웃음) 수강신청하는 장면에서 초시계 띄우는 장면도, 서버 다운되는 것도 제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 아, 100% 다운되지.(웃음) 그 쫄깃함을 다들 모르더라. 극중에 ‘새로고침 절대 하지 말라, 그럼 다 날아간다’고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제 경험담이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시간표 엉망이 된 적이 있다.”
현실적인 장면들을 위해 노력했지만, 무엇보다 웹툰을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이 가장 까다로웠을 듯 했다. 김고은은 “영화 ‘은교’에서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적이 있다”며 “분명 원작과 영상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임했다”고 설명했다.
↑ 사진=장인엔터테인먼트 |
“원작을 다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제 역할을 제한해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경계했던 것도 있고, 5년 연재된 작품을 16부 안에 녹여내려면 캐릭터적인 부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날카롭고 예민한 ‘속생각’을 걷어내면 평범함으로 정의되는 게 홍설이다. 이렇게 평범한 홍설을 멋진 두 남자가 좋아한다? 비현실적이지 않나. 그래서 시청자들이 홍설을 사랑스럽다고 느껴야 조금이라도 ‘정당성’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포인트를 그렇게 잡았다.”
물론 워낙 화제작이기 때문에 주목하는 시선들이 더 많았고, 그만큼 반응도 엇갈렸다. 시작 전부터 ‘김고은이 홍설을?’이란 의문이 넘쳐났었으니 부담감도 컸으리라. 정작 김고은은 “반응을 딱히 찾아보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런 것에 크게 연연해하는 성격도 아니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치인트’ 시작하기 전에 악플이 얼마나 많았나.(웃음) 그런 것들이 일희일비하진 않는다. 항상 과정을 중요시하는 편이라 제가 작품에 어우러지려 어떤 노력을 했는지, 함께하는 사람들과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만 중요하다. 그 과정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길이기도 하고. 이번 과정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다른 생각 없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 사진=장인엔터테인먼트 |
그토록 의연한 김고은이건만, 그도 출연했던 영화들이 시원찮은 성적을 올리며 소위 ‘침체기’를 맞이했을 땐 힘들었다고. 연달아 작품이 안 됐던 게 속상했고, 갑작스럽게 연기적인 질타를 받게 돼 아팠단다. 그는 “못생겼단 말은 요만큼의 데미지도 없는데”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한편으론 성장을 하려면 실패도 맛봐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넘어져서 까지고 이런 걸 많이 해봐야 두려움도 없어지고 더 대범해질 수 있었다. 연기를 칭찬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은교’ 때 칭찬을 많이 받았어도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언젠가 질타도 있을 것이라 각오한 터라 속상함이 길게 가진 않았다. 그런데 주변 사람이 힘들어했다. 저만 생각하고 선택을 해왔는데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니 내가 맞는 걸까 싶더라.”
드라마 제안이 들어왔을 때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다던 김고은은 “부정적인 시선들에 갇히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상하게 드라마 출연 자체가 무섭고 두렵고 막연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침체’를 겪으면서 ‘나만 생각하고 선택하는 게 맞나’ 했던 고민과 주변 사람들의 추천이 맞물려 김고은은 드디어 드라마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 사진=장인엔터테인먼트 |
“저로서는 드라마 자체가 다른 차원이었다. ‘영화’ ‘드라마’ 구분이 아니라 한 번도 안 해본 거고 막연해서 더 피하고 싶었다. ‘치인트’ 제안이 들어왔을 때에도 스케줄 핑계로 안 한다고 했었다. 그러다 마음속에 계속 맴돌고 제가 연기하는 홍설도 계속 맴돌더라. 가족들도 하기를 원했고, 이윤정 감독님께서 재차 제의를 해주셨다. 저라는 배우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계셨는데, 그걸 보니 ‘내가 피할 게 뭐 있나’란 용기가 생기더라. 때마침 편성도 바뀌어 스케줄이 맞게 됐다. 내가 피할 수 없는, 해야만 하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운명적인 ‘치인트’를 만났고, 성적도 꽤나 괜찮았다. 다른 걸 다 차치하고라도 김고은이란 배우에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면모가 있었는지 전혀 몰랐던 시청자들에게는 그의 새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기회가 됐다. 김고은은 그렇게 조금씩 ‘늙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로, 조금씩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며 나아가고 싶다고 말이다.
“나이가 들면 좀 더 옳을 수 있는 선택을 해나가지 않을까. 벌써 40대의 관록이 있길 바라는 건 욕심이고. 20대는 ‘기복’을 없애는 나이라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도전하는 시기인 것 같다. 그걸 통해 터득한 것들을 30대에는 펼쳐내야 하고, 40대에는 더 나아간 ‘관록’이 생길테고. 그렇게 나이에 맞게 생각하고, 선택하고, 연기하고 싶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