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배우 심은경에게 영화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는 어려운 숙제였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캐릭터를 만났고, 공감과 이해도 쉽게 되질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쉽게 해답이 나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고, 한편으론 배우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널 기다리며’는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그 날, 15년간 그를 기다려 온 소녀 희주(심은경 분)가 모방 연쇄살인사건들과 마주치며 벌어지는 7일간의 추적스릴러다. 심은경은 극 중 아빠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이후 아빠를 죽인 범인을 쫓는 소녀 희주로 분했다. 108분간 맹활약을 펼친 그는 ‘널 기다리며’를 통해 스릴러에 첫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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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했지만 내가 표현한 희주의 모습이 과연 최상이었을까, 내가 저렇게 표현한 게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조차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가 없고, 연기에 대해 아쉬운 것들이 많이 스쳐지나가면서 좀 더 잘 표현해 볼 걸 그랬나 라는 어떤 스스로의 아쉬움이 있었다. 희주란 캐릭터가 워낙 복잡한 캐릭터다 보니까 많이 어려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심은경이 연기한 희주는 이중성을 가진 캐릭터다. 다수의 작품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다져온 그에게도 쉽지만은 않은 도전일 수 있었다. 그래서 심은경은 희주의 연기 톤에 관해 항상 고민했고, 어떻게 중심을 잘 이끌고 나갈지, 과하게 보이지는 않을지에 대해 중점을 맞춰 연기했다.
“희주라는 인격체 안에 희주가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하는 바도 있고, 복수를 다짐하는 잔인함과 냉정함, 그와 대비되는 너무 천사 같은 순수함,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죽음을 앞둔 심정. 거기까지 모든 걸 다 안고 연기해야 했다. 이 복잡한 내면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공감을 시킬 수가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희주 성격체 자체가 제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공감이 안됐다기보다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전에 맡았던 캐릭터들에 대해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겠다라는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는 게 있었는데, 희주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제 스스로도 확 와 닿지 않았다. 그래서 많이 혼란스러웠다. 나의 연기력에 문제인 건가, 뭐가 문제지 싶었다.”
혼란스러움 속에서 그가 내린 생각은 연기하면서 그때마다 생기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곧 희주의 마음이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웠을까를 생각하며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에 집중했다.
“희주가 관객들에게 동정을 구하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이 캐릭터가 꼭 잔인하고 안 잔인하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복수를 하고 어떤 심정인지를 잘 보여주면 그게 결국 관객들의 동의를 얻는 거다.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들은 영화 ‘렛미인’ 속 아이들의 어떤 순수하면서도 안타깝고, 잔인한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싶었다. 그런 느낌을 희주에게 대입시키고 싶었다. 그게 생각처럼 잘 되었을까 하는 우려, 제 스스로의 걱정이 많이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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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성을 극명하게 보여지느냐, 아니면 당연하게 흘러가듯 보여지느냐 사이에서 고민했다. 후반 그네씬도 혼란스러웠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심정이 도대체 뭘까. 진짜 그건 제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힘들었다. 그냥 펑펑 울었을까, 아니면 정말 아무 감정 없이 담담하기만 했을까. 뭐가 맞는 건지 전혀 모르겠더라. 너무 혼란스러웠다. 그때만큼은 감독님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모르겠더라. 해답은 어쨌든 제가 찾아야하는 거였다. 너무 답답했다. 감정이 올라와야 하는데 내가 죽음이라는 것을 물론 생각은 해봤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맞이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본 부류가 아니었다. 정말 끝까지 해답을 얻지 못하고 촬영을 마치긴 했지만 영화에 나오는 장면은 제가 한 제일 최선이었다. 사실 그게 맞다고는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의견을 맡길 수밖에 없는 거다. 많이 어려웠다. 제일 아쉬움이 남기도 하다. 끝까지 해답을 못 찾고 끝냈기 때문에.”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