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배우 지진희를 가리키는 단어를 택하라면 그야말로 ‘단정’ ‘점잖음’ 뿐이었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그의 진지한 표정이나 말쑥한 슈트 차림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젠틀맨’ 이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마주한 지진희의 느낌은 그야말로 ‘반전매력’이었다. 가벼운 질문에 한없이 진지하게 답변하는가 하면, 정치나 선거, 사회 문제에 대한 의견을 갑자기 털어놓기도 했다. 그의 영혼은 한마디로 ‘자유’ 였다.
그 역시 이런 고정된 이미지를 인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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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일구 기자, 디자인=이주영 |
“MBC ‘대장금’에서 신뢰있는 이미지를 쌓았지만 전 그 다음 작품으로 SBS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를 택했어요. ‘대장금’ 이미지를 울궈먹고 싶지 않았거든요. 나만의 힘, 무기를 위해서 더 다양해지고 싶었고, 안주하고 싶지도 않았죠. 물론 당시 수많은 광고주들이 실망하긴 했지만요. 그래도 전 제 생각이 옳다고 생각해요. 변신은 도전이 아니라 나에 대한 욕심이니까요.”
자신만의 철학이 분명했다. 물론 화법은 빙빙 돌아 결국 결론에 달하는 ‘수채 구멍’ 화법이었지만 거기에도 그만의 매력이 묻어났다. 버킷리스트를 물었을 때에도 그는 다소 엉뚱하다 싶은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매년 제 아들에게 단어 하나를 쥐어주면서 얘기하곤 합니다. 시간을 지배하라고요. 예를 들면 5분 거리를 뛰어가면 2분에 도착할 수 있으니 3분을 제 시간으로 만들 수 있고요, 8시에 일어나야 하지만 10분 일찍 일어나면 남은 시간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잖아요?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인생을 지배하는 법이죠. 또 균형을 잃지 말라고도 해요. 네가 뭔가를 많이 가지면 누군가는 그만큼 못 가지게 되니 균형을 유지하라고요. 아들이 8살이라 뭘 알겠느냐 싶지만 끊임없이 이런 얘길 해주면 알아듣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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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일구 기자 |
대체 무슨 말일까 물음표가 머릿속에 그려질 때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요즘엔 저도 나태해져서 반성하고 있어요. 또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는 것에 겁내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가 제 요즘 고민이죠.”
장황한 설명 속에 뼈대는 굳건했다. 듣다가 웃음이 피식 나올지언정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답변이었다.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라는 질문도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될지 저조차도 기대됩니다. 미리 그려놓은 그림은 없지만 순간순간을 잘 쌓아야하지 않을까. 주름마저도 멋있어 보이게 늙고 싶어요. ‘어떤 마음을 먹고 생각하느냐’ 그리고 ‘10년 뒤 나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또 제 고민이기도 해요.”
끝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지진희. 여느 연예인과는 다른 화법으로 듣는 이를 당황케 했지만, 오래 볼수록 빛나는 가치는 분명 있었다. 그가 기복 없이 긴 시간 배우로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화법처럼 오래 보면 더 사랑스러운 매력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