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초인이라함은, 일반적 의미로 불완전성 혹은 제한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아닌 그런 한계를 극복한 이상적인 인간을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했다. 인간이 신에게 의지하는 그 자체의 의미가, 초인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뜻을 가진 초인을 제목으로 한 영화 ‘초인’(Übermensch)에서는 이러한 니체의 이러한 말이 담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계속해서 언급한다. 학교에서 말썽을 부려 도서관에서 40시간의 사회봉사시간을 의무적으로 채워야하는 체조 선수 최도현(김정현 분)은, 우연히 그 곳에서 책을 빌리는 소녀 최수현(김고운 분)을 만나며 영화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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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3번이면 인연이라던데”라는 도현의 말처럼, 두 사람은 서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가까워진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곳을 도서관이지만 전혀 책에 대해 관심이 없는 도현과, 그와 반대되게 책을 달고 사는 수현이 ‘책’을 통해 가까워 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두 사람에게 쉽사리 꺼내놓기 힘든 각자의 삶이 있다.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도현과 수현은 어려운 시기를 겪는다. 그들의 나이 19세. 누구나 삶에 대해 성찰하고 끊임없이 자문하며 진정한 자신의 의미에 대해 되묻는 나이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10대의 모습은 도현과 수현의 모습과 꽤나 닮아있는 느낌이다.
10대가 끝난다고 삶에 대한 정의가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20대의 우리, 30대의 우리 모두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시기이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가면서 도현과 수현 같은 성찰을 끊임없이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초인’으로 향해 나가는 길은 완료형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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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은 그런 초인으로 향해 나아가는 길에 대해 계속해서 조명한다. 인물들의 삶에 비춰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이미 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말이 담긴 글이나 시를 통해 미리 예상해보기도 한다.
서은영 감독은 ‘초인’의 시나리오를 집필할 당시 니체에 꽤나 빠져있었던 게 분명하다.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빠져들 수밖에 없는 니체의 사상을 ‘초인’이라는 제목에, 내용에 녹여냈다. 또한 영화 속 시집의 제목인 ‘낙타’와 알츠하이머에 걸린 도현의 어머니로부터 니체의 세 가지 변신인 낙타가 사자가 되고 사자가 어린아이가 되는 변화까지 영화 곳곳에 배치해놓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이 영화에 가장 주목해야하는 부분은 두 주연배우 김정현, 김고운의 연기다. 어느 순간 ‘김옥빈의 동생’이 아닌 김고운으로 보이기 시작한 그의 연기는 앞으로의 성장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고,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지기 않을 정도로 폭넓은 모습을 보여준 김정현은 앞으로 그가 충무로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