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라이언 게임’ 등의 작품을 집필하면서 팬층을 형성해 왔던 류용재 작가에게 위기가 닥쳤다. 현재 집필 중인 tvN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가 표절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심지어 표절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자신이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있을 당시 심사를 봤던 웹툰작가 고동동이다. 류 작가는 ‘심사위원이 공모전 지원자의 작품을 훔쳤다’라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피리부는 사나이’의 표절논란은 지난 21일 고 작가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피리부는 사나이’는 2014년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모하여 떨어졌던 나의 작품이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분이 1년3개월 후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드라마 극본을 썼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고 작가의 표절의혹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전파됐고, 논란이 크게 일자 처음 표절의혹 반박에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던 류 작가 또한 반박에 나섰다. “공모전에 제출한 ‘피리 부는 남자’의 원안을 확인하느라 입장표명이 늦었다”고 말한 류 작가는 “‘피리부는 사나이’의 시초가 되는 ‘순환선’의 경우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테러, 7개의 방독면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죽여야 하는 살인게임’인 반면 제 작품은 테러나 인질극, 납치, 비행기 피랍 등 다양한 사건이 벌어지고 지하철은 등장하지 않는다. 중심 캐릭터 또한 공통분모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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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작가가 움직이자 고 작가도 움직였다. “중심캐릭터 사이 공통분모가 없다”는 류 작가의 주장에 고 작가는 “테러리스트의 이미지를 동화 ‘피리부는 남자’의 상징과 연계하여 해석한다는 점, 테러의 중요한 방법으로 가스라는 다소 독특한 소재가 사용되었다는 점 등이 중요한 특징”이라며 “표현된 장면들 중에서 유사한 장면들이 여럿 발견되며 캐릭터들의 설정 및 대립구도가 거의 동일하다”고 밝히며 설명하며 ‘피리부는 사나이’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고 작가는 ‘피리부는 사나이’와 ‘피리부는 남자’ 사이 유사성에 대해 “부패한 권력자들에 의해 희생된 자들이 복수를 위해 테러리스트가 된다는 줄거리를 동화 ‘피리부는 남자’의 상징을 통해 해석하는 것, 이 과정에서 언론과 방송이 결정적인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 등은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선례가 없다“고 반박한 뒤 “류작가가 3차 심사에 제출된 제 작품의 최종 시나리오에 관해 심사표를 쓸 정도로 실질적으로 검토했다는 것은 진흥원 내의 자료로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진흥원이 제게 말해준 사실관계”라고 말하며 류 작가를 향한 강도 높은 비난의 말을 남겼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표절을 놓고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맞고 틀리다’를 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까지 표절과 관련된 진실은 본인들만 알고 있는 상태지만, 여론은 고 작가에게 기울고 있는 추세다. 류 작가가 공모전의 심사위원으로서 고 작가의 작품을 봤다는 사실과 더불어, “제 작품은 테러나 인질극, 납치, 비행기 피랍 등 다양한 사건이 벌어지고 지하철은 등장하지 않는다. 중심 캐릭터 또한 공통분모가 전혀 없다”라는 류 작가의 반박이 표절의혹을 벗기에는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류 작가의 말처럼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와 ‘테러를 통한 사회의 복수’가 많은 작품에서 공유되고 있는 모티브라고 할지라도, 고 작가의 말처럼 이 둘을 연계해서 작품을 만든 것은 ‘피리부는 사나이’와 ‘피리부는 남자’ 둘 뿐이다. 이 같은 아이디어 구성에 대한 정확한 해명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구상할 수 있고, 작품화할 수 있는 소재”라는 류 작가의 주장은 이미 표절의혹에 무게가 기운 대중의 마음을 돌리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가장 큰 문제는 표절의혹이 제기됐음에도 “표절을 떠나 작품이 지루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종영을 앞둔 ‘피리부는 사나이’는 마지막까지 성찬(신하균 분)과 희성(유준상 분)의 치열한 신경전을 그리면서 극적인 긴장감을 높였지만, 초반 내걸었던 테러와 협상이라는 소재는 사라진지 오래며 어느 덧 선으로 대변되는 성찬과 악으로 대표되는 희성의 대립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하균과 유준상의 물러섬 없는 연기대결은 훌륭하지만, 표절논란을 비롯해 산으로 가는 스토리는 안방극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은 류 작가를 향해 이번 표절논란은 믿고 써준 제작사에 대한 배신이자 고생하는 촬영 스테프와 연기자 배신이며 더 나아가서는 시청자를 향한 배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피리부는 사나이’의 논란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감동이 안방으로 전해지기에는 너무나 먼 길을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