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들의 외연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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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할리우드 메이저 이십세기폭스는 얼마 안 가 한국 투자를 접고 발을 뺄 게 분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분 투자한 '황해'를 시작으로 메인 투자했던 '런닝맨'과 '슬로우 비디오', '나의 절친 악당들'까지 기대했던 것과 달리 성적이 나빴을 즈음이다.
대형 회사라서인지, 외국 회사라서인지 모르겠으나 그들은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십세기폭스는 나홍진 감독을 향한 믿음을 지속해서 드러냈다. 6년 가까이 영화 '곡성'을 향한 믿음을 보인 것부터 감탄할 만하다. '나홍진 빠'를 자처한 이십세기폭스 고위 관계자들은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기차와 자동차를 번갈아 꼬불탕한 길을 달려 도달해야 간신히 도달하는 촬영장 곡성을 직접 찾아가는 수고도 마다치 않았다.
할리우드 영화사들, 외국영화제들이 무척이나 콧대가 높은 줄 알았는데,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진 덕인지 거대 벽처럼 느껴지지 않는 요즘이다. 특히 토마스 제게이어스 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 대표는 지난주 나홍진 감독을 응원하기 위해 '곡성'이 언론에 처음 공개되는 자리에 함께했다. 6년 만에 다시 방한했다는 그는 나 감독의 작품에 만족함을 드러내며 "한국에는 재능있는 감독이 많다. 한국 시장을 주시해 더 많은 작품을 제작하겠다. 1년에 1편을 했는데 2~3편 정도로 할 예정"이라고 했다. "1990년대 이래로 한국영화가 성장해왔고 여전히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며 "한국의 제작사를 만나고 다니겠다"고도 덧붙였다.
'곡성'이 11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았으니 이들의 믿음은 틀리지 않은 듯 보인다. 이제 11일 전야 개봉을 시작으로 대중의 평가만이 남았을 따름이다.
'곡성'에 평단과 대다수 언론이 호평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사실 일반 대중에게 이 영화는 쉽게 읽히진 않을 것 같다.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속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곽도원이 경찰, 황정민이 무속인, 천우희가 이 사건의 목격자로 호흡을 맞췄다. 부성애를 바탕으로 경찰은 미지의 지옥 끝까지 달려간다. 나약한 인간이라는 존재를 초현실적인 무엇과 함께 그려냈기에 생각할수록 어렵다.
나 감독과 배우들 이름만으로 기대감을 높이긴 하지만, 초현실적 캐릭터와 이야기가 관객을 기분 나쁘게 할 수도 있다. 자칫 등장인물 몇몇은 코웃음을 치게 할 수도 있다. 무속신앙과 천주교 혹은 기독교의 공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도 분명 있을 거다. 15세 이상 관람가이긴 하지만 연쇄살인 사건 현장의 잔혹성이 섬뜩하게 다가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실과 맞닿았던 '추격자'나 '황해'와 달리 '곡성'의 접근 및 해결 방식은 비현실적이다. '추격자'나 '황해'를 좋아하는 이들은 전혀 다른 나 감독의 시도에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자신에 찬 감독이 던지는 물음을 관객 스스로 다양하게 해석해야 하는 점도 독특하다.
나 감독의 시도는 한국영화의 외연 확장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사실 한국에서 초현실적인 존재를 민간신앙과 엮어 풀어낸 영화가 처음은 아니다. 좀비나 귀신, 유령, 영적인 존재 등 초현실 캐릭터들이 나온 영화가 꽤 있었으나 대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 감독은 철학적 접근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처음과 끝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건 말을 잇기 어려울 정도다.
아직 예고편밖에 공개되지 않아서 속단할 순 없지만 칸영화제에 초청된 '아가씨'와 '부산행'도 소재와 내용은 신선하다.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한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를 통해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할 전망이다. 영화 촬영 전부터 화제가 된 동성애 베드신 묘사도 궁금한 부분이다. 연상호 감
시행착오는 여전히 이어져야겠지만 한국영화는 더 발전할 일만 남았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