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오한 인생, 김국환의 새로운 도전 ‘달래강’
[MBN스타 대중문화부] 1969년 거장 김희갑 악단에서 데뷔한 김국환은 국내 최강 음악 사단 출신임에도 불구 이른바 ‘로열로드’를 걷지는 못했다. ‘은하철도 999’ ‘미래소년 코난’ ‘매칸더V’ '태양소년 에스테반’ ‘축구왕 슛돌이’ 등 인기 만화영화의 주제곡을 도맡아 부르며 긴 무명의 시절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심오한 인생을 담아내기에 최적화 된 김국환의 보이스를 생각하면 아이러니 그 자체다.
깊고 진한 울림, 혼을 담아 노래하는 김국환의 인생은 1992년 ‘타타타’ 한 곡으로 제자리를 찾는다.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 삽입되며 김국환의 진가를 알린 이곡은 많은 이들의 인생을 되짚어보게 하며 20년 무명가수를 정상의 자리에 올렸다. 이후 ‘우리도 접시를 깨뜨리자’ ‘아빠와 함께 뚜비뚜바’ 등으로 1990년대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던 김국환은 2000년대 이후 다시 한 번 공백기를 지나야했다. 트로트가 주류 매체에서 밀려나는 환경적 변화, 김국환 특유의 심오한 울림보다 친근한 흥겨움이 인기를 얻는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었다.
그는 긴 공백을 뒤로하고 다시 한 번 비상을 시작했다. 칠순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변화에의 끊임없는 열정을 뿜어내고 있는 김국환과 솔직 대담한 이야기를 나눴다.
◇ Q. 트로트씬에 전반적으로 위기감이 있겠네요?
A. 이번에 대한가수협회 회장이 된 김흥국을 제가 좋아해요. ‘흥국이는 잘하겠지’하는 믿음이 있거든요. 저 같은 사람이 들어가서 힘을 더하면 도움이 되겠지 싶어서 협회에 들어갔는데 자문위원 자리를 건네더라고요. 요즘 트로트가 너무 침체되어 있어서 나름 선배로서 트로트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Q. 어떤 점들이 문제던가요?
A. 방송국에서 노래가 히트되기 힘드니까 노래교실에서 히트곡을 만들려고 하고, 고속도로 휴게소를 통해 PR을 하고 이렇게 세상이 변한 거예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모두의 잘못이에요. 세상이 변하는 과정이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우리 트로트 가수들이 너무 불쌍해. 그래도 나까지는 햇빛도 보고 했는데 음악도 수입도 옛날 같지 않아요. ‘타타타’가 마지막 열차를 탔다고 생각해요. 콘서트를 열수 있는 가수도 손에 꼽을 정도인 게 현실이다 보니 몇 사람 힘으로는 큰 변화를 가져오기 쉽지 않죠. 점점 어려워지니까 지자체나 방송국과의 관계에서도 적절하지 못한 사적 거래들이 오고가기도 하고 그런 게 현실이에요. 다행히 지상파 라디오 쪽에 흥국이랑 몇몇 가수들이 DJ로 들어갔는데 저는 박수를 칩니다. 미디어 관계자들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니까요. 방송에 나오는 열 곡 중에서 한 두 곡만 트로트가 늘어나도 엄청난 거잖아요.
◇ Q. ‘달래강’이라는 곡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계세요.
A.김희갑 선생님 곡으로 주로 활동했는데 이번에 저도 새로운 시도를 해봤어요. 김동찬 작사-작곡에 ‘둥지’ ‘봉선화 연정’ ‘네박자’ 작사로 유명한 사람이고, 저하고 코드가 잘 맞더라고요. 작년에 ‘달래강’ 이 곡으로 시작했어요. ‘달래강 설화’를 노래로 옮겼는데 희한한 노래예요. 재밌어요.
◇ Q. ‘달래강’은 오누이간의 사랑을 다룬 파격적인 설화잖아요.
A. 오누이가 강을 건너다가 소나기가 와서 강물이 불었는데 누나가 먼저 강을 건너다 옷이 다 젖어서 태가 다 드러난 거예요. 그 모습을 보고 욕정이 일어난 남동생이 그 감정만으로도 죄의식을 느끼고 그 자리에서 자살을 했다는 내용인데, 피를 흘리고 죽어 있는 동생을 보고 애달프고 원통해서 “달래나 보지, 말이나 해 보지, 왜 죽었느냐?”하면서 울었다 해서 ‘달래강’이 되었다는 유명한 설화예요.
◇ Q. 곡 스타일의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심오한 인생에 대한 노래를 많이 했잖아요. 현재는 그런 트렌드로는 큰 무대에 서서 노래하기가 쉽지 않아요. 변화가 필요한 거죠. 이 곡을 통해서 다시 대중 앞에서 많이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려워졌다고는 하지만 굉장히 넓은 시장이 있다고 봐요. 김국환 그러면 술 좋아하지만 거짓말 않고 담백하게 자기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이고, 사치 않고 꾸준히 잘 하고 있으니까 문제는 없어요. 계속 희망을 갖고 무너지지 않고 소신 있게 가는 거지.
◇ Q. 얼마 전까지 ‘내 인생 후회는 없지만’으로 활동하셨잖아요?
A. 김희갑, 양인자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고마운 곡이죠. 김희갑 선생님께서 “너를 위한 곡 하나를 주마”하면서 주셨어요. 식당에서 선생님한테 큰 절을 하고 곡을 받았는데 곡이 너무 좋아요. 딱 제 노래고. 저를 너무 잘 알고 계신 선생님이니까 딱 저에게 맞는 곡을 써 주신 거죠. 너무 감사하죠.
◇ Q. 그 곡으로 더 길게 활동하실 생각은 안하셨어요?
A. 노래도 열심히 연습했고, 너무나 만족하는데 곡이 조금 어려운 편이에요. 대중한테 빠르게 퍼져나가기 어렵다보니까 변화가 필요해졌죠. ‘달래강’으로 활동하겠다고 선생님한테 말씀을 드렸는데 선생님은 싫다고 했죠. 그 노래와 이 노래가 너무 상반된 거니까요.
◇ Q. 선생님도 내년에 칠순이신데 웃으면서 넘어가 주시겠죠?
A. 곡이 정말 죽여줘요. 한 곡에 집중해서 활동해야 승산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달래강’에 PR을 집중하겠지만 편곡 한 번 더 해서 ‘내 인생 후회는 없지만’으로 다시 한 번 승부할 수 있는 때가 올
◇ Q. 방송 활동 계획은 없으신가요?
A.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방송 활동도 늘려 나가고 다시 김국환의 목소리를 많은 분들에게 들려 드려야죠. ‘트로트코리아’ 덕분에 ‘달래강’이 조금 더 잘 될 수도 있어요. 행사도 잘 되고. 가정이지만 가정을 가지고 사는 거지. 희망도 없으면 죽은 놈 아닌가요?
[제휴사:트로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