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기대감이 너무 컸던 걸까. 방송 전 뿌렸던 무수한 화제들이 방송이 시작하자 한풀 꺾인 분위기다. 이제 초반 4부작을 넘은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의 이야기다.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미신을 맹신하는 여자 심보늬(황정음 분)와 ‘수식’을 믿는 괴짜 천재 CEO 제수호(류준열 분)의 로맨틱 코미디를 그려내는 드라마다. 워낙 유명한 웹툰이 원작인데다 ‘로코퀸’ 황정음과 tvN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의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방영 후 ‘운빨로맨스’를 향한 ‘과도한’ 관심은 한소끔 꺼진 분위기다. 일단 시청률이 이를 입증한다. ‘운빨로맨스’는 1회에서 10.3%(이하 닐슨코리아 제공, 전국기준)를 기록했지만, 그 이후에는 8.7%, 8.0%, 8.2%, 8.4%를 기록하는 등 8%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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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만 보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경쟁작인 SBS ‘딴따라’나 KBS2 ‘마스터-국수의 신’과 1% 내외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화제성에선 압도적이었던 ‘운빨로맨스’가 받아든 성적표치곤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10%대를 찍고 ‘점점 내려오는’ 시청률 그래프는 위기감을 만들기 충분하다.
그렇다면 왜 ‘운빨로맨스’는 초반 시청층 유입 과정에서 주춤하게 된 걸까. 일단 불친절한 ‘쾌속 진행’에 있다. 현재 ‘운빨로맨스’의 주축이 되는 스토리는 주인공 심보늬가 제제팩토리 CEO 제수호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심보늬가 혼수상태에 빠진 동생을 깨어나게 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내막을 알지 않고서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다.
한 번 밖에 본 적 없는 남자가 호랑이띠라는 이유만으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달려들고, 이성보다는 미신을 맹신하는 심보늬는 그 당위성을 잘 보여주지 못하면 시청자의 공감을 좀처럼 사기 힘든 ‘위험한’ 캐릭터다. 그만큼 심보늬가 ‘왜’ 호랑이띠를 만나야만 하는지의 이야기를 더 탄탄하게 쌓아올려야 시청자들은 이 ‘허황된’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하나의 스토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운빨로맨스’는 심보늬가 왜 ‘호랑이’를 찾아 나섰는지에 대한 내용을 1회 말미 15분가량 되는 분량에 압축해 보여줬다.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위해 시청자를 납득하는 과정이 줄어든 셈. 그렇기 때문에 초반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다. 심보늬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하기에는, 그리고 그가 온 인생을 미신에 걸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그 설명 시간이 너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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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운빨로맨스 방송 캡처 |
왜 여주인공이 이렇게 ‘위험한’ 로맨스를 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생략된 채 드라마는 일단 심보늬와 제수호, 한설희(이청아 분)와 최건욱(이수혁 분)을 일단 ‘얽고’ 봤다. 주인공들이 사각관계로 얽히는 과정에 집중되면서 ‘로맨스’에 집중하는 시청자들을 만족시켰을지는 몰라도, ‘드라마’를 원하는 시청자들은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운빨로맨스’가 호불호가 명확한 드라마가 된 거다.
또한 주인공들의 전작의 ‘그늘’도 ‘운빨로맨스’를 향한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 ‘운빨로맨스’는 ‘그녀는 예뻤다’와 많이 닮았다. 어딘가 부족한 여주인공이 완벽하지만 한 구석에 아픔을 지닌 남자 주인공과 얽히고, 직장에서 그 과정이 심화된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뻔한 공식’이긴 하지만, 두 드라마가 더욱 닮아 보이는 건 황정음의 영향이 컸다. ‘운빨로맨스’의 심보늬와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은 어딘가 부족하지만 활기차고 톡톡 튄다. 캐릭터가 비슷하다보니 우려는 컸고, 황정음은 이에 대해 제작발표회에서 “저라는 사람이 연기하는 거니까 많이 다를 수 없다”고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바뀌는 것이니 새로움은 상대역인 류준열이 담당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새로움’을 담당해야 할 류준열마저도 그의 전작 ‘응답하라 1988’ 속 김정환과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녀는 예뻤다’ 속 박서준이 위치했던 ‘츤데레 순정남’의 위치를 그대로 류준열이 이어받았고, 거기에다 ‘응답하라 1988’ 속 류준열이 맡았던 김정환 또한 운명의 장난처럼 ‘츤데레 순정남’이었다.
불친절한 ‘쾌속 전개’에 배우들과 캐릭터들마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드니 시청자들은 더욱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초반 시청률 유입을 결정짓는 초반 4부라는 ‘황금시기’를 허무하게 놓친 건 아닐지 우려가 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난 8일 방송된 5부에서는 심보늬와 제수호의 사연이 얽혀 들어가면서 앞선 4부작에서 부족했던 스토리를 채워 넣으면서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과연 ‘운빨로맨스’가 ‘호불호가 나뉘는 드라마’가 아닌 ‘모두에게 호감인 드라마’로 거듭날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진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