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또 오해영' 예쁜 오해영 役,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 우연이 役
"사랑받는 인물 연기해 너무 행복"
"예능 이미지 정말 싫었는데 다시 날 살린 것도 예능"
"사랑, 어려울 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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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죽거나 상대를 떠나는 캐릭터만 연기했어요. 사랑받는 캐릭터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소원을 영화로 풀었네요.(웃음)"
배우 전혜빈(34)은 최근 끝난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야 했던 '예쁜 오해영'을 연기했다. 사랑을 이뤄내지 못했기에 아쉬움은 더 큰 듯 보였다.
그는 "'또 오해영' 속 예쁜 해영이도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았겠지만 스토리 전개 때문에 다른 사람이 들어올 틈은 없었다"며 박도경(에릭)과 '그냥' 오해영(서현진)의 사랑이 이뤄진 것으로 만족해했다.
대신 '예쁜 오해영'의 못다 이룬 사랑은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감독 조성은) 속 여주인공 우연이로 대치해 바라봤다. 전혜빈은 '우리 연애의 이력'을 통해 "사랑받는 인물을 연기해 너무나 행복하다"고 좋아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우리 연애의 이력'은 이별했지만 헤어지지 못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감독과 여배우로 만난 두 사람 우연이(전혜빈)와 선재(신민철)가 결혼하고 헤어지는 등의 관계를 참신하게 풀어냈다.
어렸을 때 '광년이' 캐릭터로 엄청난 사랑을 받은 연이. 하지만 현재 그는 카메라 공포증까지 생겼다. 술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연이의 상처를 아는 선재는 연이를 보듬는다. 영화는 사랑과 이별의 감정이 섬세하다.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입체적인 캐릭터와 리얼한 대사가 가슴과 머리에 박힐 정도다.
"극 중 우연이와 마찬가지로 나도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는 전혜빈은 "내가 생각한 대로 세상이 돌아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두려운 존재였고, 사기와 배신을 당하면서 안 좋은 일도 겹쳤다"며 "우연이의 불안정한 모습이 나와 닮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통해 나의 상처까지 치료한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전혜빈은 데뷔 초 '이사돈'으로 이름을 알렸다. 유명세는 독했다.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려고 했는데 오디션을 볼 때마다 예능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고 퇴짜를 맞았다. "거절의 핑계였을 지도 모르지만 큰 상처였다"고 기억한다.
그렇게 잊혀 갔다. 재기를 꿈꾸며 드라마나 영화의 문을 두드렸으나 쉽지 않았다. 전혜빈의 표현을 빌리자면 "잘할 수 없는 역할만 들어왔다"고 한다. 쓸데없이 여성 캐릭터를 소비하는 작품이었다.
"'충무로 입성이 이런 루트밖에 없나?'라는 고민에 빠졌어요. 신고식처럼 치러져야 하는 게 싫더라고요. 자신감 없는 연기를 하기도 싫었고, 잘하지도 못하는 걸 할 수도 없었죠. 그런 작품을 남기기도 싫었고요."
"아무도 찾아주지 않았고, 가수 꼬리표 달린 퇴물, 재기 불능한 인물"이 됐다. "가수도 아니고 배우도 아닌 애매한 방송 이미지였다"는 게 전혜빈의 기억이다. 하지만 그렇게 독이 된 예능이 다시 그를 살렸다. '정글의 법칙' 속 '여전사 이미지'다.
"내 인생에 좋은 약이 된 것도 예능인 것 같아요. 정글에 다녀오니 오히려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얘기까지 들었어요. 그런 반응이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죠. 예전에는 누가 (24시간 춤추며 돌 수 있다는 뜻으로 예능에서 각인된) '이사돈!' 하면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알아서 돌아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인지, 능글맞아져서 그런 건지 의연해요(웃음). 과거의 내게 미안할 정도죠."
전혜빈은 "순수했던 그 시절, 전혜빈에게 부끄러워 한 내가 미안했다"며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고 반짝반짝 빛난 순간이었는데 왜 지우려고 하고 없애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짚었다.
과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성장한 전혜빈. 그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또 오해영'과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을 통해
"어렵게 생각할 건 없는 것 같아요. 뭐가 맞는지 답은 없잖아요.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같이 있고 싶으면 있고, 싫으면 떨어져 있는 거죠.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하하하."
jeigun@mk.co.kr/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