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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위하여’, ‘승리의 함성’이 트랜스픽션의 노래라는 건 몰라도, 노래 자체는 다들 아시잖아요. 그렇게라도 알아주시니까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뮤지션을 기억하시는 힙합과는 달리, 음악은 아는 데 밴드 자체는 잘 모르는 현실이 아쉽죠.”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밴드 트랜스픽션(해랑, 천기, 전호진, 손동욱)은 2016년 대한민국 땅에서 밴드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못내 아쉬워했다. 트랜스픽션 정도의 대중성을 지닌 팀이 이렇게 느낄 정도니, 그보다 더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밴드 음악인들의 심정은 어떠하랴 싶다.
시나위, 부활 등 현존하는 전설의 밴드의 뒤를 잇는 트랜스픽션은 1998년 각기 다른 색을 지닌 다른 팀에서 활동하며 홍대 클럽에서 처음 만나 음악적 교류를 이어가다 2000년 말, 전격 의기투합했다. 팀 결성 후 멤버 교체 없이 17년째 함께 해오고 있는 이들은 (데뷔 시기로는 조금 뒤처지지만)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과 활동 연배를 함께 한다.
굳이 꼽자면 대한민국 록 밴드씬에서 허리 정도 위치에 해당하는 이들은 락 하면 무조건 ‘비주류’로 통하던 밴드 불모지 시절부터 월드컵이라는 사회문화적 이슈를 탄 호황기, 아이돌 댄스 음악과 EDM-힙합으로 주류 음악 계보가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락의 기세가 한 풀 꺾인 불황기도 온몸으로 느끼고 맞서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밴드신의 외부적 현실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이들은 “비주류인 밴드 음악이 주류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그 흐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다짐했다.
“우리 색은 지키되, 대중과 가까워지고 싶어요. 외국 밴드에 대한 동경도 좋지만 힙합도 한국식으로 다가와 잘 된 것처럼, 락음악도 대중이 어렵지 않게 다가올 수 있게 한다면 더 호의적으로 생각해주시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쉽게 접근하시게 하면서도 우리의 것을 지키는 건 쉽지 않지만 우리가 노력해 만들어가야겠죠.”
트랜스픽션은 최근 싱글 ‘Aloha’를 발표했다. ‘Aloha’라는 단어가 주는 포근함처럼, 곡은 느긋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로 가득하다. 이들은 “대중이 보는 트랜스픽션은 워낙 다크하고 하드한 느낌이 강하지 않나”며 “그와 반대로 달달하고 편안한 느낌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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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행동은 물론, 부상 부위의 특성상 마이크를 드는 일조차 불가능했다. 녹음부터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모든 일정이 중단될 위기. 하지만 트랜스픽션의 선택은 직진이었다.
“작업이 제대로 꼬였죠. 하지만 안 할 수 없었어요. 이미 모든 계획이 세워져있었거든요. 깁스 한 채 녹음도 하고, 이미 잡혀있던 공연도 했죠.” 덕분에 뮤직비디오에는 깁스 투혼을 벌이고 있는 해랑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지나고 나면 추억이라지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억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과정도 만만치 않았지만 사실 곡 자체도 트랜스픽션으로선 도전이었다. 신나고 빠른 노래 위주로 해왔던 이들에게 ‘Aloha’의 절제미는 그들 스스로도 생경함으로 다가왔다.
“무겁지 않으면서 가볍지만도 않은, 차별화된 느낌을 노렸다”는 이들은 또 “4계절 내내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꿈이지만 여름노래가 없었던 만큼 여름노래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1집 ‘내게 돌아와’로 신선한 주목을 받은 이들은 음반에서 음원으로 ‘시장’이 옮겨 오는 과정에서 위기도 겪었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식 응원가인 ‘승리를 위하여’에 참여하며 드라마틱하게 재기했다.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25만 관객 앞에서의 뜨거운 기억은 여전히 이들을 미소짓게 한다.
“밴드의 진면모를 보고 싶으시면 공연장을 찾아주세요. 열정과 에너지를 느끼셔야죠. 막상 거리에서 공연을 하면 어떤 장르도 우릴 못 이겨요. 사운드가 장난 아니니까요. 방송에선 그저 시끄럽게 들릴 지 몰라도 그런 부분을 알아주시고 공연장을 많이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트랜스픽션의 음악은 영화, 드라마 OST나 게임 BGM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만날 수 있다. 음악이 소비재로 바뀐 현실 속에서도, 좋은 음악을 창작하는 데 대한 뮤지션으로서의 장인정신은 점점 분명해져가고 있다.
“용돈을 모아 CD를 사던 시절, 그 땐 그 자체가 소중한 일이었고 그게 음악의 가치였는데 지금은 음반의 소장가치가 사라진 지 오래죠. 문명과 세대의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우리 입장에선 서글픈 현실이긴 해요. 하지만 우린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Aloha’는 트랜스픽션의 과거와 현재를 지나, 미래로 연결하는 또 하나의 방점이다. 안주하고 머물러 있기보단 꾸준히 변화와 발전을 꾀하며 앞으로도 더욱 발전된 음악을 해나가겠다는, 팬들을 대중을 그리고 스스로를 향한 약속이기도 하
“처음 멤버 그대로 10년 이상 가는 게 쉽지 않은 일이죠. 음악적인 순수함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그만큼 자부심도 가지고 있고요, 앞으로도 우린 함께 할 겁니다.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롤링스톤스 같은 팀이 되고 싶다는 게 우리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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