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에 미쳐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괴물 PD ‘석진’. 특정 인물을 모델로 삼기 보다는 상상과 주변인들, 시나리오 속 설정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캐릭터에요. 감독님의 조언 안에서 내 주변 누군가의 말투, 또 다른 어떤 이의 행동, 타인의 경험 등을 복합적으로 조합해 만들어낸 인물이죠. 그냥 단편적인 ‘나쁜 놈’ 이상의 여운이 남는 현실적인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젠틀맨’ 이정진이 방송가의 비열하고 냉정한, 시청률에 미친 괴물 PD로 분했다. 캐스팅만으로도 반전의 서막을 알린 영화 ‘트릭’을 통해 다시 한 번 그의 숨겨진 연기 내공을 발견할 수 있다.
8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정진을 만났다. 신작 ‘트릭’을 감상한 소감을 물으니 “나야 말로 너무 궁금하다.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 지”라며 멋쩍게 웃는다.
이번 영화를 통해 역대급 악역으로 변신한 그는 “(석진은)두 말 할 것 없이 나쁜 놈이지만, ‘일을 잘 하는 잘난 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인간 이정진의 생각, 가치관이 개입되는 순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너무 어려울 것 같았다고. 최대한 캐릭터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성적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극 중 한 때 불량 식품 고발 특종을 단독으로 보도해 보도국 최고의 스타 피디로 명성을 쌓았던 석진으로 분했다. 이 고발 내용이 오보로 판명 나고, 재판에서도 불량 식품 제조사의 무죄로 판결나면서 석진은 하루 아침에 좌천된다. 몇 년 후, 교양국 피디로 복직한 그는 방송국에 새로 부임한 낙하산 사장에게 은밀한 제안을 받고, 다큐멘터리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도준(김태훈 역)과 영애(강예원 역) 부부의 병상 일기를 촬영하게 된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 국장 자리를 받기로 약속한 그는 병세 악화로 촬영을 거부하는 도준을 가혹하게 압박한다. 결국 도준의 임종 장면을 촬영하기로 결심한 그는 ‘방송에 중독된’ 도준의 아내, 영애(강예원)에게 거부할 수 없는 악마의 제안을 한다.
이어 “이 작품은 사실 언론의 진실 보도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 하고 있다”면서 “돈 벌고 싶고, 성공하고 싶고…이런 저런 개인의 욕심이 도를 넘어 괴물이 되고, 그 괴물이 저지르는 악행으로 인해 사회 곳곳이 멍들게 되는 현실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현대 사회에 만연된 잘못된 대중의 인식들을 되짚어보게 하는 작품이라 더 의미있게 다가 왔다고.
그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지난 날을 회상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정진은 “나 역시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크고 작은 유혹들을 받아봤다. 모두가 그렇지 않겠냐”라며 “한국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비극적인 사건들에 대한, 그 근본 원인들에 대한 날카로운 메시지를 염두하며 연기했다. 영화다 보니 과장된 부분들은 있겠지만 결국 던지는 물음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피력했다.
그는 “기왕 할 악역 연기라면 더 리얼하게 표현하고자 준비 과정에서부터 말
영화 ‘트릭’은 오는 7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 유용석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