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윤계상은 유독 작품복이 없는 배우로 유명하다. 아이돌 출신 치고 연기력 혹평도 없을 뿐 아니라, 출연하는 작품 대부분 완성도와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이상하게도 ‘흥행’에 있어서는 늘 2%의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윤계상이 간만에 ‘인생작’을 제대로 만났다. tvN 금토드라마 ‘굿 와이프’에서 일에서만큼은 냉정하지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일편단심인 변호사 서중원 역을 통해 안방극장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굿 와이프’를 통해 연기력 호평과 더불어 대중성, 흥행이라는 토끼를 모두 사로잡는데 성공한 윤계상, 배우로서의 본격적인 2막이 시작됐다.
올해로 12년차 배우가 된 윤계상은 그 기간 동안 부침이 컸다. 2004년 인기의 전성기를 달렸던 지오디(god)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윤계상이 돌연 지오디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멤버들끼리 끈끈함을 자랑해 왔던 지오디였기에 윤계상의 탈퇴는 충격적이었고, 정든 품을 떠나 그가 선택한 것은 연기였다. 당시 ‘국민그룹’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던 지오디의 멤버의 자리를 벅차고 배우를 택한 그의 선택에 많은 이들은 의문을 표했다. 인기에 편승해 손쉽게 연기에 도전할 수 있었던 윤계상이었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그룹 탈퇴와 연기 데뷔는 더욱 큰 혼란을 주었다. 심지어 연기 데뷔작은 지상파 드라마 주인공도 아니고, 상업영화도 아닌 청춘들의 고민을 담은 영화 ‘발레교습소’였다.
![]() |
배우로 전향한 윤계상은 지오디 탈퇴에 변명을 하기 보다는 작품 활동에만 매진해 왔었다. 데뷔작인 ‘발레교습소’는 비록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당시 발레 교습소에서 숫기 없는 남자주인공 민재역을 충실하게 소화하며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윤계상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한 드라마는 드라마 ‘사랑에 미치다’였다. 비록 시청률 적인 면에 있어서는 높지 않았지만, 연기경력에 비해 한층 깊어진 감성연기는 안방극장에 인상을 남긴 것이다.
하지만 앞선 두 작품은 대중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 면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으며, 이후 윤계상은 ‘작품 복이 없는 배우’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실제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제외하고, 시청률로 환하게 웃은 적이 없으며, ‘스타발굴의 산실’로 여겨졌던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짧은 다리의 역습’) 마저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짧은 다리의 역습’ 이후 윤계상은 요리와 리얼리티를 콘텐츠로 한 올리브TV 예능프로그램 ‘윤계상의 원테이블’(이하 ‘원테이블’)을 출연하게 된다. ‘원테이블’은 윤계상에게 있어 특별한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지오디 탈퇴를 공식발표하고 8년 만에 지오디 멤버들과 다 함께 카메라 앞에 선 것이다. 그리고 윤계상은 당시 말은 무성했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지 탈퇴한 것에 대해 “난 연예인을 관두려고 했다. 누가 연기를 하고 싶어서 지오디를 깨고 싶었겠느냐. 우연한 계기로 연기를 하게 됐는데 하다 보니 좋았다. 그러다보니 소문이 현실이 됐고 내가 그걸 반박하면 좋은 추억이 깨져버리는 상황이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멤버들 사이 오해를 푸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는 지오디 재결합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 |
이후에도 부지런히 달려온 윤계상은 영화 ‘소수의견’ 드라마 ‘라스트’ 등을 통해 배우로서 단단한 입지를 다녀나갔으며, 이 같은 노력은 ‘굿와이프’를 통해 결실을 맺고 있다.
‘굿와이프’ 초반 서중원을 연기하는 윤계상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김혜경(전도연 분)이 15년 만에 변호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는 ‘굿와이프’였던 만큼 드라마는 김혜경의 변화에 포커스를 두었기 때문이었다. 연수원 동기이자 김혜경이 몸담고 있는 로펌 MJ의 대표인 서중원은 김혜경에게 호의를 보이는 친절한 ‘키다리 아저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서중원이 극의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김혜경과의 짙은 키스신을 찍은 이후였다. 사람 좋은 미소 뒤에 있었던 인간적인 고민과 김혜경을 향한 짙은 멜로의 기운을 풍기며 극의 재미와 긴장감을 더한 것이었다. 서중원의변화는 단순히 한국드라마 속 빠질 수 없는 ‘러브라인’을 부각시킨 것만이 아니었다. 자신 몰래 불륜을 저지르고 각종 부정행위를 하는 이태준의 정반대지점에 선 서중원은 ‘사랑’의 마음을 드러냄으로서 김혜경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었다.
극중 서중원과 지내면서 그의 진심을 알게 된 김혜경은 그와 반대되는 이태준과의 사랑이 자신을 위함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면서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많은 이들을 변호하면서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게 된 김혜경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굿 와이프’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여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인정해주는 서중원이 들어오면서 김혜경은 조금 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 |
이 같은 서중원을 연기하는 윤계상은 넘치거나 혹은 부족함이 없다. 쉽게 말해 무엇인가를 표현하기 위해 애쓰려고 하기 보다는 서중원이 놓인 상황과 감정을 그래도 드러내는데 충실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연기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윤계상의 서중원은 도리어 설득력을 더하며, ‘쓰랑꾼’(쓰레기+사랑꾼)이라고 불리는 이태준을 연기하는 유지태의 카리스마에도 밀리지 않는 연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굿와이프’에서는 김혜경을 향한 서중원의 사랑이 드디어 통하면서 그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안방극장을 사로잡는 서중원의 매력은 시청률로 증명됐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굿와이프’는 평균 5%, 최고 6.5%를 기록(케이블, 위성, IPTV 합산,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하면서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혜
‘굿와이프’를 통해 연기 데뷔 11년차 배우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윤계상, 감정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굿와이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