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폼 나는 미래를 꿈꾼다. 찌질 했던 지난 날, 나의 가치를 몰라준 누군가에게 한방 먹여주기 위해, 아니면 고된 현실에서 멋지게 탈출하고자. 혹은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내 안에서 불타오르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하지만 정작 마주한 현실은 과거 보다 더 냉혹하게 우리를 옥죄곤 한다. 영화는 잘 나가는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위기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세 남자의 일탈을 통해 통쾌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하루아침에 희망퇴직 권고를 받은 대기업 과장 중필(신하균), 13년째 사법 고시를 준비하다 자살을 결심한 수탁(박희순), 그리고 건강 이상으로 마지막 방송을 앞둔 방송국 간판 아나운서 은동(오만석)까지.
답답한 현실이 원망스럽기만 한 이들에게 어느 날 대학 선배 부친의 부고가 들려온다. 무작정 제주도로 떠난 이들은 하루 하루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들에 직면한다. 마치 우리들의 인생과도 같이.
화려한 싱글? 사회 정의를 꿈꾸는 지식인? 남부러울 것 없는 엄친아’? 사회적 잣대로 본 세 남자의 아우라는 그럴 듯 해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외로운 노총각 루저다. 존재 자체가 부모님께 불효인 철딱서니, 그리고 간암 환자다.
10년 전, 20년 전 기대했던 모습이 아닌 지독한 ‘현실’과 마주하며 살아오던 이들은 빡빡한 일상에서 벗어나 즐겨보기로 작정한다. 빨간 스포츠카와 자연산 다금바리, 럭셔리 호텔 숙박까지 판타스틱한 여행을 계획하지만, 그 이상의 놀라움이 있는 4박5일을 경험하게 된다.
사실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예상했던 그대로 흘러간다. 곳곳에서 터지는 유머와 에피소드 역시 신선할 것 없이 뻔하다. 하지만 신하균 박희순 오만석, 이 세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은 이 진부함조차 유쾌하게 만든다. 각기 다른 세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트리플 시너지가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관전 포인트.
극 후반부, 갑자기 사라진 ‘수탁’(박희순)과 그를 찾아 헤매는 중필(신하균)의 추격전은 예상 외 긴장감을 선사하는 명장면이다.
무엇보다 영화는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듯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누구나 한번 쯤 꿈꾸는 여행 판타지로의 ‘힐링’을 선사한다. 103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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