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영화 ‘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 살인기’의 각본, 연출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노덕 감독이 연극 ‘클로저’ 연출로 나선다.
‘클로저’는 영국의 연출 겸 극작가 패트릭 마버의 대표작으로, 위태롭게 얽힌 네 남녀의 뒤틀린 관계와 사랑으로 인한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진실의 의미를 조명하는 깊이 있는 대본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 앞서 문근영, 엄기준, 정보석, 박희순, 김지호, 홍은희, 진세연, 차수연, 신성록, 이윤지 등이 출연했으며, 배성우는 초연 때부터 함께 했다.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클로저’는 연극적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다. 감독이 아닌 연극 연출로 만난 노덕은 훨씬 더 자유롭고, 밝은 모습으로 활발한 작품 준비에 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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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감독의 작품이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수백 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에서 감독의 결정과, 후반작업 등은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이는 곧 대중의 반응으로 돌아온다. 작품의 방향이나, 색깔 등이 감독의 손에서 바뀔 수도 있다.
“영화는 후반작업이나, 흥행, 작품 퀄리티 등의 책임 부담이 있다. 하지만 연극은 배우들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많다. 배우들이 만들어 가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소통도 많이 하고 있어서 재밌다.”
‘클로저’는 연극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 1997년 5월 런던에서 초연된 후, 2004년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이 출연한 영화로 대중들을 만나, 색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연극으로 ‘클로저’를 본 적은 없다.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다.”
그렇다면 노덕 연출은 이번 ‘클로저’를 만나게 된 것일까. 작품에서 어떠한 부분이 노덕을 움직였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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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 제작사 악어컴퍼니에서 새로운 시각을 원했고, 감독과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하게 된 셈이고. 앞서 ‘연애의 온도’를 통해 멜로작품을 더 하고 싶었다. 하지만 섣불리 할 수 없는 장르가 ‘멜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연극이라는 장르보다 ‘클로저’이기 때문에 작품을 결정할 수 있었다. 멜로에 대한 갈증을 풀고 싶었다.”
하지만 연극과 영화의 화법은 엄연히 다르다. 영화에만 매진했던 노 감독이 느낀 ‘클로저’는 어땠을까.
“연극 대본을 봤는데 영화와 다르더라. 영화가 멜로의 방점이라면, 연극은 멜로보다 폭넓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식은 다르지만, 이야기, 캐릭터도 비슷하지만, 하고 있는 얘기가 달라 매력적이었다.”
영화 ‘클로저’를 봤지만, 이 또한 연극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노 감독은 원문 대본도 찾았다. 작품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났다.
“단순한 멜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야기지만, 사랑을 매개로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 깊이 있는 이야기다. 원문도 봤는데 정말 좋더라. 이런 작품을 연출한다는 것도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앞서 다른 연출이 맡았던 작품이기에, 노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 ‘클로저’의 색이나 스토리가 ‘노덕’ 특유의 감성이 묻어날지 궁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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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체가 작품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본이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세련된 감성이 살아 있었고, 이를 충실하게 구현해도 의미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연극이니까, 진행할수록 영화랑 변별력이 생겨 더 재밌었다.”
“영화 음악이나 배우가 유명해, 처음 대할 때는 영화에 대한 인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인상이 작품을 대하는 데 제한적이라고 생각되 오히려 다시 보게 됐다. 작품 자체가 변별력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노 감독은 함께 하는 배우들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다. 이번 ‘클로저’에는 배성우, 박소담, 이동하, 김선호, 김준원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함께 해 작품에 대한 신뢰도 높인다.
“배성우는 앞서 ‘클로저’에 6번이나 올라서 작품에 대한 이해가 좋다. ‘특종: 량첸 살인기’에서도 함께 했는데, 연극에서 내뿜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더라. 영화와 또 다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박소담은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렛 미 인’도 했다던데 매체 특성도 잘 알고, 아이디어도 많고, 자유로운 배우다. 드라마 때문에 일정도 쉽지 않을 텐데, 공부도 혼자 해고 속이 단단하더라. 굉장히 즐겁게 임하고 있다.”
좋은 배우와 함께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이 시간이 더 없이 의미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노 감독은 연극 연출을 하면서 배우들에 대한 생각 또한 달라졌다.
“배우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자유롭게 창작하는 분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영화는 크랭크인 전에 깊이 있는 얘기를 못하면 촬영 현장에서는 시간의 제약 때문에 쉽지 않다. 지금은 배우들이 의미 있는 질문과 답을 구하기도 한다. 인간적인 교류로 하루 반나절 이상 함께 하니, 정말 시간이 주는 의미가 다르더라.”
“배우에게는 표현이 굉장히 중요하다.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체감에서 템포를 느낄 수 있다. 연극을 하면서 이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와 연극의 같지만, 다를 수밖에 없는 지점을 부딪치면서, 노 감독은 다른 점에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값진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덕분에 본질에 더 집중할 수도 있었다.
“물론, 시행착오가 있었다. 시나리오를 습관대로 썼는데 연습하다가, 수정을 하다 보니 ‘편집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연극은 아무리 ‘배우가 표현을 하지 않으면 끝나는 것’이더라.”
“연극이나 영화는 다른 지점의 소통인 거 같다. 영화는 찍어서 나오는 결과라면, 연극은 배우의 테이크를 가지고, 첫 공연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정확한 사변으로. 진실을 다루지만 접근 방법이 다르다.”
노 감독의 말처럼, 접근 방법이 다른 두 장르다. 하지만 노 감독의 ‘클로저’가 더 기대되는 것은 앞서 내보인 노 감독의 ‘접근방식’이기 때문. ‘연애의 발견’이나, ‘특종: 량첸 살인기’에서 내보인 노 감독의 색다른 접근방식, 인간 본연의 감정 표현, 배우들의 생각지 못한 면모를 이끌어낸 그의 연출은, 연극무대에서 또 다른 힘으로 작용할 듯 보인다.
“영화도 어떤 작품인가가 중요한 것처럼, 연극도 관객에게 보여 진다는 본질로 다가가고 있다. 보고 나서 관객에게 어떤 것이 남느냐가 중요하다. 작품이 뭘 줄 수 있느냐 말이다. ‘클로저’를 세련됐다고 느꼈는데, 좋은 극을 만들면 관객들이 알아봐주겠지 않을까. 본질적으로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노 감독이 ‘클로저’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위로’였다. 사람을 통한 사랑과 위로 등의 인간 본연의 감정 말이다. 이미 여러 번 무대에 올랐고, 그 시간과 함께 마니아층이 탄탄한 작품 ‘클로저’지만, 감각적인 노 감독의 연출과
“‘클로저’가 위로의 메시지가 됐으면 한다. ‘결국 사랑 얘기’가 아니라, 외로운 사람들의 얘기. 사랑은 소통으로 주고받는 것이다. 나를 알아주고 알아가고 그러지 못한 것을 단적으로 나타낸 위로의 메시지가 됐으면 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