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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배우 박보검은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 출연해 흥행을 이끌고 있다. '퓨전 사극'이라는 쉽지 않은 장르에서도 박보검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는 미소와 그 뒷면에 감춰진 냉철한 연기를 동시에 선보였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윤이수 작가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쓴 웹소설이 원작인 드라마다. 박보검은 극중 유력한 가문이 정치를 주도한 세도정치 속에서 왕권 회복을 꿈꾸지만, 권력 대결에서 살아남기 위해 속내를 숨기는 이영 역할을 맡았다.
'구름'을 백성에, '달빛'을 군주에 비유한 '구르미 그린 달빛' 원작은 이영과 당시의 배경을 가져왔으나 기록과 사실에 비중을 둔 작품은 아니다. 원작자는 '남장 여자'라는 흥미로운 특징을 지닌 홍라온을 추가해 궁중로맨스를 만들었다.
박보검은 판타지 요소가 중심을 이룬 이 드라마에서 코믹과 진중한 연기를 오가면서 이영을 표현해냈다. 그는 홍라온 역을 맡은 김유정에게 짓궂은 농담을 하거나 세자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이 웃음 짓게 했다. 박보검과 김유정은 신분제 사회인 조선시대에서 '세자와 내시'라는 관계를 뛰어넘으면서 사극을 현대적으로 소화했다.
환한 미소로 자유분방한 이영을 연기하는 박보검은 힘의 대결이 이뤄지는 궁궐에서는 전혀 다른 연기 톤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왕이 즉위 직후 일어난 농민항쟁으로 힘을 잃고, 신하들이 힘을 쥔 상황에서 박보검은 결정적인 순간에 차가운 눈빛으로 세력을 견제했다.
지난달 30일 방송에서는 이영이 왕의 명에 따라 대리청정을 받아들였다. 박보검은 병약한 왕을 대신해 숨겨왔던 제 뜻을 드러내고, 결단을 내리는 장면들을 매섭게 전했다.
박보검이 전달하는 이영의 모습 속에는 등장인물이 겪어야 하는 양극단이 있었다. 역사적인 사실과 작가가 구현한 세계의 온도차기도 했다. 가볍고 엉뚱하지만, 그 속에 속마음을 짓누르는 박보검의 연기는 퓨전사극이 자칫 잃을 수도 있는 무게감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존재를 숨기기 위해 궁궐 속 다양한 한복을 입는 박보검의 미모는 방송 전부터 기대를 높였다. 그의 얼굴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순수한 얼굴 속에 배어나는 냉랭한 표정 연기들 덕분이었다.
박보검은 tvN '응답하라 1988'에서 바둑계 승부사 최택으로 등장했다. 친구들에게 놀림 받을 만큼 순한 성격과 사랑을 쟁취하는 저돌적인 연기로 작품의 성공과 함께 '대세 배우'로 인정받았다.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양극단의 모습과 결을 같이했다.
이에 앞서 그는 KBS 2TV '너를 기억해'에서 사이코패스인 정선호 역을,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 석현 역을 소화했다. '사이코패스와 따뜻한 청년'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캐릭터도 박보검은 각 작품에서 충실하게 그렸다.
'극과 극'을 오가는 박보검의 연기는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도 반영돼 이영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주인공이 담아내는 그릇이 넉넉하기에 작품은 풍성해졌다. 박보검은 달빛과 닮은 은은한 매력을 전하면서도 그 안에서 서린 그림자 또한 담아내고 있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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