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에브리원에는 참 이상한 일이 많다. 이경규가 출연자가 아니라 PD를 하고 있고, 여성MC들로만 구성된 토크 프로그램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고, ‘거리의 악사’ 버스커들이 몰려들고 있으니 말이다.
MBC에브리원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MBC에브리원의 제작을 책임지는 MBC에브리원 박성호 센터장에게 ‘PD 이경규’와 ‘여성 MC들’과 ‘버스커’들에 대해 물었다. 박 센터장은 일단 최근 ‘PD 이경규가 간다’를 통해 PD로 변신한 이경규를 언급했다.
“‘PD 이경규가 간다’는 리스크가 있는 프로다. 이경규가 출연자이지, 100% 숙련된 기획자는 아니고, 자유로운 대신 연속성이 보장되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이 워낙 욕심이 있어 롱런할 가능성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경규의 콘텐츠만 패러디를 해도 충분히 롱런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양심냉장고’부터 ‘남자의 자격’까지 그가 걸어온 길만 섭렵해도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나올 수 있겠나.”
박 센터장은 “개를 분양한 후 다시 개를 찾아가서 엄마 개가 알아볼까 하는 건, PD도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템”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작은 모티브 하나 가지고 두 회차를 만들어낸 이경규에 대해 그는 “정말 대단하다”고 엄지를 들어올렸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력이 연출에 대한 시각도 넓게 만들었다고.
“‘양심냉장고’나 ‘몰래카메라’가 과거에 했다고 해서, 지금의 세대가 그걸 궁금해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장담하건데, 과거의 예능 아이템 중 다시 돌아오는 게 있을 것이다. 예능이란 게 원래 그렇다. 그런 ‘회전성’과 더불어 이경규와 MBC에브리원과의 인연이 잘 맞아 떨어졌다. 이경규는 지난 2008년 진행됐던 ‘이경규의 복불복쇼’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예능 대부’ 이경규와 더불어 MBC에브리원에는 여성 MC들이 대거 영입됐다.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는 박소현, 김숙, 박나래가 MC를 맡고 있다. 최근까지 차오루가 함께 했으나, 그가 하차한 후 전효성이 새로 합류했다. 이에 대해 박 센터장은 ‘비디오스타’의 의미에 대해 “연예인 경쟁 시대에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창구’ 역할”을 부여한 것과 더불어 ‘여성 MC 편견 깨기’라는 의미를 덧붙였다.
“‘비디오스타’가 기획되면서 우리 또한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고, ‘라디오스타’의 김구라나 윤종신처럼 출연자를 잘 공략하며 끌어갈 수 있는 힘이 없을 거라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편견이었다. 여성은 아직도 예능계에서는 ‘서브’다. 가장 개방적인 예능판조차 아직 ‘남자 주도형’이다. 그런 상황에서 혼성 MC진을 마련하면 어느 순간 여성들은 서브로 밀려나게 된다. 그래서 아예 여성 MC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해 ‘사생결단’을 한 거다.”
이어 박 센터장은 MBC ‘라디오스타’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비디오스타’에 대해 “스핀오프는 예능의 고정적 포맷이었다”고 말했다. 여러 명의 MC를 두고 게스트를 초대해 토크를 벌이는 포맷은 어차피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기 뻔하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라디오스타’를 가져와 여성 MC들의 힘을 보여주고자 기획된 게 ‘비디오스타’였다.
“우리의 목표는 ‘여성 MC 파워’를 보여주고자 하는 거였다. 토크쇼라는 건 어차피 포맷은 비슷하다. 결국 공격적으로 차별화시킬 수 있는 건 ‘여성 MC’였다. 누군가는 여성 MC에 대한 편견을 깨야했고, 매너리즘을 탈피하려면 살짝이 아니라 아예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우리 프로를 보면서 ‘박소연이 토크 MC가 되네’ ‘차오루가 우리 말을 잘하네’ 같이 편견을 깨는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다.”
박성호 센터장은 이외에도 MBC에브리원 ‘버스커즈 버스킹’에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평소 ‘거리의 프로’ 버스커들에 관심이 많았던 박 센터장은 “‘착한 오디션’이 먹힐까 하는 새로운 실험”이라고 ‘’버스커즈 버스킹‘을 소개했다. 흔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참가자들의 사연이나 잔인한 서바이벌은 ’버스커즈 버스킹‘에는 없다.
“버스커들은 미디어 노출 기회가 없을 뿐 이미 ‘프로’고, 자부심이 있다. 준비된 아티스트라는 거다. 그래서 기성 뮤지션들이 그들을 직접 발굴하는 ‘찾아가는 오디션’을 하자 싶었다. 사실 이 방송에 나오는 참가자들에게도 다들 사연이 있지만, 이를 굳이 드러내진 않는다. 대신 그들이 꿈을 꿨던 ‘역자의 발판’ ‘꿈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게 포인트다. 또한 버스킹이 계속되려면 재능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고, 이게 하나의 문화를 만든다. 그걸 방송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가요계에 또 다른 토양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이 모든 게 아직은 ‘실험 단계’이지만,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