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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무현계' 인사인 배우 문성근은 눈시울을 붉혔다.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면서 추억에 젖기도 하는 듯 보였다. 눈을 감고 과거의 어떤 추억 한 조각을 떠올리는 듯도 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감독 전인환)를 보면서다.
영화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부산시민민주협의회를 함께한 김희로 선생의 아들 김원명 작가가 독립예술가, 사진예술가, 팟캐스트 진행자 등을 만나며 노 전 대통령을 기억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이들이 현재를 담당하고,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다 패배한 노 전 대통령의 16대 총선 거리 유세 영상 등이 과거 우리 기억 속 노무현의 모습을 책임진다.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던 이들에게 그를 추억하게 하고 눈물짓게 한다. 울컥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 여러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게 한다. 특히 '바보 노무현'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낸 노제 영상은 언제 봐도 한숨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과거 기억 한 토막이 떠오른다. 정치에 관심도 없고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비난하면서도 안일한 생각에 '깨어있는 시민'의 권리를 포기했던 20대 후반. 사회에 처음 나와 기자가 되고 사회부에서 밤샘하기 일쑤였던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
솔직한 심정은 '잠잘 시간이 더 없겠구나. 봉하마을 가기 싫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 당시는 동기들 가운데 당첨자로 뽑히지 않은 게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자원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엄청난 지지자들의 눈물과 슬픔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한국 역사의 한 장면을 대단하게 쓴 이의 영정 사진과 함께 이틀을 함께했던 기억이 전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빈소에 찾아왔다는 게 대단한 뉴스거리가 될 거라는 생각에 그를 따라가 멘트를 따려고 한 기억밖에 남아있지 않다.
엄청난 사람들이 세상이 끝난 것 같이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며 통곡하는 걸 보고 들은 건 노 전 대통령의 노제가 처음이었다. 죽음 뒤 따르는 의식이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지도 미처 알지 못했다. 물론 일로서나 사적으로나 그의 죽음 앞뒤로 다른 노제에 가본 적은 없다. 그래도 그런 통한의 노제는 거의 없을 것 같다.
국민을 주인으로 삼으려고 했던 대통령. 시대의 한계 탓 실패한 것으로 치부되나 큰 울림을 준 그는 지금의 대통령이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일을 벌이고 있으니 더 사람들의 기억에 많이 남을 듯하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끝난 뒤 문성근은 홀로 크게 손뼉을 쳤다. 그 마음이 이해는 됐으나 영화적으로는 동의하지 못했다. 또 다른 지역주의와 맞서 여수을에 출마했다 낙선한 故 백무현씨의 이야기가 '두 도시 이야기'라는 중의적 의미로 묘한 울림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의도가 제대로 읽히지는 않았다. '친노'로만 포장하지 않은 건 좋았지만 차라리 노 전 대통령에 좀 더 집중해야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선거 유세 당시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의 이 다큐가 나오지 않았다면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