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쿠얼리티’라는 단어를 하석진만큼 맛깔나게 소화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하석진은 소위 말해 ‘잘난’ 쪽에 속한다. 잘생긴 외모에 ‘공부 잘 하는 공대오빠’라는 타이틀, 그리고 자로 잰 듯 반듯한 성격까지. ‘뇌섹남’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 전 ‘엄친아’로도 불리며 ‘잘남’을 뜻하는 수식어를 놓치지 않았던 하석진이었지만 이 같은 ‘잘난’ 이미지는 양날의 검과 같았다. 도리어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차갑고 무거운 이미지까지 함께 주어졌던 것이었다.
그런 하석진에게 있어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속 학벌과 외모, 강의실력은 고퀄리티이지만, 인성만큼은 쓰레기여서 ‘고쓰’(고퀄리티 쓰레기)로 불리던 일타강사 진정석은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자 또 가장 이질적인 역할이기도 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하고 안하무인 진정석은 기존에 하석진에게 있어 그동안 보여주었던 이미지와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코믹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하석진은 전부터 준비된 듯 ‘혼술남녀’를 통해 제대로 망가졌고, 덕분에 그는 데뷔 후 대표작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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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진정석을 연기할 때 걱정이 많았어요. 사실 제가 봐도 진정석이 재수 없더라고요. 첫 회 진정석이 국어교사인 박하나(박하선 분)과 첫 만남에서 주제파악을 못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 장면이 있는데, 제작진에서 ‘연기를 너무 재수 없게 잘한다’고 말하더라고요. 하하. 심지어 편집 과정에서 진정석이 너무 재수 없어서 분량을 덜어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제가 본 진정석을 설명하자면, 그는 실력 쪽에만 뾰족하게 발달한 인간이에요. 사람과 관계 맺는 것도 연애도 모든 것이 서툴죠. 관계에 있어서 부족한데, 직업적으로 잘 나가니 주위에서 뭐라고 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진정석은 ‘고쓰’가 된 거죠.”
하석진이 본 진정석은 연애가 초짜인 사랑꾼 혹은 ‘여친바보’였다. “7~8부 대본이 들어오면서부터 ‘작가님이 원하는 고쓰가 이런 거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 하석진은 그때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활로를 보게 됐고, 덕분에 진정석은 연애에 서툰 사랑꾼, 여친바보가 될 수 있었다.
“진정석은 박하나에게 ‘직진사랑’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저는 밀당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처럼 직진은 못해요. 진정석은 연애에 있어 초보라서, 멋모르느니 그렇게 용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차갑고 도도한, 그런 ‘나쁜남자’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진정석처럼 솔직하고 자상한 남자가 멋있다는 것을 알게 돼 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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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진은 만약 시즌2를 만든다면 얼마든지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고백할 정도로 ‘혼술남녀’에 대한 애정이 깊어보였다. 작품 자체도 좋았지만 함께 연기했던 사람들과의 합 또한 좋았던 것이다.
“정말 좋았어요. 저는 주로 학원사람들과 주로 호흡을 맞췄는데 다들 연기를 잘해주셔서 서로서로 시너지가 발생했던 것 같아요. ‘혼술남녀’의 마지막 촬영이 박하선씨의 생일이기도 했는데, 마지막 감독님이 ‘컷 오케이’를 외치는데, 끝나자 박하선씨가 펑펑 우는 거예요. 겨우 멈췄다 했는데 생일이라서 생일 케이크를 가져오는데 또 우는 거예요. 눈물을 흘리는 박하선씨를 보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죠.”
하석진은 ‘혼술남녀’ 촬영장에서 있었던 또 다른 에피소드 중 하나로 ‘애드립’연기를 꼽았다. 각자 자신을 내려놓고 장난을 치면서 즐겁게 촬영을 진행한 가운데, ‘분위기 메이커’인 김원해의 수위 높은 대사 애드립으로 웃음을 참지 못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현장에서 웃음이 제일 많았던 주인공은 하선씨였던 것 같아요. 제가 과장된 동작을 하면 웃음을 터뜨려서 NG가 나기도 했거든요. 원해 선배님의 경우 제작진이 안 쓸 걸 알면서 19금 애드립을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편집을 하는 스태프의 반 이상이 20대 여성인데, 나중에는 ‘그런 것 좀 하지 말라’고 항의가 나올 정도였어요.(웃음)”
하석진은 ‘혼술남녀’를 통해 제대로 망가졌고, 덕분에 전에 비해 한층 가벼워진 분위기를 얻을 수 있었다. ‘고쓰’를 연기하면서 주위의 반응은 어땠냐고 물어보았더니 하석진은 “어머니가 특히 좋아하셨다”고 답했다.
“어머니께서 제가 ‘혼술남녀’를 하는 것을 제일 좋아하셨어요. 제가 나온 것 중에 제일 웃겼다고요. 친구들도 잘 어울린다면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많이 응원해 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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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진이 ‘혼술남녀’를 선택한 이유에는 대본과 사람들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는 ‘젊은 이미지’를 얻고 싶은 것도 있었다.
“영해질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주말드라마를 많이 하면서 역할의 한계가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이 시기를 지나면 더 이상 하고 싶어도 못하는 연기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래서 조금은 젊은, 내 나이 대에서만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졌고, 그래서 더 안 쉬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혼술남녀’에서 ‘하루종일 떠드는 일’을 하는 진정석의 취미는 ‘고품격 혼술 즐기기’였다. ‘혼술남녀’는 “나는 혼술이 좋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퀄리티 있는 안주를 즐기며 술을 마시는 진정석의 모습을 오프닝으로 보여주며 시작을 알렸다. 매회 다양한 안주를
“그러게요. 술 광고는 아직 안 들어왔더라고요. 기다리고 있는데.(웃음) 원하는 주종이요? 저는 맥주 보다는 프리미엄 소주 광고를 하고 싶더라고요. 진정석과 어울리는 퀄리티 있는 프리미엄 소주요. 하하.”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