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TV 속에서 당당히 랩을 하던 소녀가 맞나 싶다. 인터뷰 당일 기말고사를 보고 왔다는 제이니는 여느 여고생과 다르지 않았다. “아는 것은 다 풀었다”며 해맑게 웃는 모습이 옆집 학생 같았다.
아이돌로 그리고 배우로 활동을 꾸준히 해왔던 제이니가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린 건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언프리티 랩스타3’ 덕분이다. 프로그램이 종영한 지는 한참 지났지만 출연했던 래퍼들은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이니 역시 ‘언프리티 랩스타3’를 시작으로 새로운 회사와 계약을 마쳤고 이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언프리티 랩스타3’ 나가기 전에 공백기가 있었다. 그 사이에 제가 하고 싶은 게 뭘까 생각했을 때 랩이 우선 떠올랐다. 처음엔 ‘쇼미더머니5’에 나갔는데 2차에서 떨어졌다. 그러다가 ‘언프리티 랩스타3’ 팀과 미팅을 하게 됐고 부족한 제 실력에 대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저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룹일 때 항상 랩 포지션이었다. 깊이 맡은 게 아니라 회사에서 다 짜줬다. 그래서 더 하고 싶었다. 제 자신을 시험해 보고 도전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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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언프리티 랩스타3’에는 여성 래퍼의 시조새격인 미료부터 재참가자인 육지담, 자이언트 핑크, 쥬얼리 하주연, 나다, 유나킴, 케이시, 그레이스, 아직 데뷔도 안한 전소연 등 다양한 출연진들이 등장했다. 팽팽한 경쟁자들 가운데에서 제이니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때는 육지담과의 디스전이었다. 외모에 신경쓰는 육지담을 지적하며 ‘이빨 밀당녀’라는 말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가사 쓰는데 오래 걸렸다. 상대를 잘 알아야 한다고 해서 사전조사를 했다. 육지담 언니를 ‘밀당녀’로 가장 많이 알고 있더라. ‘힙합 밀당녀’는 이미 언니가 해서 인용하긴 뭐했다. 가사를 맞춰 보면서 재미 요소를 찾아보다가 ‘이빨 밀당녀’라는 말이 떠올랐고 주위에도 들려줬다니 재밌다고 하더라. 너무 공격적이라서 걱정했지만 디스전이니 언니가 더 센걸 준비해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방송 직후 육지담과 제이니의 디스전은 다음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해당 장면의 영상의 조회수도 100만뷰를 넘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생겼지만 이와 동시에 제이니를 향한 날선 비난도 이어졌다. 아직 10대 소녀라서 댓글들을 보며 상처를 받을만도 한데 제이니는 모든 반응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제가 공백이 2년 정도였는데 이 정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없어 고마웠다. 댓글은 다 찾아봤는데 내용이 어떻든 다 감사했다. 전 괜찮은데 엄마, 아빠가 댓글을 보고 상처 받으실까봐 걱정했다. 오히려 엄마가 강하시더라. 디스배틀을 준비하면서 이번에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진짜 열심히 준비했다. ‘깡 좋네’, ‘자신감 있다’는 말만 들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그런 댓글이 있더라. 조금은 뿌듯했다.”
제이니는 방송으로 6회, 세 번째 영구탈락자로 선정돼 ‘언프리티 랩스타3’를 떠났다. 마지막 방송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레이스와의 데스매치는 제이니가 꼽은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작업이기도 했다. 최종 성적에 대해서서 만족했다.
“그레이스 언니랑 데스매치를 할 때 마음을 비웠다. 이제 떨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가사도 안 틀리고 잘 나왔다. 그게 가장 베스트였다. 제 생각보다 많이 올라갔다. 그만큼 갈 거라고 생각 못했다. 도전하자는 의미였는데 많은 트랙도 해보고 일대일도 데스매치도 해보고 운이 좋았다. 최종 성적에 대해선 과분한 면이 있다.”
한 여름밤의 꿈처럼 순식간에 지나간 시간이지만 제이니에겐 제대로 랩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덕분에 제 실력을 알았고 어떤 점을 고쳐야하는 지도 생각하게 됐다. 매일 자신의 랩을 녹음하면서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전 랩이라는 걸 깊게 파본 적이 없다. 겉핥기 같은 느낌으로 기초부터 다 부족했다. 제가 하면서 느꼈다. 그래도 제가 부족한 걸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댓글이 저에겐 가장 공부가 됐다. 주위 분들은 제가 상처 받을까봐 현실적으로 말을 못하는데 댓글은 가장 현실적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댓글로 호흡, 발성, 발음이 안 좋다고 지적 받았는데 지금 여러 선배님들의 곡을 카피하면서 그 부분을 신경쓰며 연습하고 있다. 보이비 오빠가 팁을 줬는데 제 랩을 녹음해서 들어보라고 하더라. 저만의 랩톤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다양하게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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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마음에 상처로 남을 수도 있는 기억이지만 오히려 제이니는 담담했고 그 경험 자체만으로 만족해했다. 언니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은 깡다구와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모진 채찍질을 보며 언젠가 제이니도 육지담처럼 일취월장한 실력
“제가 발전되었을 때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이길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기면 해볼 것 같다.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은 안 된다. 지담언니도 실력이 늘어서 나오지 않았나. 만약에 나가게 된다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