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15 결산…MBC 예능] 2016년 예능 날씨는 ‘흐림’…변화가 필요해

[MBN스타 금빛나 기자] 2016년 MBC 예능프로그램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더 이상 신선함을 찾아볼 수 없음’일 것이다. 신선함을 찾기 위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5년 MBC 예능의 날씨는 ‘맑음’이었다. 설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인 뒤 정규행 티켓을 거머쥐었던 ‘복면가왕’과 ‘마이리틀텔레비전’는 시청자들의 호평 속 빠르게 자리를 잡아나갔으며, ‘라디오스타’ ‘무한도전’ 등 대표 장수프로그램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면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1년 뒤인 현재 2016년 MBC 예능의 날씨는 ‘흐림’이다. 설날예능으로 첫 선을 보인 뒤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듀엣가요제’를 제외하고는 자리를 잡은 예능프로그램이 전무하며, ‘듀엣 가요제’를 제외한 예능프로그램들은 저조한 시청률 속 씁쓸히 막을 내렸던 것이다. 심지어 ‘식상하다’는 지적 속 폐지설이 계속 발생했던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의 경우 시즌3를 기약하며 3년6개월 만에 휴지기를 맞이하는 등 MBC 예능은 여러모로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 1%대 시청률의 굴욕…끝나지 않는 MBC 목요 심야 예능의 저주

MBC 예능의 부진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예능시간대는 바로 목요일심야 시간대일 것이다. 예능강자로 불리던 주병진과 강호동, 이경규마저 고전 끝에 손을 들었던 목요일 심야 예능 편성에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프로그램은 작년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인상을 주었던 ‘능력자들’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자랑하는 능력자들이 출연해 이들의 ‘덕후문화’를 조명하는 ‘능력자들’의 첫 시작은 신선했다.

파일럿 방송 당시 6.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경쟁작이었던 SBS ‘불타는 청춘’을 앞선 ‘능력자들’은 참신한 소재와 기획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기대작으로 급상승했다. 정규편성 소식이 전해졌을 때 SBS의 ‘세상에 이런 일이’ 종류의 프로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김구라를 비롯한 다양한 패널들이 감각적으로 토크를 이끌고 가면서 정보와 예능을 두루 갖춘 프로그램의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다.

4.5%로 나쁘지 않게 시작한 ‘능력자들’이었지만, ‘MBC 목요심야예능’의 뿌리 깊은 부진은 단번에 극복될 것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시청률 부진에 예능 대부인 이경규가 중간 투입을 하며 분위기 전환을 이루고자 했지만 이는 쉽지 않았고, 1~2%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부진 속에서도 1년간 이끌어 왔던 ‘능력자들’은 결국 소리 소문 없이 종영을 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MBC는 “폐지가 아닌 시즌 종료의 개념이다. 적절한 시기에 다음 시즌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폐지에 더 가까웠다.

후속으로 방송된 ‘미래일기’ 또한 ‘능력자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설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일 당시 감동과 재미를 모두 갖췄다는 평을 받았던 ‘미래일기’는 ‘시간 여행 버라이어티’를 콘셉트로 한 예능으로 스타가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특별한 하루를 특수분장의 힘을 빌려 체험하는 내용이다.

지난 9월29일 첫 방송된 ‘미래일기’의 시청률은 2.8%였다. 이후 2.8%에서 계속된 시청률 하락을 경험했던 ‘미래일기’는 평균 1%대의 시청률을 보였으며, 급기야 1.1%까지 떨어지면서 1%대 미만으로 떨어질 귀기에 처하기도 했다. 마지막 회 시청률 역시 1.2%로 집계될 정도로 목요일 심야 예능의 부진의 고리는 생각보다도 더 견고했다.

‘미래일기’ 후속으로 김성주, 서장훈의 ‘닥터고’가 오는 15일 첫 선을 보인다. 과연 ‘닥터고’는 지긋지긋한 목요예능의 부진을 끊을 수 있을까.

◇ 신선한 없는 소재의 반복, 그리고 계속되는 인력유출

MBC 예능이 흔들리는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 MBC는 김유곤, 전성호, 민철기 PD등 간판 예능 PD들이 사표를 내고 떠나면서 심각한 인력 유출 문제를 드러냈다.

MBC를 떠나 CJ E&M으로 자리를 잡은 김유곤 PD는 ‘일밤’ ‘느낌표’ ‘아빠 어디가’ 등을 연출하며 큰 사랑을 받았으며 전성호 PD는 ‘라디오스타’를 연출하며 센스 있는 예능감을 선보인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MBC 예능에서 중추적인 활약을 했던 만큼, 이들의 퇴사는 MBC에게 있어 뼈 아픈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문제는 MBC를 떠난 PD들이 두 사람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복면가왕’으로 음악예능이라는 새로운 예능 트렌드를 이끈 주인공 민철기 PD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MBC를 떠난 것이다. 철기 PD의 거취는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는 상태이다. 연말까지 휴식을 취한 뒤 향후 거취를 결정할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MBC 예능국의 PD 유출은 2015년 4월 ‘쌀집아저씨’로 유명한 김영희 예능PD가 중국 진출을 이유로 MBC에서 퇴사하면서 시작됐다. 김영희 PD가 나간 이후 10여 명의 예능PD가 줄줄이 MBC를 떠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 같은 PD들의 인력 유출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많은 관계자들은 MBC 예능국 간부들의 압박과 좋지 않은 사내 분위기가 부르는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PD들의 줄지은 퇴사가 뼈아픈 것은, 결국 인재의 부재는 예능발전의 한계를 줄 수밖에 없고 이는 예능부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인력이 없는 것인지 최근 MBC 예능을 살펴보면 과거 유행했던, 더 이상 신선하지 않는 소재들을 종종 차용해 선보이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과거의 영광, 인기에 매달려, 시대를 역행하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진짜 사나이’의 후속으로 첫 선을 보인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신선함을 잃은지 오래 된 뻔하고 식상한 ‘몰래카메라’를 소재로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심정으로 새롭게 만들었다고 만든 ‘은밀하게 위대하게’이지만, 정작 결과물은 엉성하고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 MC들의 호흡을 둘째 치더라도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몰래카메라’를 앞세운 MBC. 애석하게도 지금은 2000년대 초반이 아닌 2016년이다. 이제는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내 새로운 변화를 꾀할 때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